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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칼럼

尹 대통령 ‘정치적 팬덤’ 탄탄한 이유 [신율의 정치 읽기]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입력 : 
2025-02-14 13:19:06
수정 : 
2025-02-17 1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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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8차 변론이 열린 2월 13일 서울 종로구 안국역사거리에서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대국본)와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탄핵 반대 집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8차 변론이 열린 2월 13일 서울 종로구 안국역사거리에서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대국본)와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탄핵 반대 집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반적으로 정치적 팬덤의 발생은 정치인의 SNS 활용도와 관계가 깊다. 정치인이 SNS를 활용해 유권자와 소통하는 과정에서, 유권자는 정치인에 대해 개인적인 친밀함을 갖게 된다. 시간이 지나면서 친밀감이 높아지면서 팬덤이 형성된다. 우리나라 다수 정치인이나 미국 트럼프 대통령 혹은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같은 정치인이 팬덤을 가지게 된 배경이다.

윤 대통령은 이번 비상계엄 사태 이전까지는 강한 팬덤이 없었다. SNS를 활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사이 전개되는 상황을 보면, 윤 대통령은 다른 어떤 정치인보다 강한 팬덤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지금까지도 윤 대통령은 SNS를 활용하지 않는다. 따라서 정치인 팬덤에 관한 일반적인 이론으로는 ‘윤 대통령 팬덤의 탄생’을 설명할 수가 없다.

윤석열 대통령의 정치적 팬덤은 어떻게 형성된 것일까?

정치적 팬덤의 가장 중요한 특징이자 단점이 있다. 정치를 사람 중심으로 바라본다는, 이른바 ‘정치의 인격화 현상’이다. 정치를 시스템으로 바라보지 않고 특정 정치인 중심으로 바라본다는 것인데, 정치의 인격화 현상이 보편화되면 특정 정치인은 특정 이념의 화신, 또 특정 진영의 상징이 된다. 문재인 정권 당시 ‘문파’는 문재인 당시 대통령을 이런 인물로 생각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강성 지지자들도 이재명 대표가 진보 이념의 구현자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윤 대통령은 팬덤이 없었다. 그래서 진영의 상징은커녕 보수층 지지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 이렇게 되면 프레임 싸움에서 당연히 밀린다.

예를 들어보자.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이 적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야당에 의해 ‘형성된’ ‘나쁜 영부인’ 프레임도 분명 존재했다. 윤 대통령이 강력한 팬덤을 가지고 있었다면, 이런 프레임 공격에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었을 테다. 팬덤은 정치적 상대방을 공격하면서 동시에 상대방 공격을 막아주는 역할도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팬덤이 없었으니 윤 대통령은 야당 프레임 공격에 고스란히 노출됐다. 지금은 다르다. 신기하게도 윤 대통령은 탄핵소추안 통과 이후 매우 강력한 팬덤을 가지게 됐다.

이유가 몇 가지 있다.

첫째, 윤 대통령의 이른바 메시지 정치가 나름의 역할을 했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부터 ‘메시지 정치’를 잘 활용했다. 윤 대통령이 던지는 메시지는 팬덤을 지닌 다른 정치인이 활용하는 SNS와 같은 역할을 했다.

보통 SNS를 통해 팬덤을 만드는 데는 상당 시간이 필요하다. 한두 번 소통했다고 친밀감이 만들어지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통령이라는 위치, 그것도 열악한 상황에 처한 대통령의 ‘메시지 정치’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대통령 메시지라는 강한 전파력과 호소력 있는 메시지 내용이 어우러져 단기간에 팬덤을 형성했다. 호소력 강한 내용이란, 윤 대통령이 ‘처한 상황’, 즉, 대통령이지만 거대 야당에 의해 ‘탄압받고 있는 처지’라는 주장을 가리킨다. 이런 메시지가 퍼지면서 반(反)민주당 정서를 가진 이들을 쉽게 움직일 수 있었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우리 정부 출범 이후 22건의 정부 관료 탄핵소추를 발의했으며 지난 6월 22대 국회 출범 뒤 10명째 탄핵을 추진 중에 있다. 이것은 세계 어느 나라에도 유례가 없을 뿐 아니라 건국 이후에 전혀 유례가 없던 상황이다”라고 언급했다. 또 “국가 예산 처리도 국가 본질 기능과 마약 범죄 단속, 민생 치안 유지를 위한 모든 주요 예산을 전액 삭감하여 국가 본질 기능을 훼손하고, 대한민국을 마약 천국, 민생 치안 공황 상태로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이런 호소는, 윤 대통령에게 민주당에 의해 박해받는 피해자 이미지를 선사했다. 우리나라 유권자는 피해자에 대해 유난히 동정적이다. 윤 대통령이 피해자 이미지를 갖게 된 순간부터, 반민주당 정서의 많은 유권자가 윤석열이라는 이름의 피해자와 ‘연대 의식’을 가졌을 수 있다. 이 또한 순식간에 윤 대통령 팬덤을 만든 요인이 됐다.

둘째, ‘진영 프레임’이다. 윤 대통령 측은 자신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유가 ‘반국가세력 척결’과 ‘부정선거’ 때문이라는 주장을 계속하고 있다. 이는 자연스럽게 진영 프레임을 형성시켰다. 진영 프레임이 형성되면, 윤 대통령을 둘러싼 논란, 즉, 비상계엄이 내란이냐 아니냐 하는 문제와 계엄 선포의 불법성과 위헌성 논란은 뒷전으로 사라진다. 그 빈자리는 ‘진영 논리’로 채워진다.

여기에 더해, ‘내란 프레임’이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 헌재 심리 과정에서 만들어졌다.

비상계엄 선포 이후 “윤 대통령이 ‘국회의원’을 ‘끄집어내라’ 지시했다”고 진술했던 인물은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이다. 그는 헌재에 출석해서는 “대통령이 ‘국회의원’을 ‘끄집어내라’라고 말한 것이 아니라, ‘인원’을 ‘데리고 나오라’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김현태707특임단장 역시, 자신이 들은 바에 따르면 ‘국회의원’이라는 단어와 ‘끌어내라’라는 단어는 없었다고 했다. 검찰 공소장에 ‘문짝을 도끼로 부수고라도 끄집어내라’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돼 있는 이진우 수방사령관도 헌재에서는 “체포 지시가 없었다”라고 주장했다. 심지어 이 전 수방사령관은 공소장 내용 대부분은 자신이 한 말이 아니라고 항변하기까지 했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면, 내란이라 확신했던 이들조차 흔들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볼 수 있다. 뚜렷한 물증이 없는 상황에서는 증언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증언이 달라지니, 내란죄 프레임은 타격받을 수밖에 없게 됐다. 이때 강화되는 진영 프레임이 내란 프레임을 잠식하게 된다. 이런 과정을 통해 더욱 강화된 진영 프레임은, 윤 대통령 팬덤 형성을 더욱 용이하게 할 뿐 아니라 팬덤의 결속력을 더욱 강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어쨌든 이런 과정을 통해 윤 대통령 팬덤이 형성, 유지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팬덤 형성 과정을 보면 친밀감을 통해 해당 정치인을 지지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윤 대통령은 메시지 정치를 통해 형성된 피해자 이미지가 그런 역할을 했다. 결론적으로 대통령이라는 위치에서 보내는 전파력 강한 메시지가 피해자 이미지를 만들어 팬덤을 형성하고, 이 팬덤은 진영 프레임에 의해 강한 결속력을 갖게 됐다. 문제는 윤 대통령 팬덤이 일반적인 팬덤보다 이념 지향성과 진영 논리가 강해 공격적인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는 데 있다. 탄핵 인용 여부에 따라 대한민국 혼란이 상당히 심해질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이런 상황에서는 제도권 정당이 중심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 진영 논리에 편승하지 말라는 얘기다. 이것만이 현재의 혼란함을 극복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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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97호 (2025.02.19~2025.02.2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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