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최종현 SK그룹 선대회장
"세계적 학자 한국서 나와야"
1974년 고등교육재단 설립
이창용 총재 등 인재 배출해
올해부턴 AI 분야 동문 모여
사회에 지식 나눔 펼쳐 주목
"세계적 학자 한국서 나와야"
1974년 고등교육재단 설립
이창용 총재 등 인재 배출해
올해부턴 AI 분야 동문 모여
사회에 지식 나눔 펼쳐 주목

스승의 한마디에 그는 꿈을 바꿨다. 당시 한승수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제자에게 "고시하지 말고 유학을 가라"고 했다. 이창용 학생이 "가정 형편이 그렇게 좋지 않아서 유학 비용을 낼 수가 없다"고 하자 스승은 "한국고등교육재단이 있으니 시험을 보라"며 유학을 권유했다. 한국고등교육재단의 존재를 알게 된 이창용은 재단 대학특별장학생에 선발된다. 한 교수와 한국고등교육재단 덕분에 그는 고시책을 덮고, 하버드대 경제학 박사 학위까지 받았다. 그는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와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국 국장 등을 역임하며 사회에 기여할 수 있게 됐다.
이처럼 이 총재가 리더로 성장하게 된 배경에는 한국고등교육재단과 고 최종현 SK 선대회장 겸 재단 이사장이 있다. 이 총재는 "우리 경제가 지금의 2000달러 수준에서 벗어나 1만달러가 되면, 노동력 부족이 아니라 지적 역량이 모자라 경제 발전이 더뎌질 위험이 있다. 그때 우리 사회를 한 단계 더 발전시키려면 세계적 업적을 가진 학자가 나와야 한다"는 최 선대회장의 말을 가슴깊이 기억하고 있다고 한다.
이 총재는 대학원 졸업 후 미국에서 조교수로 일하며 더 많이 배울 수 있었던 점에 대해 최 선대회장에게 고마움을 느끼고 있다고 한다. 최 선대회장은 박사 학위 취득 후 서울에서 교수직을 찾던 그에게 "전 세계에서 경쟁을 해서 능력을 키워 오라고 했더니 졸업하자마자 서울에서 일 준다고 들어오느냐"며 혼을 낸 적이 있다.
한국고등교육재단이 설립된 지 반세기가 넘었다. 최 선대회장은 1974년 11월 '십년수목 백년수인(十年樹木 百年樹人)'이란 뜻을 갖고 재단을 설립했다. 중국 고전 '관자(管子)'에 나오는 말로, '10년 앞을 내다보고 나무를 심고, 100년 앞을 내다보고 사람을 키운다'는 의미다.
재단은 '나무를 기르듯 인재를 키운다'는 최 선대회장의 인재관에 따라 30년 단위 3기로 나눠 장학사업 목표를 100년으로 정했다. 1기는 선진 학문을 습득해 한국 발전에 기여하는 시기, 2기는 세계적인 학자를 양성하며 아시아 지식사회를 선도하는 시기, 3기는 인류 발전에 기여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최 선대회장은 "우리나라에는 가난한 이를 도와주는 장학재단은 많은데 내가 너희에게 하는 일은 나무 심듯이 하는 것이다. 1~2년 보고 하는 게 아니라 30~40년 뒤의 우리나라를 생각하는 것"이라는 철학을 갖고 재단을 운영했다.
50년간 재단은 1260억원에 달하는 장학금 규모로, 박사 1000여 명을 배출했다. 스탠퍼드대(95명), 하버드대(91명), 시카고대(66명), MIT(61명), UC버클리(59명) 같은 유수의 대학에서 인재들이 나왔다. 박사를 포함해 재단이 장학사업을 통해 배출한 인재는 5000명이 넘는다.
재단은 그동안 사람을 키우고 세상을 바꿀 인재의 숲을 조성해왔다. 앞으로는 이 숲을 더욱 울창하게 가꾸며 인류 공영에 기여하는 공동체로 거듭난다는 목표를 세웠다.
50년 세월이 흐르면서 재단이 축적한 인적자산은 지식공동체로 성장했다. 이 자산을 활용해 한국고등교육재단은 올해부터 인공지능(AI)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재단 장학생 출신 박사 3명이 AI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유튜브 '인공지능 박사들의 수다'다. 재단 동문들의 자발적 참여로 사회에 기여하는 사례로, 누구나 유튜브를 통해 이 콘텐츠를 볼 수 있다. 재단 인재들이 만들어낸 지식을 확산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최 선대회장이 심은 인재 나무들이 AI 시대에 한국 경제의 나아갈 길을 밝혀주길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