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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칼럼

트럼프의 100% 관세 위협 왜 나왔나 [홍익희의 비트코인 이야기 1]

홍익희 칼럼니스트
입력 : 
2025-02-07 2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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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호부터 화폐사 전문가로 유명한 홍익희 전 세종대 교수의 ‘홍익희의 비트코인 이야기’ 칼럼 연재를 시작합니다. 홍익희 전 교수는 32년간 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에서 근무하고 2010년 정년 퇴임한 이후 대학교수로 변신해 학생들을 가르치다 현재는 자유로운 글쓰기와 방송으로 인생 3막을 일궈나가고 있습니다. ‘유대인 이야기’ ‘세종교 이야기’ ‘화폐혁명’ ‘모든 돈의 미래 비트코인’ 등의 저서가 있습니다.

2024년 10월 24일 러시아 카잔에서 열린 BRICS 정상회담. (epa=연합뉴스)
2024년 10월 24일 러시아 카잔에서 열린 BRICS 정상회담. (epa=연합뉴스)

트럼프는 지난해 11월 30일 자신의 소셜미디어 플랫폼인 ‘Truth Social’에 뜬금없는 협박성 글을 하나 올렸다. 내용인즉, “우리는 새로운 브릭스 통화를 만들지 않을 것이며 강력한 미국 달러를 대체할 다른 통화를 지원하지 않을 것이라는 약속을 요구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100% 관세에 직면하게 되고 멋진 미국 경제에 대한 판매와 작별해야 할 것입니다”라는 경고였다.

트럼트는 왜 이런 경고를 했을까?

지난해 10월 22일부터 사흘간 러시아 중부도시 카잔에서 16차 브릭스 정상회의가 열렸다. 36개국 대표와 유엔사무총장 등 6개 국제기구 대표가 참석해 공식 대표단 규모만 5200명이 넘는 대규모 회의였다. 브릭스는 2009년 제1차 정상회의 때부터 ‘탈달러화’가 핵심 목표의 하나였다. 브릭스 국가 중에서도 탈달러화에 적극적인 나라는 러시아와 브라질, 중국, 이란이다. 러시아는 그간 브릭스 공동통화 개발을 추진해왔다. 룰라 브라질 대통령은 왜 모든 국가가 달러로 결제해야 하는지 저녁마다 생각한다며 ‘달러 패권’에 대한 심한 거부감을 나타냈다. 중국은 2022년 말에 사우디아라비아 등 아랍 국가들과의 연쇄 회담에서 중국이 수입하는 석유 대금을 달러가 아닌 위안화로 결제하자고 제의한 바 있다.

G7 추월한 브릭스 경제 규모…블록체인 결제로 ‘탈달러’ 추진

브릭스는 이제 많이 커졌다. 지난해 새로 가입한 4개국을 포함한 브릭스 플러스 9개국 인구가 세계 인구의 45%다. 그리고 세계 GDP(구매력 평가 기준)의 37%를 차지하여 G7을 추월해 세계 최대 경제공동체가 되었다. 브릭스의 확대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이번 회의에서 인도네시아, 베트남, 태국, 말레이시아, 튀르키예 등 13개 국가를 준회원 격인 ‘파트너 국가’로 받아들여 외연을 더 확장했다.

이번 정상회의 의제는 ‘공정한 글로벌 발전과 안보를 위한 다자주의 강화’였지만 사실상 핵심 의제는 ‘서방의 통화금융 시스템으로부터의 독립’이었다.

그들이 논의한 주요 프로젝트는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 결제 시스템 ‘스위프트(SWIFT)’를 우회하는 블록체인 기반 국제 결제 시스템 도입에 관한 것이었다. ‘브릭스 페이(Brics Pay)’와 ‘브릭스 브릿지(Brics Bridge)’ 두 종류의 결제 시스템이 논의되었다. 그리고 금 40%와 브릭스 플러스 통화 바스켓 60%를 담보로 하는 무역통화 ‘브릭스 유닛(Brics Unit)’이 깜짝 등장했고, 이를 지원할 ‘브릭스 청산소(Brics Clear)’ 설립에 관해 협의했다. 이를 위해 브릭스 재무 장관들은 카잔 정상회담을 앞두고 여러 차례 모임을 가졌다.

브릭스 회원국들은 2023년 8월 남아공 정상회의에서 그들간의 무역과 금융 거래에서 가능한 달러를 배제하고 자국 통화를 쓰기로 합의한 상태다. 이에 앞서 중국과 브라질은 2023년 4월 베이징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자국 통화(중국 위안과 브라질 헤알)를 활용한 무역을 강화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하지만 루블, 헤알, 루피화 등은 변동성이 크고 인플레이션이 심해 무역상들이 꺼리는 통화이다 보니 자연스레 위안화가 그들의 중심 통화로 잡았다. 그러나 위안화에도 문제는 있었다. 미국은 무역 적자국이라 달러가 해외로 자연스레 공급되는 구조이나 중국은 무역 흑자국이다 보니 해외로 위안화가 공급되지 않고 오히려 해외에 있는 위안화조차 빨아들이는 구조다.

그렇다 보니 브릭스 회원국 간 무역이 위안화 유동성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러시아는 이번 브릭스 정상회의에서 그간 추진하던 브릭스 기축통화 추진 계획을 폐기하고 대신 ‘브릭스 유닛’이라는 금본위 무역통화 도입을 제안했다. 이는 케인스가 1944년 브레튼우즈협정 시에 제안했던 무역통화 방코르의 개념을 차용한 것으로 무역 정산 때만 사용하는 통화다.

금본위 무역통화 구상은 브릭스 국가들이 왜 그렇게 열심히 금을 사들였는지를 알 수 있게 만드는 대목이다. 특히 중국은 ‘금관리 4대 정책’을 통해 전략적으로 금을 모았다. 곧 세계 최대 금 생산, 세계 최대 금 수입, 금 수출 금지, 여기에 상하이 금 선물 시장 시세를 미국 금 선물 시세보다 약간 높게 형성시켜 금의 해외 유출을 근본적으로 막았다.

브릭스는 당장 급한 대로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를 회원국 간 교역에 사용하는 ‘크립토 교역 촉진’에 대해 협의했다. 그 뒤 푸틴은 브릭스가 암호화폐를 공식 투자 대상으로 채택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브릭스의 크립토 교역 계획은 앞으로 미국과 브릭스 간 비트코인 매집 경쟁을 치열하게 만들 전망이다. 미국의 비트코인 전략자산 비축 계획이 현실적인 당위성을 얻은 것이다. 포브스는 올해 G7과 브릭스 국가에서도 비트코인을 전략자산으로 채택하는 나라들이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가상자산 투자회사 갤럭시디지털의 마이클 노보그라츠 대표는 블룸버그TV에서 “미국이 비트코인을 전략적으로 비축하면 다른 국가도 비슷한 조치를 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을 것이며, 이렇게 되면 비트코인 가격이 50만달러까지 치솟을 것”이라고 진단한 바 있다.

달러 패권 도전에 경고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트루스소셜 글. (트루스소셜 캡처)
달러 패권 도전에 경고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트루스소셜 글. (트루스소셜 캡처)

페트로 달러 균열…러시아, 비트코인 채굴 합법화와 크립토 무역 허용

브릭스 정상회의 이후 러시아는 발 빠르게 자세를 전환했다. 그간 금지했던 비트코인 채굴을 11월 1일부로 합법화했다. 그리고 암호화폐거래소도 2개 설립하기로 했으며 기업들의 크립토 무역도 허용했다. 러시아 정부는 비트코인을 통한 자본 유출을 막기 위해 채굴 업체들이 채굴한 비트코인의 국내 판매를 불허하고 이를 러시아 상품과 석유를 수입하려는 해외 수입 업체에 팔도록 했다. 문제는 중국이다. 중국도 자본 유출을 막기 위해 2021년 5월 암호화폐 채굴과 일체의 암호화폐 사업 전체를 금지한 바 있다. 이번 브릭스 정상회의를 계기로 중국도 러시아처럼 자세 전환을 시도할 것인지, 아니면 지금처럼 밀 채굴과 밀 거래를 묵인할 것인지가 관전 포인트다.

게다가 페트로 달러의 균열이 시작되었다. JP모건 등의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석유 판매의 20%가 달러 아닌 다른 통화로 판매되었다고 분석했다. 더구나 1974년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 간에 체결됐던 양국 간 50년 만기 군사경제 협정(일명 페트로 달러 협정)이 지난해 6월 종료되었다. 미국이 연장을 요청했으나 사우디아라비아가 거부한 것이다. 이제 사우디는 석유를 달러로만 팔아야 하는 구속에서 해방된 것이다.

이러한 일련의 사태가 트럼프로 하여금 탈달러화를 추구하는 국가들에 다급하게 위협성 경고를 날리게 만든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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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익희 칼럼니스트]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95호 (2025.02.05~2025.02.1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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