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릭스 등 트럼프 압박에도
통화 다변화 서두를 가능성
"달러 외에 대안없다" 이견도
통화 다변화 서두를 가능성
"달러 외에 대안없다" 이견도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국제경제학 석좌교수가 21일(현지시간) 달러 가치 하락으로 미국이 엄청난 인플레이션을 겪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날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서 재정적자에 따른 신뢰 위기로 달러가 위협받고 있다고 이같이 지적했다.
로고프 교수는 '현재 상황: 미국 달러' 세션에 패널로 참석해 "미국은 현재 이자로만 매년 군비 지출보다 큰 1조달러를 지출하고 있다"며 "이것이 1970년대처럼 달러의 입지를 약화시킬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달러 공급 대비 미국 정부가 보유한 금이 부족해지면서 금본위제가 폐지되고 브레턴우즈 체제가 붕괴됐던 점을 언급하며 "기계로 찍어내는 달러가 부족할 일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다른 나라들이 어느 순간 달러를 쓰지 않기로 결정하면 (달러 가치 하락으로) 미국이 엄청난 인플레이션을 겪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로고프 교수는 특히 "미국의 막대한 부채는 금리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브릭스(BRICS) 등 달러 패권에서 벗어나 다변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국가에 막대한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한 데 대해 로고프 교수는 "달러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사람들이 자기 나라 통화를 사용하도록 설득하려면 안정성을 제공하고 결제 수단으로서 유용하도록 해야 한다"며 "위협을 가한다면 오히려 다른 통화로 다변화하려는 동기를 강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진커위 홍콩과학기술대 경영대학 교수는 중국이 이미 어느 정도 달러로부터 다변화에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중국은 달러 의존도를 낮추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며 "10년 전 교역 때 위안화 비중은 20%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수입결제의 30%, 수출결제의 56%가 위안화로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진 교수는 또한 미국이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떨어지면서 유동성 공급 능력이 제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패널로 참여한 라구람 라잔 시카고대 부스경영대학원 재무학 석좌교수는 "달러의 매력은 미국 시장의 깊이에서 나온다"며 이견을 제시했다. 그는 "전 세계 GDP의 약 25%를 차지하는 경제에서 전 세계 자본시장 65%를 점유하고 있다"며 "유로존은 분열이 심하고 중국은 지정학적 긴장이 높으며 일본은 미국보다 더 많은 부채를 지니고 있어 달러 외 더 안정적으로 평가받는 대안이 없는 상황"이라고 반박했다.
[다보스 특별취재팀=황인혁 부국장 / 윤원섭 특파원 / 진영태 기자 / 연규욱 기자 / 서울 문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