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적 진영정치 부추기며
무당행세 하는 정치 세력에
줄 서려는 정치인도 심각
유권자가 심판하는 수밖에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게임2의 무당 ‘선녀’. 기사 내용과 직접적 관련 없음. [사진=넷플릭스]](https://pimg.mk.co.kr/news/cms/202501/16/news-p.v1.20250116.5bbad0e9772d4bdb8b177c9bb47cb9c4_P1.jpg)
세계를 휩쓴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 2’에는 무당이 등장한다. 44번 참가자인 용궁선녀는 다른 사람의 말에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자신이 모시는 신에 빠져 예언과 저주를 퍼부을 뿐이다. 게임에 도움이 되지 않는 불편한 인물이지만 그를 따르는 신도도 있다. 역시 넷플릭스 드라마로 인기를 끈 ‘더 글로리’에도 무당이 여러 차례 나온다. 지난해 1000만 관객을 모은 영화 ‘파묘’는 아예 무당이 주인공이다.
현실도 드라마나 영화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 택일이나 사업상 중요한 결정을 할 때 점집이나 철학관을 찾는 사람이 많고, 시험철이나 선거철이 되면 점집은 더욱 붐빈다. 2022년 통계청 전국사업체조사에 따르면 ‘점술 및 유사 서비스업’ 사업체 수는 9391개, 종사자 수는 1만194명에 달한다. 정식 등록을 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무속인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구글트렌드를 봐도 지난해 ‘무속’에 대한 검색은 5배가량 증가했다. 제도화된 종교에서 멀어진 젊은 세대에게 맞춤형 상담을 제공하면서 샤머니즘이 부활했다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무속의 그림자가 더 짙게 드리워진 곳은 정치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 손바닥에 ‘왕(王)’자를 쓰고 토론회에 참석했고, 취임 후에도 천공·건진법사 등을 둘러싼 뒷말이 무성했다. 12·3 비상계엄의 막후 기획자로 지목된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은 직접 점집을 운영했으며, 전주의 아기보살을 여러 차례 찾아갔다는 증언도 나왔다. 윤 대통령 지지율 하락에 결정적 역할을 한 명태균씨는 ‘지리산 도사’로 불리며 대통령 부부의 책사 역할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비과학적 신념이 국정 운영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의심할 만한 대목이다.
무속인은 아니지만 정치의 세계에서 사실상 무당 역할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진영정치를 부추기는 극단적 성향의 정치 유튜버들이 바로 그들이다. 이들은 정치적 편향성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정치 여론을 주도한다. 특정 정치인의 미래를 예측하고, 지지자들이 듣고 싶은 말을 골라서 한다. 부정확한 사실과 음모론을 퍼뜨리고, 상대방을 악마화하거나 저주하는 데도 주저함이 없다. 이들 가운데는 종교 지도자 수준으로 추앙받는 인물마저 있다. 신념을 위한 것인지, 돈을 위한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이들은 정치판을 이용해 복채까지 두둑이 챙기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무당처럼 정치판을 흔드는 세력에게 정치인들이 끌려다닌다는 점이다. 윤 대통령은 극우 유튜브에 심취해 부정선거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비상계엄과 탄핵소추, 현직 대통령체포라는 불행의 씨앗이 여기서 싹튼 셈이다. 반대 진영이라고 다를 것은 없다. 구독자가 많은 이들의 유튜브 프로그램에 출연하기 위해 정치인들이 줄을 서고, 이들이 주도하는 집회 무대에 오르기도 한다. 다음 리더를 점지해줄 정치 무당을 향한 간절함이 애처로워 보일 지경이다.
증오와 혐오, 선동이 사업이 된 이들에게 자정을 기대하기란 어렵다. 정치인들이 줄서기를 멈출 것 같지도 않다. 결국 국민, 유권자가 선택해야 한다. 의견 불일치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민주주의 시스템 작동을 어렵게 하고, 합의와 승복은 배신으로 몰아세우는 이들에게 더 이상 흔들려서는 안 된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일론 머스크 X 소유주 겸 테슬라 CEO가 자신을 포함한 유럽 지도자들을 폄하하고 나서자 “괴물에게 먹이를 주지 말라(Don’t feed the troll)”고 응수했다. 과잉 반응하지 않겠다는 것인데, 지금 우리에게도 유효한 말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