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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칼럼

‘국힘=탄핵 방탄당’은 민주당에 득될 일 [핫이슈]

김인수 기자
입력 : 
2025-01-07 11:00:57
수정 : 
2025-01-07 11:04:27

뉴스 요약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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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소속 40여 명이 6일 윤석열 대통령을 방어하기 위해 장시간 대통령 관저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위헌적 비상계엄을 선언한 윤 대통령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며, 이는 민주당에게 장기적으로 유리한 정치적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상황으로 해석된다.

향후 헌법재판소에서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인용된다면, 국민의힘은 중도층의 지지를 잃고 정치적 낙인을 피하기 어려운 위험한 선택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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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는 1표만 더 얻으면 이겨
탄핵 정국속 與지지율 올라도
계엄 옹호 정당 낙인 땐
수도권·중도 표심 못 얻고
향후 대선·총선 패할 것
나경원 의원을 비롯한 국민의힘 의원 40여 명이 6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 영장 집행을 막겠다며 서울 용산구 대통령 관저 앞에 집결했다. <사진=연합뉴스>
나경원 의원을 비롯한 국민의힘 의원 40여 명이 6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 영장 집행을 막겠다며 서울 용산구 대통령 관저 앞에 집결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40여 명이 6일 윤석열 대통령 체포 영장 집행을 막겠다며 대통령 관저 앞을 7시간이나 지켰다. 위헌·위법인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 대통령을 지키겠다는 뜻을 몸으로 보여준 것이다.

그들이 집결한 사진을 인터넷에서 보고 있자니, 지금 국민의힘의 정체성이 더욱 또렷해진다. 이른바 ‘친윤계 중심의 탄핵 방탄 정당’이다.

이런 국민의힘의 모습에 더불어민주당은 좋아할까, 싫어할까. 아주 단기적인 시각에서 보면 싫어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탄핵 방탄’에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이 지연되고, 그 사이에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선거법 2심 판결이 불리하게 나오면 어쩌나 하고 걱정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보다 장기적인 시각에서 보·면 국민의힘이 ‘윤석열 방탄당’으로 남는 게 민주당의 장기 집권 시나리오에 도움이 될 것만 같다. 오로지 민주당의 선거 승리만 생각하는 당내 선거 전략가들은 쾌재를 부르고 있을 것만 같다.

지난 대선과 총선에서 드러났듯이, 선거는 상대보다 훨씬 많은 표를 득표할 필요가 없다. 대선에서 윤 대통령의 득표율은 이 대표보다 겨우 0.73%포인트 앞섰을 뿐이다. 표 차는 미세했지만, 대통령으로서 모든 권력을 움켜쥐었다.

지난해 4월 총선에서는 민주당이 의석수에서는 압승했지만, 득표율은 5%포인트 앞섰을 뿐이다. 1표라도 표를 더 얻은 후보가 국회의원에 당선되는 소선거구제 덕분에 민주당은 득표율보다 훨씬 많은 의석을 얻었다.

그러므로 민주당은 향후 대선이나 총선 같은 주요 선거에서 압도적인 표를 얻을 필요가 없다. 그저 국민의힘보다 조금 더 많은 표를 얻는 구도가 장기적으로 고착이 되는 것으로 충분하다. 그렇게 되면 장기 집권의 길이 열린다.

그런데 지금 국민의힘이 가는 길을 보면, 민주당에게 그런 기회를 제공해주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번 비상계엄이 헌법 77조에 규정한 계엄 요건(전시 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 비상사태)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건 명백하다. 계엄 포고령 1호를 보면, 언론 출판의 자유, 신체의 자유, 정치 결사의 자유 등 시민의 기본권을 심각하게 제한하고 있다. 게다가 대통령은 국회에 군대를 보냈고, 포고령을 통해 국회 활동을 금지한다고까지 했다. 이 때문에 윤 대통령은 내란 혐의까지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윤 대통령은 앞으로 헌법재판소에서 탄핵 인용 결정이 나올 가능성이 상당하다. 물론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억울할 수도 있겠다. 그들은 이 대표와 야당의 폭주가 만악의 근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미래에 대해 합리적인 판단을 하고자 한다면, 확률적으로 사고해야 한다. 헌법재판소가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를 기각할 확률이 비록 0%가 아니고, 탄핵소추를 인용할 가능성이 비록 100%가 아니라고 해도, 50%대 50%인 건 아니다. 다수의 헌법학자는 탄핵 인용 가능성을 크게 본다는 점에서, 국민의힘이 지금 행태를 확률적으로 평가한다면, 질 가능성이 큰 게임에 올인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위험하다. 만약 탄핵이 인용되면 국민의힘은 위헌·위법인 비상계엄을 옹호한 정당, 나라의 시곗바늘을 수십 년 뒤로 돌린 정당으로 낙인찍힐 것이다.

과연 그 낙인을 이마에 붙이고 민주당보다 향후 대선과 총선에서 표를 더 얻을 수 있을까. 시간은 걸리겠지만 내란 혐의마저 대법원에서 최종 유죄 판결이 나면 어쩔 것인가. 그렇게 되면 국민의힘에는 더욱 지독한 낙인이 찍힐 것이다. 민주당은 선거 때마다 그 낙인을 들고나올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선거는 상대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표를 얻어야 하는 게임이 아니다. 1표만 더 얻으면 된다. 국민의힘 강성 지지층은 민주당이 찍어대는 낙인에 흔들리지 않겠지만, 수도권과 중도 표심은 다르다. 위헌적인 비상계엄을 저지른 대통령을 지키고 옹호한 정당에 표를 주는 것을 주저할 것이다. 보수 지지층이 강한 영남권 의원들은 개의치 않을 수 있겠지만, 수도권에 출마하려는 후보들은 전혀 그렇지 않을 것이다. ‘친윤 방탄당’은 수도권의 잠재적 출마자들에게는 ‘배신 행위’나 다름없다. 더욱이 수도권 표를 얻지 못하면 대선을 이길 수 없고 총선에서 승리해 원내 1당이 될 수도 없다. 국민의힘은 그런 소수당의 길을 걷고자 하는 것인가.

최근 몇몇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지율이 높아지고 있는 데 대해 여권 지지자들은 반기는 분위기지만, 과연 그래도 될까. 그 높아진 지지율이 당내에서 ‘친윤계’의 기반을 탄탄하게 하는 데 이용될 수 있다. 바로 그 때문에 ‘윤 대통령 방탄’의 기조가 강화된다면 결국 국민의힘에 독이 되어 돌아올 것이다.

서울이 지역구인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은 이 같은 사실을 잘 알고 있는 듯하다. 6일 SBS라디오에 출연한 그는 지지율 상승에 대해 “잘 봐야 하는 것은 중도층이 얼마큼 이탈하느냐다. 30~40%에 해당하는 중도층이 대부분이 민주당으로 넘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고서 선거에 이기는 게 가능할까. 물론 영남권 의원들은 ‘내 지역구는 가능해’라고 답하겠지만 말이다. 향후 보수가 집권에서 멀어진다면 이들의 이기적 태도 탓이 크다고 보는 게 옳을 것이다.

[김인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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