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현 전 국방장관(왼쪽)과 윤석열 대통령. [사진 = 연합뉴스]](https://pimg.mk.co.kr/news/cms/202412/29/news-p.v1.20241229.8b81eb33aca540359989ba56768a8780_P1.jpg)
검찰은 지난 27일 형법상 내란(중요 임무 종사) 및 직권남용 혐의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구속 기소했다. 문재인 정부 때 이뤄진 수사권 조정으로 내란죄에 대한 수사권은 검찰에서 경찰로 넘어갔다. 경찰이 김용현 내란혐의를 수사해 송치하면 검찰이 기소하는 게 정상이다. 이번에 경찰은 검찰에 선수를 빼앗겨 김용현 얼굴도 보지 못했다. 검찰은 김용현의 내란 혐의에 대해 수사도 하고 기소도 했다. 문제가 없을까.
앞으로 있을 재판에서 법원이 수사 범위를 문제 삼을 가능성이 있다. 가령 ‘검찰은 내란죄 수사권이 없으므로 이 사건은 공소기각한다’고 하면 어쩔 것인가. 괜한 걱정이 아니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이달 10일 국회에 나가 수사기관끼리의 수사 경쟁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수사에 그치는 게 아니라 종국적으로는 공소제기 절차의 적법성이나 증거능력 문제로 이어지기 때문에 사법부로서 아주 중요한 문제로 생각하고 있다.” 어떤가. 검찰은 믿는 구석이 있어서 김용현 내란 혐의를 수사·기소한 것인가. 아니면 일단 질러본 것인가.
지난 18일 검찰은 윤석열 대통령과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수사를 공수처에 넘겼다. 검찰·경찰·공수처가 제각각 피의자를 소환하고 영장을 치는 사법 아노미적 행태에 대해 비판이 쏟아지자 검찰과 공수처가 그 선에서 합의를 본 것이다. 김용현과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 이진우 전 수방사령관은 여전히 검찰에서 신병을 확보해 수사를 진행해오고 있다. 검찰이 내란죄를 수사할 수 있는지 자체가 논란인 판에 ‘대통령 넘긴 걸로 퉁치자’고 한다. 나머지 내란 가담 혐의자에 대한 공소 유지를 자신하는 근거가 궁금하다.
내란죄에 대해 수사권이 없기는 공수처도 마찬가지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에게 29일 오전에 출석하라고 통보했다. 지난 18일과 25일에 이어 3차 통보. 윤 대통령 측은 응하지 않고 있다. 공수처에 수사권이 없는데 왜 부르느냐고 딴청이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의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서는 수사권이 있고 그 ‘관련 범죄’로 내란 혐의도 수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앞서 검찰이 내세우다가 거둬들인 주장의 반복이다. 현직 대통령은 내란·외환 혐의를 제외한 나머지 혐의로 형사소추할 수 없다. 직권남용 혐의로 대통령을 불러서는 안 되는 것이다. 무리하고 멍청하기까지 한 주장을 한 기관이 한 것도 모자라 두 기관이 이어서 하고 있다. 검찰은 ‘아차’하고 발을 뺐는데 공수처는 아직 뭐가 문제인지도 모르는 듯하다.
내란죄에 대한 수사권은 오직 경찰만 갖고 있다. 경찰은 공수처, 국방부 조사본부와 함께 공조수사본부(공조본)를 꾸려 이 사건 수사에 참여하고 있다. 내란죄 수사권이 없는 공수처와 함께 공조본을 꾸린 것 자체가 절차적 하자의 빌미가 되고 있다. 공수처가 체포 또는 구속영장을 청구할 경우 하나하나 다 시빗거리가 될 것이다. 경찰은 자신이 무슨 권한을 지녔는지에 대한 이해 자체가 없는 듯하다. 그런 기관에 내란죄 수사권을 떡하니 안긴 수사권 조정은 불과 몇 년 전 일이다.
최근 몇 년간 한국인들은 선진국 놀이에 신이 났다. 그냥 선진국이 아니라 제조업이면 제조업, 예능이면 예능, 치안이면 치안 뭐 하나 빠지는 게 없는 나라로 스스로 여기며 깨춤을 췄다. 신선놀음에 도낏자루 썩는 줄 모른다더니 위기를 당하고 보니 도처가 콩가루다.
3개의 수사기관중 한 곳은 월권을 하고, 한 곳은 그 월권을 흉내 내고, 정작 권한이 있는 한 곳은 자기가 뭘 해야 하는지를 모르고 있다. 사법 기관이 법을 안 지키고 조직 논리로 움직이는 것. 이런 걸 국기문란이라고 한다. 이 국기문란을 문제 삼고 조율할 권위도, 권력도 없다. 국회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탄핵 소추했는데 아직도 권한대행 탄핵소추에 필요한 의결정족수가 151명인지 200명인지 모른다. ‘권한대행 탄핵 까지는 미처 예상을 못 해서’ 입법이 불비하다고 한다. 법에도 없는 일이 무람없이 행해지고 있다. 무슨 선진국이 이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