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 시장은 총성 없는 전쟁터다. 시장 참여자의 투자 기대치를 놓고 투기와 차익거래가 교차되며 막대한 돈이 오간다. 현·선물, 스왑 시장에서 통화 몸값과 교환 비율이 동시다발적으로 결정된다. 한국처럼 대외의존도가 높은 소규모 개방 경제는 고역이다. 출렁이는 파도 속 적정 원화가치를 지키기 위한 노력이 치열하다.
달러당 원화값 하락(환율 상승) 속도가 위험 수준에 이르렀다. 가뜩이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선 승리와 중국 위안화 약세에 강달러 현상이 심해졌는데, 계엄 후폭풍 리스크까지 돌출되며 원화가치를 끌어내리고 있다. 환율은 국민 경제에 무차별적인 영향을 미친다. 급격한 원화 절하는 중간재 가격을 올려 수출에 타격을 입히고, 수입 물가를 올려 서민 물가를 자극한다. 기업 배당 여력을 줄이는 부작용도 있다. 외화자산평가액이 줄며 위험 자본이 불어나기 때문이다.
가장 뼈아픈 타격은 국민소득이다.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국가 간 비교를 위해 달러로 산출한다. 원화가치가 떨어지면 줄 수밖에 없는 구조다. 단순히 환율 변동에 따라 숫자가 줄어드는 게 아니다. 기축통화인 달러로 환산했을 때 국내 경제 주체의 국제 구매력이 그만큼 줄어든다는 뜻이다. 원화값이 이대로 하락하면 올해 국민소득은 지난해(3만6194달러)보다 낮은 3만6111달러에 그칠 전망이다. 올해 한국은행 성장률 전망(2.2%)과 물가(GDP디플레이터), 통계청 인구 추계치를 바탕으로 이달 평균 원화값이 1450원까지 하락했을 때를 가정한 시나리오다. 시중은행에서는 이달 원화값이 1450원 선까지 밀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달 전망에 비해 20원이 낮아진 것이다.
당초 윤석열 정부는 임기 내 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 달성을 천명했다. 원화값 변수를 감안하면 2031년에야 4만달러를 넘기 시작한다. 이달 원화값 폭락의 진앙은 정치다. 정치가 약속한 경제 목표를 정치가 저버렸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비용을 뒷수습하는 것은 국민의 몫이다.
[김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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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칼럼
[필동정담] 원화값 추락
- 입력 :
- 2024-12-05 17:33:07
- 수정 :
- 2024-12-05 22:3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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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 시장은 다양한 거래가 이루어지는 곳으로, 특히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 같은 나라에서는 중요성이 크다. 최근 달러당 원화값 하락으로 인해 여러 부정적 영향이 우려되는데, 수출 감소, 수입 물가 상승, 기업 배당 여력 축소 등이 그 예이다. 또한 원화가치 하락은 국민소득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데, 이로 인해 윤석열 정부의 목표였던 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 달성 시점이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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