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소금·김·액젓도 버젓이 모방
北까지 가세해 한국제품 도용
K푸드 위조 적발 3년새 2배로
정부, 식품 업계와 공동 대응
![[사진 = 연합뉴스]](https://pimg.mk.co.kr/news/cms/202510/10/news-p.v1.20251009.8dc675fc5db14d93a836bf028aa40cbd_P2.jpg)
식품기업 대상은 한국식품산업협회과 손잡고 동남아시아에서 자사 브랜드 ‘청정원’의 맛소금·미역·액젓을 흉내 낸 ‘짝퉁’ 상품에 대한 실태조사에 돌입했다. 청정원 맛소금의 경우 비슷한 로고와 포장에 ‘맛소금’이라는 표현 대신 ‘조미료’ ‘味精(미정)’ 등의 단어가 써 있는 카피 제품이 활개 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K푸드’ 붐을 타고 짝퉁이 갈수록 활개를 치자 정부도 팔을 걷어붙였다.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한국식품산업클러스터진흥원은 식품 산업 지식재산권(IP) 보호를 위한 연구용역을 발주했고, 이를 토대로 짝퉁 식품에 대처하기 위한 보완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1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K푸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이를 교묘하게 베낀 ‘짝퉁 K푸드’가 중국·동남아 등 각지에서 불법 유통되고 있다. 불닭볶음면처럼 글로벌 베스트셀러뿐만이 아니다. 조미김·미역·액젓·맛소금·다시다 등 국내 식품 전 영역으로 ‘베끼기’ 범위가 넓어지는 양상이다. 특히 특정 국가에서 다른 나라로 수출돼 유통 지역이 확산되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대상 관계자는 “오프라인 매장에는 정품을 진열해 두고 온라인 주문 시에는 모조품을 보내거나 정품과 모조품을 섞어서 발송하는 등 불법 유통 방식이 점점 더 정교해지고 있다”며 “특히 최근에는 중국 등 특정 국가에서 동남아 등 다른 지역으로 수출돼 유통되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업계에서는 최근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 등장한 라면 등 K식품이 인기를 끌면서 이에 편승하려는 짝퉁 상품 유통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지식재산보호원에 따르면 K푸드 해외 온라인 위조 상품 적발 건수는 2021년 1312건에서 2024년 2609건으로 3년 새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한 중국 업체는 삼양식품의 베스트셀러 불닭볶음면과 다시다, 맛소금, 옛날당면 등 포장지까지 그대로 베낀 짝퉁 K식품을 중국 온·오프라인 플랫폼에 그대로 판매해 논란이 됐다. 식품산업협회 관계자는 “식품사들과 ‘K푸드 모조품 근절을 위한 공동협의체’를 구성해 중국 법원에 상표권 침해 소송 진행 중”이라며 “K푸드 모조품들이 불법 유통되는 상황을 계속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는 불닭볶음면은 가품과 모방 제품이 세계 곳곳에서 끊임없이 출몰하고 있다. 심지어 북한에서도 모방 제품이 생산돼 중국 등으로 유통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양식품에 따르면 제품명은 물론이고 패키지 색상과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진짜 제품과 같은 외양을 하고 있어 소비자들은 구별하기가 어렵다. 내용물도 면, 스프, 플레이크로 구성이 흡사하지만 맛은 실제 불닭볶음면과 달라 브랜드 이미지에도 상당한 타격을 받고 있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제조사명을 작게 표기하고 원산지만 교묘히 다르게 해 소비자들이 의식적으로 살펴보거나 확인하지 않으면 구별이 어려울 정도”라며 “브랜드 IP를 침해했다고 판단되는 제품에 대해서는 상표권과 저작권 침해를 근거로 경고장 발송, 행정조치 등 법적 대응을 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CJ제일제당도 비비고, 백설, 다시다 등 대표 브랜드를 베낀 각종 짝퉁 상품이 해외 각지에서 유통되고 있어 대응에 분주하다. CJ제일제당은 2023년 6월 베트남에서 ‘백설’의 옛 로고를 베껴 ‘서울’이라는 브랜드를 단 모조품을 발견했는데, 지난해까지 현장 단속 및 유통 현장 급습을 통해 모조품 유통사의 벌금형을 이끌어낸 적 있다. ‘비비고’ 브랜드는 파라과이에서 현지 수출업체가 불법으로 상표 등록을 먼저 해 2년간 법적 다툼을 벌였고 상표 등록 무효 판결을 끌어낸 바 있다. 조미료 다시다의 경우 몽골, 중국 등에서 지속적으로 위조·모조품이 유통되고 있어 연 2회 이상 단속과 소송을 벌이고 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자사 브랜드의 디자인, 특허기술들을 침해하는 사례가 꾸준히 늘고 있어 더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라고 밝혔다.
국내 주류·음료들도 해외에서 불법 유통이 근절되지 않고 있다. 하이트진로에 따르면 베트남만 해도 글씨체와 병 모양이 참이슬류와 거의 같은 유사 소주 브랜드가 27개(지난해 기준) 이상 유통 중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해외에 유통되고 있는 K푸드들에 대한 국제상표권 등록을 최우선으로 삼아 짝퉁이 불법 유통되는 경우를 미연에 차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도 상황이 심각해지자 두 팔을 걷어붙였다. 한국식품산업클러스터진흥원은 최근 식품 산업 지식재산권 보호와 생태계 조성 방안을 연구하기 위한 외부 용역을 발주했다. 내년 중 연구를 마무리해 제도 개선에 착수할 계획이다. 김시균·이지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