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나노·256층 반도체 명시
전기차 모터·배터리에도 쓰여
![중국 시안의 삼성 반도체 공장 [사진 = 연합뉴스]](https://pimg.mk.co.kr/news/cms/202510/09/news-p.v1.20251009.d997dbbf571a4585bfff92f31e954fb0_P2.jpg)
미국이 반도체를 때리면, 중국은 희토류를 막는다. 중국이 기습적으로 ‘희토류 갈등’을 재점화하면서 미·중 무역전쟁의 피해를 한국 기업이 고스란히 입게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9일 중국 상무부는 희토류와 관련 기술 등에 대한 수출 통제 조치 대상에 반도체와 인공지능(AI)에 사용되는 희토류를 명시했다.
문제는 이번에 명시된 14㎚(나노미터) 이하 시스템반도체 혹은 256층 이상의 메모리반도체, 이들 반도체의 제조·테스트 장비에 쓰일 희토류 수출 제한의 직접적 피해자가 한국이라는 점이다.
이번 조치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기업들도 공급망 점검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통제 대상에는 사마륨, 디스프로슘, 터븀 등 자성(자석 성질)을 높이는 희토류가 포함됐다.
이들 원소는 반도체 노광기나 식각기 같은 정밀 장비에 쓰이는 핵심 소재로 장비의 성능과 안정성을 좌우한다. 특히 디스프로슘은 영구자석의 고온 내구성을 강화하는 필수 첨가제로 중국이 공급망 90%를 독점하고 있다.

이번 수출 통제로 인해 장비에 중국산 희토류가 포함돼 있을 경우 수출입 승인 절차가 추가되며, 납기 지연 등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장비의 작은 부품 하나라도 중국산 희토류가 들어 있다면 수출 승인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건지 들여다봐야 한다”며 “허가 지연이 생산라인 가동률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노광·식각·검사 장비 부품에는 희토류 합금이 일부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번 통제로 첨단 반도체 장비 전반이 사실상 개별 심사 대상이 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반도체 업계는 단기적으로는 희토류 비축 확대와 공급처 다변화, 장기적으로는 대체 기술 개발을 병행할 전망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희토류를 외교적 압박 수단으로 활용한 게 하루이틀이 아니기 때문에 주요 기업은 이미 공급처 다변화와 재고 확보에 나서왔다”며 “당장 단기적으로 급격한 충격이 발생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디스프로슘의 경우 전기차 모터와 배터리 제작에 사용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공급이 부족할 경우 세계적 전기차 기업인 현대자동차·기아도 생산에 차질이 빚어질 우려가 생기고 있다. 영구 자석이 필요한 풍력발전, 방산 업계에도 파장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만 디스플레이에도 터븀이 들어가지만 극소량이 사용되므로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산업통상부 관계자는 “현재 한중 간 수출 통제 대화 채널을 통해 중국이 알려온 내용에 대한 구체적 적용 범위를 협의하고 있다”며 “희토류가 영구자석의 핵심 소재이기 때문에 자동차, 가전 분야 등 업계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분석해 대응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