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 제주항공 참사로 유동성 악화

재계 서열 62위인 애경그룹이 창립 71년 이래 최대 위기에 처했다. 그룹 전반의 유동성 위기가 고조되면서 모태 사업인 애경산업을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애경그룹은 삼정KPMG를 최근 주관사로 선정하고 애경산업 매각 작업에 착수했다. 매각 대상은 AK홀딩스와 애경자산관리 등이 보유한 애경산업의 지분 약 63%인 것으로 알려졌다. 1일 종가 기준 애경산업 시가총액이 3829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단순 지분가치는 2426억원이다.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과 자산가치 등을 합치면 매각가는 수천억 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김상준 애경산업 대표이사는 1일 서울 마포구 소재 본사에서 임직원들에게 매각 상황을 발표하며 “최근 매출과 영업이익이 좋지 않았다”며 “현재 회사 매각을 위한 절차를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1954년 애경유지공업으로 출발한 애경산업은 애경그룹의 모태사업으로, 지난해 약 6791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사업 비중은 화장품이 60%, 생활용품이 40% 수준이다. 대표 브랜드로는 화장품 ‘루나’와 생활용품 ‘케라시스’가 있다.
애경그룹은 이번 매각을 통해 그룹 전반의 재무 구조를 개선하고 유동성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룹 지주사인 AK홀딩스의 부채는 지난해 말 기준 약 4조원에 달하며, 연결 기준 부채비율도 2020년 233.9%에서 지난해 328.7%까지 치솟았다.
이는 AK홀딩스가 자회사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한 데 따른 결과다. 전국 백화점 4곳과 쇼핑몰 7곳을 운영하는 AK플라자에 1600억원,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제주항공에는 2600억원이 넘는 자금이 투입됐다.
애경그룹은 애경산업 외에도 비주력 자산 매각에 나서고 있다. 경기 광주에 위치한 회원제 골프장 중부CC 매각도 추진할 예정이다. 이 골프장은 애경 오너 일가가 2008년 설립한 가족회사 ‘애경중부컨트리클럽’이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말 ‘무안 제주공항 참사’ 이후 그룹 계열사 주가가 하락하며 유동성 우려가 더욱 커졌다. 현재 AK홀딩스와 애경자산관리가 보유한 애경산업 지분 63.16%과 제주항공 지분 53.59% 대부분이 담보로 잡혀있어, 주가 하락 시 추가 증거금 요구(마진콜)가 발생할 수 있다.
이에 애경그룹은 AK플라자와 제주항공 등 핵심 사업을 살리기 위해 모태사업인 애경산업을 매각해 차입금 일부를 상환하겠다는 전략이다.
애경그룹은 2일 “애경산업 매각은 검토 중이며 아직 확정되지 않은 사항”이라며 “구체적인 사항이 확정되는 시점 또는 1개월 이내에 재공시하겠다”고 공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