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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도 ‘AI 증강 리더’가 될 수 있다

나건웅 기자
입력 : 
2025-03-28 13:01:31
수정 : 
2025-04-04 08:5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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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리더십’ 관심이라는데

업종 불문, 최근 재계에서 가장 뜨거운 화두는 뭐니 뭐니 해도 인공지능(AI) 활용법이다. 모든 영역에 AI 기술을 전격 도입, 이를 기반으로 업무와 조직 효율을 높이는 ‘AI 트랜스포메이션’ 바람이 거세다. 빠르게 발전하는 AI 기술 속도만큼이나 업무 방식에도 거대한 변화가 전망된다.

의사결정권자에게 요구되는 리더십도 달라졌다. 이른바 ‘AI 리더십’ 중요성이 강조된다. 리더가 갖춰야 할 새로운 덕목을 주제로 한 각종 리포트와 서적들이 최근 쏟아지는 중이다. 시대에 리더가 챙겨야 할 체크리스트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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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AI 증강 리더’가 뜬다

인간 고유 리더십에 AI 장점 결합

최근 AI는 사람 업무를 ‘대체’하기보다는 ‘조력’하는, 이른바 도우미로서 역할이 강조되는 중이다. 리더 역시 마찬가지다. AI가 리더 역할을 대신하는 것이 아닌, AI를 통해 리더십을 증강하는 ‘AI 증강 리더’ 개념이 각광받는다. 통찰력·진정성 등 인간 고유 리더십 역량에, AI 장점을 결합하는 방식이다. AI를 활용하면 복잡한 조직 관리나 전략적 의사결정 등 상황에서 더 효과적인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다는 관점이다. 이한빈 LG경영연구원 연구원은 “AI가 리더 역할을 대체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AI를 활용하는 리더가 AI를 활용하지 못하는 리더를 대체하는 흐름은 조만간 현실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 의견을 종합하면 AI 증강 리더에게 요구되는 역량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높은 AI 기술 이해도’다. 최신 디지털 기술 동향과 혁신 사례에 대한 깊이 있는 지식이 필요하다. 수많은 AI 프로그램과 솔루션 중 조직과 업무에 적합한 기술을 선별할 줄 알아야 한다. ‘AI 리더십’ 책을 쓴 오상진 경희대 인적자원경영 MBA 교수는 “AI 기술 잠재력과 위협 요인을 정확히 파악하고 조직 업무와 연계시키기 위해서는 일단 AI에 대한 탄탄한 기본 지식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둘째 ‘AI 맞춤형 조직화’ 역량이다. 기존 업무 프로세스와 조직 구조를 AI 시대에 맞게 재설계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스킬 중심 인사, 민첩한 애자일 조직으로 변화 등이 거론된다. 하지만 역시나 최우선으로 필요한 건 ‘데이터’의 확보라는 데 이견이 없다. 이중학 가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AI 트랜스포메이션을 위해서는 AI가 학습할 수 있는 데이터의 존재가 필수다. 인사·성과 등 조직 내 데이터를 확보하고 또 정제하고 나서야 비로소 AI 활용 가능성이 열린다”고 말했다.

셋째 ‘AI 커뮤니케이션’이다. 조직이 AI 혁신을 수용하고 나아가 조직 전반에 확산될 수 있도록 이끄는 능력이 필요하다. 이때 교육이 중요하다. 현재는 AI를 놓고 구성원 사이 상당한 지식 격차가 존재한다. 조직 내 AI 중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도록 AI 교육을 적극 도입할 필요가 있다. 황공주 딜로이트컨설팅 상무는 “모든 구성원이 역할 관계 없이 AI 기능과 영향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갖출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한다. 조직 내 AI 리터러시(문해력) 격차를 없애기 위해선 일회성 교육 시나리오가 아닌 지속적인 AI 학습 문화가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리더가 이끌어야 한다”고 말했다.

리더, AI 실무 활용 방법은?

조직 관리·소통·의사결정에 도움

리더가 직접 AI 도구를 활용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도 있다. 챗GPT 같은 생성형 AI와 대화를 통해, 그간 리더가 혼자 짊어져야 했던 조직관리·소통·의사결정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부하 직원이 최근 어떻게 일하고 있고 또 어떤 고충을 느끼는지 파악하는 건 조직 관리의 기본이다. 그동안은 구성원 설문조사를 단순 취합해 정해진 형식의 결과 리포트를 받아보는 데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AI와 대화를 통해 리더들은 간단한 질문만으로도 조직 내 상황을 쉽고 입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됐다.

예를 들면 이렇다. 설문조사 결과를 학습한 AI에게 “이번 조직 문화 조사에서 업무 몰입과 관련이 있으면서도 점수가 낮은 항목들을 추출해줘”라고 지시하는 식이다. AI가 ‘의사결정 프로세스’ ‘업무 자율성’ 등을 꼽았다고 해보자. 리더는 “위 항목 점수가 낮은 구성원이 제출한 주관식 답변 내용을 분류하고 주요 키워드를 뽑아줘”라고 추가 요청한다. AI와 대화를 통해 리더는 개별 구성원 생각과 조직 상황을 생생하게 이해할 수 있고 나아가 분석 결과를 토대로 조직 문화 개선 방안을 조언받을 수도 있다. 이 밖에 ‘신입 직원 적응 지원’ ‘성과 데이터 입체적 분석’ ‘이직 가능성 예측을 통한 선제 대응’에도 활용 가능하다.

구성원과 소통에 있어서도 AI 도움을 받으면 더 나은 결과를 낼 수 있다. 이를 입증하는 흥미로운 실험 결과가 있다. 미국 듀크대 연구진은 ‘미국 내 총기 규제’에 대한 온라인 토론 실험을 두 그룹으로 나눠 실시했다. 한 그룹에는 GPT 모델이 미리 학습한 ‘충돌 중재 원칙’에 입각해 토론 메시지를 수정·전달해줬고, 다른 그룹에는 수정 없는 메시지를 그대로 발송했다. 실험 결과, GPT를 적용한 그룹에서 대화 생산성과 의견 수용도가 모두 증가했다. AI 교정을 거친 집단에서는 대화의 무례함이 줄었고 결과적으로 불필요한 갈등을 피할 수 있었다.

이를 리더 의사소통 과정에도 적용할 수 있다. 회사가 추구하는 방향이나 리더십 원칙, 커뮤니케이션 스킬, 참고해야 할 사례 등을 AI에 미리 학습시킨 뒤, AI에게 자신이 전하고 싶은 바를 요구하면 효과적인 의사소통 방안을 알려주는 식이다. 예를 들어 AI에게 구성원 성격이나 과거 성과 자료를 감안해 피드백 시 조심해야 할 표현 등을 요청하면 AI는 불필요한 갈등을 막을 수 있는 효과적 소통 방안을 제안한다.

이한빈 연구원은 “물론 사내에 설문조사 결과나 성과 데이터를 AI가 학습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돼야 가능한 일이다. 최근 글로벌 설문 플랫폼 업체도 관련 기능 개발을 서두르는 중”이라며 “리더가 AI와 대화를 통해 조직 상황을 깊이 이해하고 해결안이나 소통 방법까지 조언받는 모습으로 진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AI 리더, 주의해야 할 점은

최종 판단, 결국 인간이…맹신 금물

AI가 만능 열쇠는 당연히 아니다. 리더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AI를 맹신하고 무작정 조직을 운영할 경우 부작용이 따라올 수 있다.

리더로서 ‘인간성’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데 전문가 의견이 모인다. AI가 더 좋은 리더십을 개발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은 분명하지만 한계가 있다. AI가 제공하는 정보와 통찰이 100% 정확할 수 없는 만큼, 리더가 의사결정을 내릴 때 더 긴장해야 한다.

글로벌 기업에서도 AI 활용 시 ‘제동’을 걸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수립해놓은 상황이다. 예를 들어 구글은 정기적으로 AI 의사결정 패턴을 분석해 편향성을 검출하고 수정하도록 의무화했다. IBM 역시 AI와 인간 협업 모델을 채택했다. 어찌 됐든 최종 의사결정에는 반드시 인간 전문가 판단이 개입되도록 규정했다.

AI 도입 시 명확한 목표를 설정하는 것도 중요하다. 단순 유행을 따르듯 구체적인 목표 없이 무작정 AI를 도입하고자 하면 역효과가 나타난다. 과도한 투자보다는 AI로 즉각 성과를 낼 수 있는 소규모 과제를 발굴하고 우선 실행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AI 도입 시 발생할 수 있는 ‘구성원 내 역량 양극화’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AI 도입으로 숙련 전문가 생산성은 커지지만 신입 직원 학습 기회는 오히려 감소할 수 있다. ‘의료계 로봇 수술’이 좋은 예다. 로봇 수술은 전문의 수술 효율성을 크게 높이지만 동시에 수련의가 보조 경험을 쌓는 기회를 앗아가는 부작용을 야기했다.

김주호 카이스트 전산학부 교수는 “AI 도입에 따른 역량 양극화를 막기 위해선 조직 내 지식 전수 체계 전반에 대한 재설계가 필요하다”며 “단기 생산성 향상에만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조직 내 장기적 학습 능력을 키우는 방향으로 AI 활용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건웅 기자 na.kunwoong@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03호 (2025.04.02~2025.04.0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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