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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심리 경고등” vs “실물 지표는 견조” [US Report]

뉴욕 = 윤원섭 특파원
입력 : 
2025-04-05 2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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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제 침체 논란 분석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무역 전쟁 여파로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지를 두고 월가 논쟁이 격화되고 있다. 아직 실물 지표가 침체를 나타내지 않아 침체는 아니라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경기가 둔화하고 경제 심리가 악화하고 있어 주의해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찮다.

각 주장의 근거가 되는 지표는 성격이 조금 다르다. 가계·기업 대상 설문조사에 기반한 연성(soft) 지표는 소비나 투자 심리를 나타내는데 최근 트럼프 관세 여파로 크게 위축했다. 반면 정부가 발표하는 고용이나 생산 지표 같은 경성(hard) 지표는 아직 견조한 모습이다.

소비 심리가 위축됐다는 신호는 곳곳에서 나타난다. 올 3월 미시간대 소비자신뢰지수는 전달 64.7에서 11% 하락한 57.9를 기록해 2022년 11월 이후 2년 4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3월 1~8일 일주일간 신용·체크카드 소비가 전년 동기보다 2% 늘었지만 항공료 지출은 7.1% 줄었고 주택 개선 지출도 2.7% 줄었다고 밝혔다. 레베카 패터슨 외교관계위원회(CFR) 선임연구원은 “소비자가 고급·고가 상품 소비를 처음으로 줄였다”면서 “필수재 안에서는 더 저렴한 브랜드로 바꿀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나이키, 델타항공, 월마트 등 경영진도 최근 실적 발표에서 소비 심리 둔화 우려를 표하며 경기 둔화 불안감을 키웠다. 더그 맥밀런 월마트 CEO는 “예산이 팍팍해진 소비자들이 압박받는 소비 행태를 보인다”고 밝혔다.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모델인 GDP나우는 올 1분기 미국 GDP 성장률이 전 분기 대비 연율 기준 -1.8%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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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제성 뉴욕생명자산운용 CIO 전망은

“美 증시, 상반기 주춤·하반기 상승”

반면 실물 경제활동을 반영한 경성 지표는 미국 경기 둔화에도 급격히 하락하는 상황과는 거리가 있음을 보인다.

2월 미국 비농업 일자리는 전월 대비 15만1000명 증가했다. 기존 전망에는 조금 못 미쳤지만 여전히 노동 시장이 견조한 상황임을 보여준다. 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대비 2.8%로 1월(3%)보다 둔화해 인플레이션 반등 우려를 덜었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지난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상당한 우려를 보여주는 것은 연성 지표, 즉 설문조사”라면서도 “연성 지표가 경성 지표에 영향을 미치는 모습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물론 대체적인 평가는 실물 지표 침체가 없더라도 주의해야 한다는 분위기다. 시티그룹 앤드루 홀렌호스트 미국 경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경성 지표는 한두 달 전 일어난 일이고 설문은 미래 전망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이런 설문 결과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 경제 심리에 크게 영향받는 미국 주식 시장은 최근 급락했다. 나스닥100지수는 10% 이상 하락해 기술적 조정 국면에 진입했고 S&P500지수는 한때 조정 국면에 진입한 바 있다. 미국 주식에 투입되는 자금은 유럽과 중국으로 투자처를 옮기는 분위기다.

윤제성 뉴욕생명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최근 트럼프 정책 불확실성으로 급락한 주식 시장이 급락한 것과 관련 현재 미국 주식은 미 경제 펀더멘털과는 무관하게 트럼프 정책 불확실성이 몰고 온 두려움에 기반한 투매라고 진단했다. 이어 “시장에서는 경기 침체를 우려하지만 실제 침체 신호는 보이지 않는다”면서도 “다만 단기적으로는 조정장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올 상반기까지 트럼프발 정책 불확실성으로 미국 증시가 불안한 모습을 보이겠지만 하반기부터는 반등할 것으로 전망했다. 윤 CIO는 “하반기가 되면 트럼프 압박에 따라 미국에 전 세계 투자가 몰려올 것”이라며 “이 투자 붐이 미국 경제를 끌어올리고 주가도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 = 윤원섭 특파원 yoon.wonsup@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03호 (2025.04.02~2025.04.0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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