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사기 발행’ 규명 주력

개인 투자자에게 팔린 홈플러스 단기채권 규모가 2000억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일반법인 판매분까지 합친 소매 판매 규모는 5400억원 수준이다. 전체 홈플러스 채권 판매 잔액 6000억원 중 대다수가 개인·일반법인에 떠넘겨진 셈이다.
16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과 금융투자업권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 홈플러스 기업어음(CP)·카드대금 기초 유동화증권(ABSTB·자산유동화 전자단기사채)·단기사채 등 단기채권 판매잔액은 총 5949억원이다.
이 중 증권사 일선 지점 등을 통해 개인 투자자에게 팔린 규모는 2075억(676건)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또 일반법인에 판매된 규모는 3327억원(192건)으로, 기술·전자·해운업 등을 영위하는 중소기업들이 주로 홈플러스 단기채권에 투자했다.
홈플러스가 기업회생 절차를 이미 준비하고 있었으면서도 채권을 발행해 개인투자자들에게 손실을 떠넘겼을 경우, 대형 형사사건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홈플러스는 기업회생이 진행된 지난달에만 총 11차례에 걸쳐 1807억원의 단기채권을 발행한 바 있다. ABSTB 발행이 1517억원(4회)으로 가장 많았고, 단기사채 160억원(4회), CP 130억원(3회) 등 순이었다. 특히 홈플러스는 지난달 25일 신용평가사로부터 신용등급 하락을 인지한 이후에도 820억원 규모의 ABSTB를 발행했다는 의혹을 집중적으로 받고 있다.
여기에 홈플러스 매장을 자산으로 편입한 리츠나 부동산 펀드에서도 대규모 개인 투자자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이다. 홈플러스는 우량 점포를 팔아 현금화하고, 이를 다시 빌려 영업하는 ‘매각 후 재임차(세일 앤드 리스백)’ 전략을 써왔다.
점포를 자산으로 편입한 리츠는 홈플러스로부터 임대료를 받아 투자자들에게 배당해 왔는데, 홈플러스가 임대료를 지급하지 못하면 투자자들의 손실이 본격화할 수 있다. 금융당국은 홈플러스 점포를 기초 자산으로 둔 리츠와 펀드 규모를 1조원대 수준으로 파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은 홈플러스와 대주주인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의 신용등급 하락 사실을 사전에 인지하고도 단기채권을 발행했는지를 규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지난 13일 홈플러스 유동화증권 발행 주관사인 신영증권 등에 대한 검사에 착수한 상태다.
홈플러스와 MBK가 신용등급이 강등될 것을 미리 인지했거나 회생신청 계획을 미리 세우고도 채권 발행을 지속했다는 것이 밝혀질 경우 사기적 부정거래 등을 적용해 법적 처벌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