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핀란드 등 북유럽국가
문해력 저하에 디지털책 중단
태블릿으로 글 읽을 때보다
종이로 보면 독해력 8배 쑥
문해력 저하에 디지털책 중단
태블릿으로 글 읽을 때보다
종이로 보면 독해력 8배 쑥

디지털 교과서를 채택하며 '탈종이'를 택했던 국가들도 종이 교과서로 회귀하는 추세다.
11일 출판업계에 따르면 리디아 알타무라 스페인 발렌시아대 교수 연구팀은 2023년 종이책으로 독서할 때 디지털 독서보다 독해력이 6~8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해 학계의 주목을 끌었다. 디지털 독서와 종이책 독서의 효과를 비교한 2000~2022년의 선행 연구 25편을 메타 분석한 결과다. 분석 대상만 30개국 47만명에 달한다. 연구팀은 "디지털 기기가 주의를 산만하게 하고, 온라인 글이 어휘나 내용 면에서 종이책에 비해 미흡한 점이 독해력 향상을 방해하는 요인"이라며 "디지털 독서를 자주 하는 아이들은 학문적인 어휘 발달이 더딜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같은 해 혼마 모토야스 일본 쇼와대 교수 연구팀도 스마트폰으로 전자책을 읽으면 종이책을 읽을 때보다 독해력이 낮아진다고 분석했다. 일본 대학생 34명에게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 '노르웨이의 숲'과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를 각각 스마트폰과 종이책으로 읽게 했는데, 두 책 모두 종이책을 읽었을 때가 스마트폰으로 독서할 때보다 이해도가 높았다.
혼마 교수는 "스마트폰으로 전자책을 읽을 때는 주의력이 강제적으로 높아지면서 심호흡을 덜 하게 되고, 뇌의 전전두엽이 과도하게 활성화돼 독해력이 떨어진다"고 분석했다.
디지털 교과서와 태블릿PC를 활용한 '디지털 교육'을 추진했던 나라 중에서 종이책 교육으로 회귀한 사례도 있다. 2017년 디지털 교과서를 전면 도입했던 스웨덴은 6년 만에 이를 포기하고 2023년 종이책 수업으로 방향을 틀었다. 스웨덴 전역의 많은 학교에서 문해력 저하 같은 부작용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스웨덴 교육부 의뢰를 받아 연구를 진행한 스웨덴 왕립 카롤린스카 의대는 "(디지털) 화면을 통해 읽고 쓸 경우 독해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화면에서 읽거나 화면에 쓴 정보는 책에서 읽은 정보보다 기억하기 더 어렵다"고 지적했다.
핀란드, 노르웨이 등 다른 북유럽 국가도 유아와 어린 학생을 대상으로 한 디지털 교육을 중단하고 종이책으로 돌아가는 추세다. 지난 10여 년간 핀란드는 11세부터 모든 학생에게 무료로 노트북을 제공하는 등 디지털 교육에 적극적이었지만, 부작용이 나타나자 종이책으로 회귀하고 있다.
디지털 기기 과사용으로 인한 산만함, 시력 저하, 불안 증가, 학업성과 저하 등이 보고되면서 지자체 결정으로 지난해부터 종이책 활용 수업을 다시 늘리고 있다.
[서정원 기자 / 이호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