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형마트 홈플러스가 유동성 위기로 회생절차에 돌입하며 회사 소유주인 MBK파트너스가 위기를 맞았다. MBK는 2015년 홈플러스를 약 7조원에 인수했는데, 재매각이 미뤄지고 재무 부담이 커지면서 홈플러스는 ‘아픈 손가락’이 됐다. 특히 MBK가 애초 5조원 안팎의 빚을 지며 인수한 가운데 전자상거래 부상과 코로나19 사태로 오프라인 유통 업계 침체가 치명적으로 작용했다.
4일 홈플러스는 지난달 말 신용등급이 ‘A3’에서 ‘A3-’로 한 단계 떨어지자 대금 지급 불능 등을 막고자 서울회생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해 개시 결정을 받았다. 현재 홈플러스의 금융부채는 현재 약 2조원에 달한다. 지금 EBITDA(감가상각 전 영업이익) 규모로는 설비투자, 임차료, 자본 비용 등을 충당하기가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MBK는 2015년 홈플러스 지분 100%를 7조2000억원에 인수했는데, 이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사상 최대 바이아웃(Buyout·재매각 목적 기업인수) 거래로 주목받았다. 당시 MBK는 인수 비용 중 2조2000억원은 블라인드 펀드를 통해 마련하고, 나머지 5조원은 홈플러스 명의 대출과 MBK 측의 인수금융 대출로 충당했다. 그런데 이 레버리지가 홈플러스 운영에 큰 짐이 된 것이다.
홈플러스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 일부 매장을 팔기도 했다. 홈플러스 매장은 2019년 140개에서 현재 120여개로 대폭 줄었다. 홈플러스는 수익성 개선을 기대했으나, 원금 상환과 이자 비용이 성과를 상쇄해 계속 쪼들렸다. 유통업 자체의 불황도 한몫했다. 대형마트 규제와 쿠팡 등 전자상거래 기업과의 경쟁 등으로 오프라인 고객이 급감하면서 실적이 떨어졌다.
홈플러스는 MBK로 넘어가기 전인 2014회계연도(2014년 3월∼2015년 2월) 240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그런데 2022년과 2023년엔 각각 2602억원과 1994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회사의 고전으로 MBK의 엑시트(투자금 회수)는 인수 후 9년이 넘도록 전망 자체가 불투명했다. MBK는 지난해 6월 기업형 슈퍼마켓 부문인 ‘홈플러스익스프레스’를 매각하는 방안도 내놨으나, 이도 지금껏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번 사태는 소유주인 MBK에 큰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1등 PEF로서의 위상과 평판이 실추될 수밖에 없다. 또 노동조합 등 홈플러스 구성원들과의 내홍은 매각 추진 때보다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MBK가 참여한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MBK 관계자는 “법원이 홈플러스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이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 회생절차 개시 결정을 내린 만큼, 회생절차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