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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기업 기 살리기? 미국 견제용? [생생中國]

베이징 = 송광섭 특파원
입력 : 
2025-02-28 2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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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빅테크 수장 소집한 시진핑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2월 17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민간 기업과의 심포지엄에서 중국 최대 통신 업체 화웨이의 창업자 런정페이 회장과 악수하고 있다. (신화통신=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2월 17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민간 기업과의 심포지엄에서 중국 최대 통신 업체 화웨이의 창업자 런정페이 회장과 악수하고 있다. (신화통신=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자국 빅테크 수장들을 불러 모아 심포지엄(좌담회)을 개최했다. 특히 지난 1월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가 ‘가성비 AI 모델’을 선보여 전 세계를 놀라게 한 상황이어서 이번 행사 취지와 배경 등에 상당한 관심이 집중된다.

중국 관영 매체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지난 2월 17일(현지 시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민간 기업들과 심포지엄을 열고 “새로운 시대에는 많은 민영 기업과 기업인이 역량을 발휘해야 한다”며 “국가에 대한 보답의 뜻을 품은 채 발전을 도모하고 공동 부유를 촉진함으로써 중국식 현대화를 추진하는 데 더 큰 기여를 하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이어 “현재 직면한 어려움과 도전은 개혁 발전과 산업 전환 과정에서 나타나는 것으로 극복할 수 있다”며 “국내외 정세에 대한 당의 판단과 결정에 맞춰 발전에 대한 신뢰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에는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 전 회장과 스마트폰 1위 업체이자 전기차 업체인 샤오미 창업자 레이쥔 회장, 최대 통신 업체 화웨이의 런정페이 회장 등이 참석했다. 또 세계 1위 전기차 제조사 BYD 왕촨푸 회장, 세계 최대 배터리 기업 CATL 쩡위친 회장, 중국 최대 IT 업체 텐센트의 마화텅 회장 등도 모습을 드러냈다. 딥시크의 ‘빠링허우(1980년대생)’ 창업자 량원펑 회장과 ‘주링허우(1990년대생)’ 창업자로서 최근 휴머노이드 로봇을 공개해 주목받고 있는 유니트리의 왕싱싱 회장도 자리했다.

習, BYD·딥시크 젊은 창업자 호출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까지 좌담회 참석

이번 행사를 두고 민간 기업 주도로 작금의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시 주석 의지가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내수 부진과 부동산 침체 장기화로 중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커진 데다, 미·중 기술 경쟁과 무역 분쟁까지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와 AI 등 첨단 산업을 둘러싼 미·중 경쟁은 더 격화될 수밖에 없다. 경쟁에서 밀리지 않으려면 기술 자립은 필수며 그 선봉에는 빅테크가 있다. 핀포인트자산관리의 장즈웨이 사장 겸 수석이코노미스트는 “2018년 행사에 비해 기술 부문 참석자가 더 늘었다”며 “이번 행사는 중국 지도부가 ‘민간 부문이 기술 혁신에서 더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장려하고 싶다’는 분명한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이번 행사에서 마 전 회장 등장은 모두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는 2020년 10월 왕치산 국가부주석을 비롯해 최고위 당국자들이 대거 참석한 포럼에서 금융당국 규제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후 알리바바 산하 앤트그룹 상장은 무산됐고 마 전 회장은 한동안 대중 앞에서 자취를 감췄다. 그런 그가 이번 행사에 참석한 일 자체가 ‘중국 공산당은 빅테크를 지지한다’는 메시지라는 진단이다.

반면 중국 최대 포털사이트 바이두 창업자 리옌훙 회장은 이번 행사에 참석하지 않았다. 이에 2023년 중국 최초의 AI 챗봇 ‘어니봇’을 내놓은 바이두가 시장에서 입지를 잃은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사 임원은 이에 대해 “바이두가 수년에 걸쳐 AI ‘어니(중국명 원신)’를 개발하면서 얻은 선도적 우위를 잃어가고 있다. 딥시크 같은 후발 주자를 따라가고 있음을 암시한다”고 말했다. 틱톡 모회사인 바이트댄스 장이밍 창업자도 보이지 않았다.

부동산 분야 거물들도 완전히 배제됐다. 홍콩 성도일보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이와 관련, “부동산은 더 이상 민영 경제 성장의 핵심이 아니다”라며 “신에너지와 첨단 제조업이 이를 대체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베이징 = 송광섭 특파원 song.kwangsub@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98호 (2025.02.26~2025.03.0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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