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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男 혀 깨물고 유죄받은 최말자 씨...61년만 재심 결정

정혜승 기자
입력 : 
2025-02-13 15: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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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말자 씨. (출처=연합뉴스)
최말자 씨. (출처=연합뉴스)

61년 전 성폭행을 시도하던 남성의 혀를 물어 중상해죄로 유죄를 선고받았던 최말자(78) 씨의 재심이 열린다.

부산고법 형사2부(부장판사 이재욱)는 최 씨의 사건 재심 기각결정에 대한 항고를 인용한다고 13일 전했다. 재판부는 “진술서 내용이 상당히 구체적이고 일관된다”며 “재심청구의 동기에 부자연스럽거나 억지스러운 부분이 발견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1964년 5월 6일 당시 18세이던 최 씨는 자신을 성폭행하려던 남성 노모 씨의 혀를 깨물었다. 노 씨의 혀는 1.5cm 정도 절단됐다. 이에 따라 최 씨는 중상해죄로 부산지법에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최 씨는 정당방위라고 주장했으나, 당시 재판부는 최 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최 씨를 성폭행하려던 노 씨에게는 최 씨보다 가벼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노 씨에게는 특수주거침입·특수협박 혐의만 적용됐다. 노 씨의 강간미수 혐의는 불기소처분됐다.

가해자로 낙인찍혔던 최 씨는 2020년 5월 용기를 내 재심을 청구했다. 그러나 부산지법과 부산고법은 수사 과정에서 ‘검사가 불법 구금을 하고 자백을 강요했다’는 최씨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가 없다며 청구를 기각했다.

이에 대법원은 3년 넘는 심리 끝에 최 씨의 주장이 맞다고 볼 정황이 충분하다고 봤다. 최 씨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고, 검사의 위법행위가 있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대법원은 재심 대상 판결문·신문 기사·재소자 인명부·형사 사건부·집행원부 등 법원 사실조사가 필요하다며 사건을 파기환송 했다.

재검토에 들어간 부산고법 형사2부는 ‘혀 절단’이 최 씨가 자신을 방어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것이며, 당시 불법 구금·조사 등 주장도 구체적이고 일관적이라고 판단했다. 최 씨는 “치욕스러운 조사를 받았다. (당국이) 그 사람(노 씨)와 결혼하라고 했다”면서 “못 한다고 하니까 (검사가) 돈을 주고 합의하라고 했다. 남자 장애 만들고 불구 만들었다는 책임에서 합의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적법절차가 완전하게 준수되지 못하고, 가부장제 속 차별적 가치관이 팽배하였던 과거 권위주의 상황에서 최 씨가 당시 수사기관의 불법행위를 정면으로 주장하지 않았던 점을 현재의 잣대로 들이대선 안 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지난 2020년 최 씨 사건과 유사한 사건이 발생한 적도 있다. 2020년 7월 부산에서 20대 여성 A씨는 자신을 황령산으로 끌고 가 청테이프 등으로 묶고 성폭행을 시도한 30대 남성 B씨의 혀를 깨물었다. B씨는 노 씨처럼 A씨에 중상해죄로 맞대응했다. 수사기관은 A씨의 행위를 형법상 면책사유로 봤고, B씨를 감금 및 강간치상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1심, 2심이 징역 3년을 선고했고, 대법원도 B씨의 상고를 기각하면서 유죄가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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