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모든 철강·알루미늄 수입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하면서 한국 철강 산업이 직격탄을 맞았다.
미국 백악관은 10일(현지 시각) 이러한 내용의 포고문을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관세 부과에 대해 “예외나 면제는 없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때도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해 국가 안보를 이유로 철강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했다.
이때 한국은 미국과 협상을 통해 철강 관세를 면제받는 대신 수출 물량을 제한하는 쿼터제를 수용했다. 따라서 현재 한국은 대미 철강 수출에서 무관세를 적용받고 있는데, 앞으로는 25% 관세가 적용된다.
한국 철강업계는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한국의 대미 철강 수출량은 277만t으로, 돈으로 환산하면 6조원 규모다. 한국 철강 수출시장에서 미국은 일본, 인도에 이은 3위국이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전체 매출 중 10%가 미국 수출로 벌어들인 것이다.
최근 한국은 열연 강판 1t을 약 82만원에 미국으로 수출했다. 수출 운송비를 더하면 90만원이고, 여기에 관세 25%를 매기면 112만5000원 수준이다. 미국 현지 기업이 생산하는 같은 제품은 1t당 약 109만원 정도다. 미국 내에서 한국 철강 제품의 가격경쟁력이 하락하게 되는 것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미국 시장에 접근하지 못하는 중국의 ‘가성비’ 철강 제품이 동남아 등 세계 각지로 쏟아지면 한국산 철강 제품의 가격경쟁력은 더 낮아질 전망이다.
이번 정책으로 철강과 알루미늄을 많이 사용하는 자동차 업계에는 그림자가 드리웠다. 자동차 1대를 생산하는 데 철강 1t, 알루미늄 250㎏이 필요하다. 현대차그룹은 한국에서 생산된 철강과 알루미늄을 미국으로 들여와 북미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현지 생산량을 연간 118만대까지 끌어올릴 계획이었던 현대차그룹으로서는 원가 부담이 늘어난 셈이다.
가전업계도 마찬가지다. 냉장과 세탁기 등을 만들 때 원자재에서 철강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현재 삼성전자는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 LG전자는 테네시주에 각각 가전 생산기지를 두고 있다.
트럼프 정부의 멕시코산에 대한 관세 부과 방침으로 미국 내 라인 확대 등을 검토하던 와중에 철강 관세 부과 조치까지 내려지며 셈법이 복잡해졌다. 이에 가전업계는 미국산 강판 구매 등의 대응 방안을 모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