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수형 맥킨지앤드컴퍼니 파트너
전세계 로봇 생산량 1위 중국
세계 2위 AI 기술력과 결합땐
로보틱스 시장서 존재감 두각
韓, 제조업 강해 로봇 수요 커
K로봇, 국내시장서 자리잡고
역량 강화하면 세계서도 승산
전세계 로봇 생산량 1위 중국
세계 2위 AI 기술력과 결합땐
로보틱스 시장서 존재감 두각
韓, 제조업 강해 로봇 수요 커
K로봇, 국내시장서 자리잡고
역량 강화하면 세계서도 승산

최근 매일경제와 인터뷰한 엄수형 맥킨지앤드컴퍼니 파트너는 중국 로봇 산업의 위협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엄 파트너는 맥킨지앤드컴퍼니의 트랜스포메이션 전문가다. 특히 국내외 제조업 기업들의 생산성 개선과 관련된 공정 자동화 및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T) 등과 관련된 프로젝트를 다수 수행했다. 또한 스마트팩토리 등에 사용되는 산업용 로봇 기업들과 다양한 협업을 진행해왔다.
엄 파트너는 "최근 중국 로봇 기업들은 매우 공격적으로 글로벌 유통망을 형성하고 있다"며 "미국이나 우리나라에도 중국 로봇을 판매하는 대리점이 들어온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가격으로 인해 로봇 도입이 어려운 중소기업들이 중국 로봇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며 "중국은 공장이 많아 로봇 수요가 많고, 수요가 많으니 규모의 경제로 가격 경쟁력이 만들어지고 있는 상황이라 로봇 시장이 폭발할 때 주도권을 가져갈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엄 파트너와의 일문일답.
-로보틱스 산업은 어떻게 구성되나.
▷어떤 기준으로 구분하느냐에 따라 다르다. 밸류체인으로 구분한다면 부품,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시스템통합(SI) 등으로 나뉜다. 최근엔 이 밸류체인을 통합하는 게 추세다.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SI 역량을 합해서 제공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또 로봇 형태로 구분할 수도 있다. 산업용 로봇, 협동 로봇, 서비스 로봇, 드론 및 자율주행 로봇, 휴머노이드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산업용 로봇과 협동 로봇 모두 산업 현장에 있지만, 전자는 혼자 일하고 후자는 사람 작업을 도와준다. 서비스 로봇은 식당, 호텔 등에서 사람에게 서비스를 제공한다. 의료 및 수술 로봇도 여기에 포함된다. 마지막으로 휴머노이드 로봇도 최근엔 산업 현장에 도입하기 위한 기술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향후 로보틱스 산업에서 가장 주목받는 분야는
▷현재 시장이 제일 큰 분야는 산업용 로봇이다. 이미 수십 년의 역사가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이 250억~300억달러에 달하고 연평균 성장률(CAGR)은 8~10% 수준이다. 협동 로봇 시장은 작지만 CAGR이 40~50%에 달하는 고성장 분야다. 향후 3~4년 내에 2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서비스 로봇은 물류 로봇 시장을 중심으로 성장 중이다. 즉 전통적인 산업용 로봇이 여전히 강세인 가운데 협동 및 서비스 로봇 분야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단 앞으로 로봇 시장의 게임 체인저는 'AI와의 결합'이 될 것이다. 전통적인 로봇은 스스로 판단을 못 한다. 이 로봇들이 AI와 결합되면 머리가 생긴다고 봐야 한다.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로봇들이 나오는 셈이다. 이미 협동 로봇 중에선 작업자의 미세 상태 변화에 따라 작업 방식을 조정하는 판단을 하는 경우도 있다.
-중국 로봇 산업 위협이 가장 큰 분야는.
▷아직 중국 산업용 로봇은 자국 내 스마트팩토리에서 주로 사용되고 있다. 일본이나 한국 회사에 비해 품질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은 공장이 많다. 이를 통해 갖춘 가격 경쟁력이 위협적이다.
하지만 앞으론 중국 AI 기술과 결합하면 중국 로봇의 위협은 더 커질 것이다. 중국의 생성형 AI 기술력은 이미 세계 2위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과거 10년간 나온 생성형 AI와 관련된 특허 70%가 중국 것이다. 지금은 저렴하기 때문에 중국 로봇을 쓰지만 나중엔 아닐 것이다. 중국이 로봇에 AI를 결합시키기 시작하면 무서워질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로보틱스 산업은 얼마나 경쟁력이 있나.
▷수요자 측면에선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고 있다. 인구 밀도당 로봇 도입률이 전 세계에서 가장 높다. 우리나라는 제조업 중심 국가이기 때문에 로봇 수요자가 많다. 특히 로봇을 많이 쓸 수밖에 없는 자동차, 반도체, 전기·전자 산업이 강하다.
반면 생산자 측면에선 글로벌 시장에서 활약 중인 한국 기업이 거의 없다. 산업용 및 협동 로봇 분야 기술력은 일본계 기업들이 여전히 강하다. 생산량으로 보면 중국이 1등이다. 독일은 SI 역량이 뛰어나다. 로봇을 결합한 통합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이 많고 특히 자동차 분야에서 경쟁력이 있다. 미국은 AI를 포함한 신기술이 강하고 휴머노이드 및 자율주행차 분야에서 가장 앞서고 있다. 현실적으로 우리나라 기업들은 애매한 위치에 있다.
-우리나라가 앞으로 로보틱스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일 방법은.
▷우리나라는 이미 경쟁력 있는 하드웨어 기술력이 있다. 단 아직 소프트웨어와의 통합이 많이 안 됐다. 하드웨어 기업들이 직접 소프트웨어 역량을 키우거나 소프트웨어 기업과 협력한다면 통합 솔루션을 공급하면서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반도체, 자동차, 조선, 디스플레이 등 제조업 기업이 많다. 이미 거대 고객들이 국내에 있다는 의미다. 로봇도 고장 및 업데이트 수요가 많기 때문에 유지·보수 측면에서 한국 기업들은 한국 로봇 쓰는 것을 선호할 가능성이 높다. 즉 한국 로봇 기업들이 한국을 홈그라운드로 삼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결합한 역량을 키우면 세계 시장에서도 승산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로봇 산업의 발전은 어느 단계까지 왔나.
▷지금까지 중간 단계까지 왔다고 본다. 앞으로 10년에서 20년 정도 지나면 포화 상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단 휴머노이드 기술 발전 속도, AI와의 결합 여부에 따라 로봇 시장은 급성장할 가능성이 있다. 여러 산업용 로봇, 협동 로봇, 서비스 로봇이 만들어지고 있지만 사람 형태의 로봇이 사람이 하는 일을 직접 한다면 폼팩터가 완전히 바뀔 것이다.
물론 앞으로 몇 가지 산을 넘어야 한다. 우선 규제 문제가 있다. 예를 들어 서비스 로봇이 식당에서 문제를 일으켰다고 해보자. 그러면 이에 대한 배상책임은 식당에 있을까 로봇 제조사에 있을까. 이를 정리하는 규제와 관한 문제가 끊임없이 떠오를 것이다.
[이종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