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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자신감이 오히려 독 열에 일곱은 '실패의 쓴맛' M&A 덫에 빠진 기업들 [Cover Story]

입력 : 
2025-02-05 16:0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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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최근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 2025'에서는 대형 인수·합병(M&A)과 투자 소식이 전해졌다. 존슨앤드존슨(J&J)은 중추신경계 치료제를 보유한 인트라셀룰라 테라퓨틱스를 약 146억달러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이 같은 소식을 전한 곳은 J&J만이 아니다.

미국 자동차 부품사 AAM은 최근 영국 경쟁사 다울라이스를 인수하기로 합의했고,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은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올해 4분기부터 M&A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M&A는 기업 전략에 빠질 수 없는 요소다. 하지만 M&A를 한다고 기업이 더 좋은 성과를 거둔다는 보장은 없다. 과연 M&A의 성공 확률은 얼마나 되며, 무엇이 성패를 가를까?

매일경제 MK 비즈니스 스토리는 바루크 레브 뉴욕대 스턴 비즈니스스쿨 명예교수와 펭 구 뉴욕주립대 버펄로캠퍼스 경영대학원 교수와 인터뷰를 하며 이에 대해 알아봤다.

두 교수가 1980년부터 2022년까지 전 세계에서 진행됐던 약 4만개 M&A건을 연구한 결과, 평균적으로 70%가 실패로 돌아갔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레브 교수와 구 교수는 3가지 요인을 기반으로 기업 M&A의 성공 여부를 판단했다.

첫째는 M&A 이후 3년 동안 인수기업이 매출 성장을 이뤘거나 산업 평균 이상의 매출총이익을 기록했는지다. 둘째는 M&A 이후 3년 동안 인수기업의 주가가 하락하지 않았는지다. 셋째는 M&A 이후 3년 동안 영업권 손상 비용 발생 여부다.

연구진은 이 모든 조건이 충족된 M&A가 성공적인 인수·합병이라 정의했다. 레브 교수와 구 교수의 연구는 작년 출간된 '인수·합병 실패의 덫: 대개 M&A가 실패하고 소수의 성공이 이뤄지는 이유(The M&A Failure Trap: Why Most Mergers and Acquisitions Fail and How the Few Succeed)'에 담겼다.

인터뷰에서 그들은 "M&A 실패의 가장 흔한 이유는 인수 대상 기업의 본질적 가치(intrinsic value)를 잘못 계산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전략적으로 인수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대상을 피인수기업으로 선택하는 것부터 인수자가 합병이 불러올 시너지와 관련해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예측하는 것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계산 오류가 일어난다"는 게 두 교수의 설명이다. 나아가 그들은 계산 오류의 가장 큰 원인으로 최고경영자(CEO)의 지나친 자신감을 꼽았다. 다음은 레브 교수, 구 교수와의 공동 일문일답 내용.



사진설명
―저서 '인수·합병 실패의 덫: 대개 M&A가 실패하고 소수의 성공이 이뤄지는 이유'를 집필하게 된 계기는.

▷우리는 M&A 시장 현상을 연구하고 관찰해왔다. 최근 M&A 시장에서 일어난 대표적 현상을 설명하겠다. 첫째, 영업권 손상 비용이 증가했다. 이는 경영진이 인수가 실패했다는 점을 공개적으로 인정한다는 의미다.

둘째, 지난 10~15년 동안 대기업이 자사 사업과 관련 없는 인수를 한 건수가 크게 늘었다. 아마존이 홀푸드를 인수한 것이 그 예다. 이러한 M&A는 대부분 기술기업이 주도했으며 실패한 운명의 M&A가 많았다.

이러한 트렌드는 M&A 시장이 부정적으로 변화하는 중임을 알리는 신호였다. 이를 토대로 M&A 시장의 중요한 변화를 연구하고 책을 집필하게 됐다.



―1980년부터 2022년까지 전 세계에서 진행됐던 약 4만개 M&A를 연구한 결과, 평균적으로 70%가 실패로 돌아갔다. M&A 실패율 최고치는 75%였다. 연구를 하기 전 M&A 실패율이 이렇게 높을 것으로 예상했나.

▷과거 연구들과 달리 우리 연구는 대량의 포괄적인 샘플로 진행됐다. M&A 실패율을 알아본 이전 연구들은 대개 소규모 샘플(특정한 기간 동안 몇 개 산업에 이뤄진 몇백 개의 인수·합병건)을 토대로 이뤄졌다.

해당 연구들은 주식시장이 호황일 때와 같이 특정한 상황에서 진행된 M&A를 살폈으며, 그 결과 50% 이상의 높은 M&A 실패율을 도출했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M&A 활동은 증가하고 있다. 활발한 인수·합병 활동은 결국 기업들이 더 긍정적인 결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을 시사하지 않는가. 좋은 결과가 있지 않으면 왜 기업들이 매년 더 많은 비용을 들여가며 다른 회사를 인수하겠는가. 이러한 생각을 하며 우리는 약 40년 동안 진행됐던 모든 유형의 M&A를 조사했다.

전 세계 M&A 실패율이 최대 75%로 나온 결과는 매우 충격적이었다. 특히 M&A 실패율은 최근에 더 커졌다. 해당 결과를 보고 우리는 '이처럼 (기업)가치를 파괴하는 활동이 어떻게 오랫동안 감지되지 않고 바로잡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높은 M&A 실패율의 원인과 결과를 밝히기 위한 보다 심층적인 조사가 필요하다.



―기업들의 M&A 실패율이 최근 들어 증가한 이유는.

▷과신하는 CEO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연구에 따르면 자신감이 넘쳐흐르는 CEO는 전체 CEO 중 30~40%다. 이들은 피인수기업을 본인이 성공적으로 되돌릴 수 있는 역량을 갖췄다고 믿는다. 해당 CEO들은 끊임없이 회사들을 인수하며, 대부분 인수건은 실패로 돌아간다. 또한 다수 기업들이 CEO에게 잘못된 방식으로 인센티브를 지급한다.

CEO들이 단순히 M&A를 성사하는 것을 기반으로 큰 보너스를 지급한다. 성공적인 M&A를 성사하는 것을 기반으로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게 아니다.





조지프 사우스올 '독을 마시는 시지스몬다(Sigismonda Drinking the Poison, 1897)'. 리넨에 템페라. 버밍엄 박물관 소장.
조지프 사우스올 '독을 마시는 시지스몬다(Sigismonda Drinking the Poison, 1897)'. 리넨에 템페라. 버밍엄 박물관 소장.
실패는 회사의 몫 보너스는 나의 몫 빅딜이란 독배가 CEO를 홀리는법



―저서에서 인수·합병(M&A) 딜이 실패하는 주요 요인으로 '지금이 인수할 시기야 사고방식' '지나친 CEO(최고경영자) 자신감' 등을 꼽았다. 오늘날 실패하는 M&A 거래들의 공통된 실패 원인은.

▷M&A 실패의 가장 흔한 이유는 인수 대상 기업의 본질적 가치를 잘못 계산하기 때문이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피인수 기업이 인수기업에 제공할 수 있는 가치를 인수기업이 잘못 측정하는 것이다. 이는 인수기업 입장에서 전략적으로 인수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대상을 피인수기업으로 선택하는 것부터 인수자가 합병이 불러올 시너지와 관련해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예측하는 것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계산 오류가 일어난다.

―왜 잘못된 계산이 일어날까.

▷계산 오류를 이끄는 다양한 요인이 있다. 하나는 인수자가 '군중의 지혜'를 따르는 경향이다. 경제침체기 혹은 주식시장이 과열된 시기에 '다른 기업들도 인수 중이니 지금이 인수하기 적합한 시기야'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가장 근본적 원인은 CEO의 과도한 자신감이다. 과신하는 CEO들은 피인수기업의 약점을 간과하고, 해당 인수 건의 잠재적 이점을 과대평가한다. 또한 많은 경우 인수 후 합병 과정에서 발생하는 어려움과 문제들은 과소평가한다.

과도한 자신감을 가진 CEO들은 M&A 과정에서 발생하는 어려움, 즉 취약한 기업을 대상으로 인수한 후 턴어라운드 하기, 해외 기업들을 인수하는 데에 따르는 절차적 복잡함 등을 헤쳐나가는 데 본인 역량을 과대평가하는 경향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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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사업체를 인수하는 것 역시 M&A 성공 확률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라 말했는데.

▷그렇다. 우리 조사에 따르면 해외 기업을 인수대상 기업으로 설정하는 것은 매우 심각한 위험요인이다. 해당 M&A 건의 성공 확률을 낮춘다.

왜 그럴까? 주요 이유는 해외 기업에 대한 실사를 진행하는 것이 매우 어렵고, 외국 기업을 현지 기업으로 합병하는 과정이 힘들기 때문이다. 전자를 설명하자면, 해외 기업은 국내 기업과 다른 회계 시스템과 규제가 있다. 이 때문에 실사를 진행하는 것이 어렵다. 후자를 말하자면 해외 기업이 있는 국가 정부의 제한, 다른 문화 등으로 인해 합병하기가 쉽지 않다.

―M&A 실패율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이 인수 대상 기업을 계속 찾는 이유는.

▷경영 컨설턴트와 투자은행들은 오랫동안 기업 성과를 개선하는 데 M&A의 영향력을 옹호해왔다. 턴어라운드가 필요한 기업들에 컨설턴트들과 투자은행들은 지속적으로 인수 대상 기업을 찾는 것을 권고했다. 심지어 기존 CEO가 떠나더라도 이사회는 신임 CEO에게 M&A를 권고한다. 부임 후 빠르게 발자취를 남기는 방법으로 인수·합병을 권장하는 것이다. 또한 동종 산업의 기업들 인수활동 역시 M&A를 촉진할 수 있다.

또한 저서에서도 강조했듯 CEO 보상 체계 역시 M&A 활성화에 한몫한다. 현재 수백만 달러 규모 CEO 보너스 지급은 M&A 딜을 완료하는 데 달렸지, 성공 여부에 달리지 않았다. M&A 실패에 대한 '벌금'이 없기에 CEO들에게는 M&A를 진행하는 게 이득일 수밖에 없다. 대개 CEO 보상은 그가 맡고 있는 기업체 규모에 따라 결정되고, 타 기업을 인수하면 자사 규모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나아가 이사회는 다수의 M&A 딜을 성사시키기 위해 CEO들 임기를 연장한다. 이사회의 이러한 '배려' 때문에 이전 인수 결과가 좋지 않았더라도 CEO는 보호를 받는다.

―M&A를 고심하고 있는 CEO들에게 조언한다면.

▷첫째, 우리 연구조사에서 나타난 70~75%의 M&A 실패율을 심각하게 받아들여라. 투자자들과 이사회 멤버들은 M&A에 대한 결정이 넘쳐흐르는 CEO 자신감으로부터 비롯되게 만들지 말아야 한다. 인수 대상 후보 기업들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해당 인수를 통한 시너지와 인수 후 합병에 드는 비용을 반드시 정밀하게 분석해야 한다.

둘째, 인수에 전념하기 전 기업은 내부개발(internal development) 전략을 먼저 고심하라. 내부적으로 사업을 개발하면 그에 대한 좋은 결과물이 나올 때까지 드는 시간이 인수할 때보다 더 오래 들지만, 내부 개발은 결국 인수 전략보다 더 탄탄하고 안정적인 미래 매출 성장을 가져온다.

―기업들에 M&A 대신 내부 개발을 제안했다. 일반적으로 기업들이 내부 개발보다 M&A를 선택하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인수·합병과 비교했을 때 내부 개발은 시간이 더 많이 걸린다. 또한 비용과 성공 여부에 대한 불확실성과 리스크가 더 크다. 예로 신약개발을 한다면 임상시험에 드는 비용과 성공 여부에 대한 불확실성이 기존 제약회사를 인수하는 것보다 더 높은 것이다.

반면 타 기업을 인수한다면 내부 개발과 관련된 수많은 장애물과 난관을 비켜갈 수 있으며 더 신속한 해결책을 제공할 수 있다. 어떤 기업이 낡은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있거나 자사 주요 제품이 점차 (소비자 시장에서) 의미를 잃어 가기 때문에 반복적으로 손실을 겪는 상황이라 가정해보자. 대개 경우 이는 기업이 비즈니스 모델을 개선하기 위해 필요한 내부 개발에 신경 쓰지 않았기에 발생한다. 해당 상황에서 기업은 행동주의 투자자들로부터 상당한 압박을 받는다. 문제 해결을 위해 기업은 '큰 변화를 상징하는 인수'에 눈을 돌리고, 해당 인수를 통해 자사가 현재 처해 있는 상황으로부터 가능한 빨리 나오기를 바란다. 즉, 내부 개발에 신경 쓰지 않거나 이에 성공하지 못한 기업은 M&A가 유일한 선택 사항이기 때문에 이를 택한다. 비록 나쁜 선택 사항이라도 말이다.

기업은 현 비즈니스 모델 혹은 주요 제품이 한물가기 전에 내부 개발을 고려해야 한다. 사전 계획을 세우고 장기적 사고를 갖추는 것은 기업 비즈니스 모델·제품의 성공적 전환을 위해 중요하다.

―반대로 최근 M&A 성공 사례의 예를 들자면.

▷이스라엘 네트워크 기술 전문 기업 '멜라녹스'를 엔비디아가 인수한 것이 성공적인 M&A 사례다. 엔비디아는 2019년 약 70억달러를 들여 멜라녹스를 인수했다. 해당 인수를 기반으로 엔비디아는 수십만 개 GPU(그래픽처리장치)를 연결하는 대규모 클러스터를 만드는 기술을 확보했다. 이 기술은 현재 인공지능(AI) 산업의 기본 구성 요소가 돼주는 엔비디아 핵심 제품의 주요 요소가 됐다.

엔비디아의 멜라녹스 인수가 성공적인 이유를 차례대로 설명하겠다. 우선 해당 인수에 대한 결정은 당시 엔비디아가 기존 제품 역량 확장을 위해 필요로 한 것에 기반했다. 또한 멜라녹스의 기술이 인수 이후 지체 없이 엔비디아 제품에 완전히 통합된 것 역시 성공 이유다. 가장 중요한 성공 요인은 해당 인수가 미래지향적인 관점에 기반했기 때문이다. 엔비디아를 포함해 컴퓨팅 산업에서는 10년 이내에 오랫동안 CPU(중앙처리장치) 기반 컴퓨팅 기술의 진화와 개발을 이끌어온 무어의 법칙이 물리적 한계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하며 새로운 혁신적인 컴퓨팅 솔루션을 찾기 시작했다. CPU에서 GPU로의 전환은 컴퓨팅 성능 개선을 위한 해결책으로 널리 여겨진다.

덧붙여 엔비디아는 순수익과 현금흐름이 신기록을 달성할 때 멜라녹스를 인수했다. 이렇게 회사가 잘나가고 강한 시기에 매수한 것 역시 중요한 성공 이유다. 게다가 엔비디아는 전액 현금으로 멜라녹스를 인수했다. 이는 엔비디아 주주들에게 혜택을 보장하고 자사가 해당 인수 성공에 대해 자신감을 갖고 있다는 신호를 줬다.

―올해 글로벌 M&A 시장에 대한 전망은.

▷우리는 2025~2026년에 M&A 활동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미국에서 M&A 활동이 늘어날 것으로 생각한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엄격한 반독점 규제를 내세우며 M&A를 제한했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대부분 M&A 규제를 완화하거나 없앨 예정이다. 현재 인수에 대한 억눌린 수요가 크다. 미국에서 M&A 활동이 커지면 전 세계적으로 해당 현상이 퍼져 나가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바루크 레브  뉴욕대 스턴비즈니스스쿨 명예교수
바루크 레브 뉴욕대 스턴비즈니스스쿨 명예교수
바루크 레브 교수는…예루살렘히브대에서 학사 학위를, 시카고대에서 MBA와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68년 시카고대 부스경영대학원에서 조교수를 시작으로 텔아비브대, UC버클리 하스경영대학원 등에서 교수로 경력을 쌓았다. 1997년 뉴욕대로 자리를 옮겼고 2022년부터 명예교수로 있다.



펭 구 뉴욕주립대 버펄로캠퍼스 경영대학원 교수
펭 구 뉴욕주립대 버펄로캠퍼스 경영대학원 교수
펭 구 교수는…펭 구 교수는 베이징대에서 학사 학위를, 세인트루이스워싱턴대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97년부터 2005년까지 보스턴대에서 회계학 조교수로 경력을 쌓았고 이후 뉴욕주립대 버펄로캠퍼스 경영대학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2016년부터 회계학 학과장을 맡고 있다.



[윤선영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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