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BK파트너스와 영풍 연합이 사실상 고려아연 경영권을 확보했다. 오는 1월 23일 열리는 고려아연 임시 주주총회에서 ‘집중투표제 도입’을 의안으로 상정될 수 없게 되면서다. 이에 따라 고려아연 측이 이사회 다수를 지키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는 21일 영풍 측이 제기한 집중투표 방식의 이사 선임 금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따라서 이번 주총에서 집중투표제가 통과해도 이를 통해 이사를 선임할 수 없게 됐다.
집중투표제는 주총에서 선임되는 이사 수만큼 주주에게 의결권을 부여하는 방식을 뜻한다. 이번 주총의 이사 후보 수는 총 21명(고려아연 7명·MBK 14명 추천). 집중투표제가 도입되면 고려아연 주식 1주를 가진 주주에게는 총 21개의 의결권이 주어진다. 따라서 소수에게 몰아주거나 분배해 투표할 수 있다. 특별관계인 53명을 보유한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에게 유리한 제도로 평가됐다.
법원은 집중투표제가 상법상 절차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유미개발이 집중투표 청구를 했던 당시 고려아연의 정관은 명시적으로 집중투표제는 적용하지 않는다고 규정했다는 이유에서다. 이는 MBK 연합이 “유미개발이 이사 선임을 청구한 날짜를 기준으로 고려아연 정관에 집중투표제가 허용되지 않았기에 해당 의안 상정은 위법하다”고 주장했던 바와 일치한다.
집중투표제를 통한 이사 선임이 어려워지면서 승기는 MBK 연합이 잡았다. MBK 연합은 고려아연 지분 40.97%를 보유 중이다. 의결권 기준으로는 약 46.7%다. 고려아연은 한화그룹, 현대차그룹 등 지분을 합쳐도 38.87%에 그쳐 MBK 연합에 뒤처진다.
외국계 기관 투자자들은 MBK 연합에 힘을 실어줄 전망이다. 미국 1·2위 공적 연기금인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CalPERS) 등은 MBK 연합 측 이사 선임에 찬성하고 집중투표제에 반대했다. 반면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는 집중투표제 도입과 이사 수 상한 제한(19인) 등에 찬성하며 최 회장 측에 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