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0 배터리 정책 대응 세미나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선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전면 폐지될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생산 보조금과 해외우려기관(FEOC) 규정은 변경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이 공언해온 보편관세는 실제 시행되기보다는 협상카드로 활용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17일 한국배터리산업협회는 법무법인 율촌, 미국 로펌 커빙턴앤벌링과 함께 서울 삼성동 파르나스타워에서 ‘트럼프 2.0 배터리 정책 대응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번 세미나는 오는 20일 출범하는 트럼프 2기 정부의 배터리 산업 정책 방향과 우리 기업의 대응전략을 논의하기 위해 열렸다. 글로벌 로펌인 커빙턴앤벌링 조세 전문 구자민 변호사 , 법무법인 율촌의 최용환, 박준모, 안정혜, 임형재 변호사가 발표를 맡았다.
이날 첫 발표를 맡은 구 변호사는 미국 IRA 자체가 폐지되긴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IRA로 혜택 받는 지역이 공화당 텃밭으로 꼽히는 주(州)들이기 때문이다.
구 변호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TCJA(세금 감면 및 일자리 법)’ 연장을 위해서라도 IRA를 축소해 세수를 확충하려 할 것”이라면서도 “IRA 최대 수혜 지역구 10개 중 8개는 공화당 지역인 만큼 IRA를 전면 폐지하긴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친환경차 세액공제와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등 주요 조항이 변경될 가능성은 있다고 한다.
구 변호사는 “AMPC 혜택은 유지될 것이란 의견이 우세한 상황”이라며 “한국기업들에게 유리하게 규정이 적용되도록 각 기업들이 진출해 있는 미국 주의회 의원들을 적극 설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AMPC 수급 조건에 FEOC 규정이 추가될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우리나라 배터리 기업들이 수혜를 볼 공산이 클 것으로 보인다. 구 변호사는 “현재 FEOC규정을 AMPC수령 조건에 추가해야 한다는 법안이 의회에 다수 발의된 상황”이라며 “이 경우 우리나라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중국 기업들에 비해 우위에 서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박준모 율촌 외국변호사도 AMPC 수급 조건에 FEOC규정이 추가되는 시나리오가 가능하다고 봤다. 박 변호사는 “30D(전기차 구매 보조금)규정이 폐지되면, 30D 내 FEOC 규정도 함께 사라지게 된다”면서도 “미국이 FEOC 규정을 AMPC 조항으로 끌어와 적용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전망했다.
현행 FEOC규정을 보다 엄격하게 적용할 가능성도 있다. 현재 미국 정부는 우려국가 정부가 특정 기업의 이사회 의석수, 의결권, 지분의 25% 이상을 누적 보유할 시 해당 기업을 FEOC로 간주하고 있다. 이같은 지분율 기준을 25%에서 20%로 낮추는 안이 거론된다.
박 변호사는 “트럼프 정부가 FEOC 지분율 기준을 20%로 낮추면 IRA법 전반을 바꾸지 않고도 보조금 지급 규모를 크게 줄여 재정적자를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박 변호사는 “배터리 광물의 경우 대중국 의존도 높은 만큼 어느 정도 강도의 FEOC규정을 적용할 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2기 정부가 공언한 보편관세가 전면 시행될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도 나왔다. 자국 인플레이션 심화 등 자충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안정혜 변호사는 “관세를 높이면 인플레이션이 심화돼 소득이 낮은 계층의 실질소득에 더 치명적인 영향을 준다”며 “보편관세·상호관세는 강력한 협상카드로 쓸 가능성이 크다. 국가별·품목별 협상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