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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이터 사업 선구자…고객 정보 ‘으뜸’ [천억클럽]

문지민 기자
입력 : 
2025-01-17 21:00:00
수정 : 
2025-01-20 16:2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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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뱅크샐러드

오는 3월 마이데이터 제도가 큰 변화를 맞이한다. 마이데이터는 국민이 자신의 개인정보 등을 직접 내려받고 필요에 따라 제3의 기관·기업에 보낼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다. 기존 공공·금융 분야에서 제한적으로 시행된 마이데이터 제도가 3월부터 의료·통신 등 전 분야로 확대된다. 여러 분야에서 통합된 데이터 기반 상품과 서비스 추천이 가능해지고, 이종 산업 간 데이터 결합을 통해 고객 정보를 통합 관리할 수 있게 된다.

이 같은 변화를 맞아 금융업계 움직임이 분주하다. 마이데이터 전문 기업 뱅크샐러드도 마찬가지다. 향후 새로운 종합 디지털 플랫폼이 대거 등장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기술과 서비스 혁신을 지속하고 있다. 금융 마이데이터 사업자 중 유일하게 건강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직접 운영하고, 가장 많은 고객 데이터를 바탕으로 맞춤형 자산관리를 지원해온 뱅크샐러드다. 지금까지 축적된 데이터와 노하우를 바탕으로 향후 한층 치열해질 경쟁 속에서 디지털 금융 플랫폼의 확장성을 증명하겠다는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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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 상품 추천하는 금융 플랫폼

마이데이터 도입 후 월간 흑자

뱅크샐러드 창업자인 김태훈 대표는 ‘금융 혁신’과 ‘정보 접근권’을 기본 축으로, 금융 마이데이터를 대중화한다는 기치를 내걸고 지난 2012년 뱅크샐러드를 창업했다. 마이데이터가 정부 주도로 제도화되기 이전인 2017년부터 뱅크샐러드는 스크래핑 기술을 활용한 개인 데이터 기반 자산관리 서비스를 운영하며, 국내 최초로 금융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선보였다. 2021년에는 정부 주도 마이데이터 라이선스를 최초로 획득했고, 제도화를 위한 시범 사업에 참여해 데이터 선도 기업으로서 영향력을 키웠다.

기술력을 인정받으며 투자 유치도 순조롭게 진행됐다. 2017년 KB인베스트먼트와 키움인베스트먼트 등으로부터 30억원 규모 시리즈A 투자를 받은 데 이어, 다음 해에는 컴퍼니케이파트너스와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등으로부터 140억원 규모 시리즈B 투자를 유치했다. 2019년 진행한 시리즈C 투자 라운드에서는 인터베스트, 고릴라프라이빗에쿼티(PE), IMM인베스트먼트 등으로부터 투자금 450억원을 끌어모았다. 2022년 시리즈D에서 KT, 기아차, SKS PE로부터 1350억원을 추가로 유치하며 현재까지 누적 투자 유치액은 약 2000억원에 달한다.

특히 2022년 마이데이터 정식 시행 후 회사의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 기반 마이데이터 인프라를 안정적으로 운영하며 기술 혁신이 빠르게 이뤄진 영향이다. 고객의 모든 금융자산 연결이 20초 만에 가능해졌으며, 자산 실시간 업데이트는 0.6초 만에 진행된다. 스크래핑 기술을 활용할 때보다 각각 90배, 50배씩 빨라진 속도다. API 기반 마이데이터 인프라 구축 후 고객 1인당 연결 금융기관 수가 약 8배 증가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최근 실적도 눈에 띄게 개선됐다. 뱅크샐러드는 지난해 1~3분기 누적 매출액 13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218% 증가한 수치다. 특히 지난해 11월에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97% 증가했으며, 마이데이터 정식 도입 후 처음으로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모두 월간 흑자 달성에 성공했다. 대출·카드·보험 등 금융상품 사업 부문이 고른 성장세를 보인 영향이다. 지난해 상반기 대출 부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06% 증가했고, 카드 부문도 80% 이상 성장했다. 11월 보험 매출 규모도 연초 대비 60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뱅크샐러드의 수익 구조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그중 가장 비중이 큰 부문은 금융상품 중개 수수료다. 카드나 보험, 대출상품을 고객에게 추천하고 고객이 가입할 경우 일부 수수료를 뱅크샐러드가 가져가는 구조다. 최근에는 건강 검사권 판매 수익 비중도 늘고 있다. 뱅크샐러드는 발병률과 개인의 건강검진 기록 등 개인의 주요 건강 데이터를 기반으로 맞춤형 건강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유전자 검사가 대표적이다. 뱅크샐러드에서 판매하는 유전자 검사권은 개인의 유전자를 분석해 피부·모발과 영양소 등 63종에 해당하는 유전 형질 정보를 제공한다. 마지막으로 광고 매출도 비중이 크진 않지만 뱅크샐러드의 중요한 수익원 중 하나다. 방경내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심사역은 “뱅크샐러드는 오랜 기간 축적한 마이데이터 활용 역량에 기반해 개인별로 최적화된 금융상품을 추천한다”며 “향후 데이터와 금융상품 라인업 확장 여부에 따라 소비자 만족도가 더 개선되면서 플랫폼의 수익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뱅크샐러드는 마이데이터 정식 도입 후 지난해 11월 처음으로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모두 월간 흑자 달성에 성공했다. (뱅크샐러드 제공)
뱅크샐러드는 마이데이터 정식 도입 후 지난해 11월 처음으로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모두 월간 흑자 달성에 성공했다. (뱅크샐러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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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슈퍼앱 경쟁 치열

판매 전략 다변화 과제

오는 3월 마이데이터 제도 확대 시행에 따라 시장 경쟁은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가 마이데이터 추진 전략·개인정보보호법 개정으로 이종 산업 간 데이터 결합이 가능해지면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종합 디지털 플랫폼도 속속 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투자업계에서는 뱅크샐러드가 사업 다각화에 대해 조금 더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최근 건강 검사권 판매와 광고 매출이 발생하고 있지만, 여전히 중개 수수료 비중이 압도적이기 때문이다. 매출 비중을 분산해야 시장 상황이 급변해도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는 진단이다. 뱅크샐러드의 한 투자사 관계자는 “뱅크샐러드가 한 단계 더 성장하기 위해서는 금융상품별로 다변화된 판매 확대 전략이 필요하다”며 “글로벌 사업도 추진해볼 만한 과제”라고 조언했다.

무엇보다 수익성을 더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 최근 월간 흑자를 달성하기는 했지만, 연간으로 따지면 여전히 적자폭이 큰 상황이다. 특히 회사가 내년 하반기 기업공개(IPO)를 계획하고 있다는 점에서 수익성 개선이 시급하다. 최근 IPO 시장이 얼어붙으며 실적이 뒷받침되는 기업이 아니면 금융당국 심사 문턱을 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 상장 예비심사에 통과한다고 해도 실적이 부진한 기업에는 투자금이 모이지 않는 분위기다. 지난해 하반기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하지 못하거나 기관 수요예측 후 부진한 성적표를 받고 공모 일정을 철회하거나 연기한 기업이 수두룩하다. 또한 뱅크샐러드의 경우 시리즈A~D까지 10곳 이상 투자사로부터 이미 자금을 조달했다. 벤처캐피털(VC)의 가장 흔한 투자금 회수 방법인 IPO 일정이 지연될 경우, 이들의 투자금 회수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뱅크샐러드는 기술과 서비스 혁신으로 성장을 이어가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AI 기술 결합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에는 마이데이터와 인공지능(AI)을 결합한 ‘MyAI’라는 담론을 시장에 제시하며, 마이데이터와 AI가 결합된 자산관리 서비스 ‘토핑+’를 선보였다. 향후 고객 반응과 시장 상황에 따라 AI 서비스를 유연하게 발전시킨다는 계산을 하고 있다.

뱅크샐러드 관계자는 “최근 빅테크 등 비금융 회사도 마이데이터를 기회로 여기고 시장에 진입하는 중”이라며 “마이데이터로부터 출발한 금융의 초개인화·디지털화·플랫폼화 현상은 향후 다양한 형태로 구현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이어 “회사 내부에서도 기술 혁신을 통한 서비스 개선에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새로운 사업 모델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금융상품 중개 사업을 확장해 꾸준히 성장하는 회사로 거듭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지민 기자 moon.jimi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93호 (2025.01.15~2025.01.2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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