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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경영지원본부 칼럼]생존 그리고 혁신

정양범 기자
입력 : 
2024-12-31 09:16:16
수정 : 
2024-12-31 09: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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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은 토대이다

너무나 급격하고 복잡하며 모호하며 이기적인 변화 앞에 서 있다. 대마불사라 생각했지만, 세계적 초일류 기업도 망한다. 기업은 망하고 나면 망한 기업이라는 이름만 남는다. 건물은 다른 이름이되고, 임직원은 뿔뿔이 흩어진다. 망한 다음 한 두 해는 서로 만나 과거를 돌아보지만 오래가지 못한다. 망해가는 회사에 근무했던 직원들은 왜 회사가 망하는가 알고 있다. 사실 회사가 망하기 훨씬 이전에 직원들은 회사가 망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이들은 회사가 망하지 않게 하기 위해 지혜를 모으고 열정을 다하기 보다는 구제해 주겠지 하는 바램으로 지내며 더 망하게 한다.

A그룹의 창업주는 고령이며 건강이 좋지 않아, 아끼는 후배에게 그룹 관계사인 B회사 경영을 맡겼다. 그룹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그리 크지 않지만, 신제품 개발을 담당하는 중요한 회사였다. 후배는 통상 1년에 1개 신제품 개발과 매출이 거의 없던 B회사에 가서, 5개 신제품 개발, 회사 이미지 강화, 매출 100억의 도전적 목표를 보고했다. 그룹으로부터 300억원을 지원받아, 인력을 채용하고, 개발 부서를 2팀에서 5팀으로 늘렸다. 본인은 매월 해외 학회와 세미나에 참석해 회사를 알리는데 노력했다. 1년간 열심히 뛰어다니고 많은 일을 했지만, 신제품 개발은 0건이고, 매출은 기존 수준인 5억원이었다. 투자한 300억원은 전부 소진되었다. 창업주는 100억을 더 투자하며 1년안에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라고 했다. 100억은 현 씀씀이 추세라면 상반기 정도 버틸 수준이라는 것을 CEO는 아는지 매월 해외 출장을 간다. 회사를 위한 출장이 아닌 자기 알리기다. 전략 팀장이 생존 전략 보고서를 작성했으나 생존 가능성이 없다고 일언지하에 거절한다. CEO의 결정에 망연자실해진 전략 팀장이 할 수 있는 행동은 무엇이겠는가?

위기의 순간, 망하는 기업과 생존하는 기업의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일까? 여러 요인이 있지만, 방향을 제시하고, 조직과 구성원을 한 방향 정렬하며, 솔선수범의 모범을 보이는 리더의 그릇 차이가 가장 중요 요인 아닐까? 리더는 현 위치와 수준을 명확하게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최소 3년 중기 바람직한 모습, 전략과 방안을 만들어 이익을 창출해 지속 성장시켜야 한다.

변화 혁신을 강조한다

내년도 화두는 단연 ‘생존’이다. 그만큼 글로벌 환경보다 국내 환경이 좋지 않다. 대권이라는 폭풍이 모든 것을 파괴할 것이다. 국가와 국민을 위한다고 하면서, 칼과 총을 들지 않은 적보다 더한 싸움을 펼친다. 우리 진영이 하는 일은 무조건 옳은 일이고, 남의 진영이 하는 일은 나쁜 일이다. 서로 잡아먹지 못해 안달인데 제대로 국가가 돌아갈 수가 없다.

기업도 살아있는 존재이다. 환경의 변화에 민감하다. 생존을 뛰어넘어 지속 성장하기 위해서는 현 위치를 명확하게 파악하고, 경쟁력을 키워 보다 높은 수준으로 나아가야 한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한 방향 정렬이다. 무엇으로 한 방향 정렬을 할 것인가? 크게 2가지 방향을 살필 수 있다. 하나는 전략적 방향이다.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명확히 해야 한다. 환경 변화가 복잡하고 모호하지 않았을 때에는 10년 계획도 유용했다. 하지만, 지금은 5년도 내다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3년 중기 비전을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전략과 방안을 수립해 금년도 해야 할 것을 정해야 한다. 임직원이 한 마음이 되어 ‘우리가 추구하는 3년 후 모습은 이렇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전략은 이것이며, 이를 위해 지금 이렇게 과제를 정해 실천하고 있다.’는 말을 한다면, 이 회사의 내일은 어떻겠는가?

다른 하나는 문화적 방향이다. 임직원이 생각하고 결정하며 행동하는 원칙이나 기준을 하나로 가져가는 것이다. 회사가 추구하는 인재상, 핵심 가치, 행동 특성을 중심으로 똘똘 뭉치는 것이다. 임직원이 자신이 담당하는 역할과 일에 자부심을 갖고, 정체되지 않고 계속 성장하며, 매사 재미 있고 즐겁게 생활한다면 이 회사가 망할 가능성은 없다.

1993년 삼성의 신경영을 되돌아본다.

이대로 가면 망한다는 위기의식을 기반으로 3가지 영역에 실천을 강조하고 있다.

첫째, 무엇을 추구하는가? 삼성이 지향하는 바는 ‘인류 사회에 공헌하는 21C 세계 초일류 기업’이다.

둘째, 무엇을 해야 하는가? 기업의 본질을 생각해야 한다며, 국제화, 최고 효율의 경쟁력, 복합화를 통한 질 위주의 경영을 강조하고 있다.

셋째, 어떻게 변해야 하는가? 인간미, 도덕성 회복, 예의범절, 에티켓을 통한 한 방향 정렬과 나부터 변화이다.

30년이 지난 지금 돌아봐도 무서운 혜안이다. 당시 7시 출근 4시 퇴근의 74제를 도입하여 실행하였다. 4시 퇴근하여 무엇을 했느냐에 따라 인생이 달라진 지인이 많다. 노무사 공부를 시작하여 노무사가 되어 지금도 현장에서 뛰고 있는 지인은 74제가 자신에게 큰 변화의 시발점이라고 한다.

새해 신년사에는 생존하기 위해 기업마다 변화 혁신을 강조할 것이다. 구호로 끝날 것이 아닌 구체적 모습, 방향, 전략, 추진과제를 설정하여 강력하게 실행해야 한다. 경영층의 올바른 방향 제시, 추진 조직의 열정, 임직원의 실행이 위기 상황에서 기회를 창출해 성장하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홍석환 매경경영지원본부 칼럼니스트/ 현) 홍석환의 HR 전략 컨설팅 대표/전) 인사혁신처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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