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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고비 넘긴 이재명…다음 행보는 ‘그것’ [신율의 정치 읽기]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입력 : 
2024-11-29 11:56:39
수정 : 
2024-11-29 23: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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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1월 25일 국회로 들어서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위증교사 혐의 사건에 대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1월 25일 국회로 들어서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위증교사 혐의 사건에 대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연합뉴스)

지난 11월 25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위증교사 사건 1심 판결이 있었다. 간단히 정리하면, ‘위증’은 있었지만 ‘교사’는 없었다는 것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공직선거법 위반 1심 판결보다 위증교사 1심 판결에 더 신경을 쓰는 눈치였다. 그만큼 위증교사 사건의 무죄를 기대하지 않았다는 방증일 수 있다. 지난 2023년 9월 이재명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당시 영장 담당 판사가 “위증교사 혐의는 소명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할 만큼, 대부분 유죄를 예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무죄가 나왔다. 민주당은 이를 ‘경사’로 받아들일 테다.

판사 판결이 이렇다 저렇다 평가할 일은 아니다. 단지, 위증한 당사자가 위증을 통해 취할 수 있는 이득이 있어야 ‘자발적’으로 위증을 할 텐데, 무슨 이득을 노리고 위증했는지 재판부 설명이 없어 궁금하기는하다. 재판부의 구체적인 설명이 있었으면 판결이 더욱 설득력을 얻지 않았을까. 또한, 이재명 대표는 과거 김진성 씨와 통화하면서 변론요지서를 보내겠다고 했음에도 무죄 판결을 받았다. 그렇다면 일반 피고인도 ‘증인이 될 가능성’이 있는 인물에게 사전에 변론요지서를 보내도 되는지 묻고 싶다. 방어권이 매우 폭넓게 인정되는 추세인 것 같으니, 송사에 시달리는 일반 국민도 이런 방식으로 방어권을 행사해도 되지 않을까.

사법부에 바라는 이 같은 내용과는 별개로 이번 판결이 정치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아보자.

이번 판결로, 이재명 대표는 당내 리더십을 더욱 공고히 할 수 있는 시간을 벌었다. 이 대표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재판을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더욱 확실한 당내 리더십이 필요하다. 이 대표 리더십이 강화되면 당내 비명계 인사들은 당내에서 숨 쉴 공간조차 찾기 힘들어질 수 있다. 이 대표 공직선거법 위반 1심 판결이 나온 이후, 당내 비명 대선 잠룡들은 정중동 행보를 보였다. 이들을 중심으로 ‘초일회’라는 비명 정치인 모임도 활기를 찾는 듯했다. 이걸 보면서, 이 대표는 더욱 자신의 리더십을 강화해야겠다 생각했을 수 있다. 위증교사 사건은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공직선거법에서는 1심 실형을 선고받았고, 앞으로도 줄줄이 재판이 예정돼 있기에 만에 하나 대선에 출마할 수 없는 상황까지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피선거권 박탈형이 최종적으로 확정되면 최소한 킹메이커 역할은 해야 한다고 이 대표는 생각할 수 있다. 자신이 지원한 인물이 대통령에 당선되면, 집권 이후 사면 복권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 이 대표는 차차기 대선을 노릴 수 있다.

이런 시나리오를 가정하면, 비명 잠룡 ‘활동’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는 힘들다. 친명 인사를 대선 후보로 밀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런 시나리오와 관련해 또 하나 주목할 점이 있다. 과연 민주당이 계속 임기 단축을 전제로 한 4년 중임제 개헌을 주장할 것인가다. 이 대표가 킹메이커로서 역할을 해야 하는 상황이 오면, 이는 단임제 유지가 전제돼야 하기 때문이다. 4년 중임제로 개헌할 경우, 이 대표가 지원한 인물이 대선에서 승리한다 해도, 해당 인사는 자신이 한 번 더 대통령 자리에 도전할 생각을 하지, 이 대표를 위해 뭔가를 할 생각은 안 할 것이다. 이런 상황을 가정한다면, 민주당이 무조건 4년 중임제 개헌을 통한 대통령 임기 단축을 주장하기는 힘들다.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든, 이 대표 힘과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존재가 강성 친명이다. 이들이 건재하면, 법적 리스크와는 상관없이 이 대표는 정치적으로 건재할 수 있다. 이번 판결로 민주당의 대여 공세는 강화될 것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국민의힘은 자중지란에 휩싸였다. 당원 익명 게시판 관련 논란이다. 당원 익명 게시판 문제에 여론이 주목할 이유는 별로 없어 보인다. 문제의 핵심은, 조직을 동원해 여론 조작을 시도했는가다.

여기에 문제가 있기는 하다. 첫째 당원 게시판에 대한 주목도는 당내에서도 낮은 편이라, 이곳에 글을 올린다고 해서 여론이 ‘왜곡’되기는 힘들다. 물론, 의도적으로 당 지도부 일부 인사가 익명 게시판 글을 언급하며 여론을 환기시킬 수는 있지만, 파급력이 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둘째, 만일 한 대표 가족이 글을 썼다 해도, 과도한 비방이나 욕설이 없다면 과연 이를 처벌할 수 있을 것인가다. 한 대표 가족이 설사 대통령 혹은 영부인을 비판하는 글을 썼거나 대통령 부부 비판 기사 혹은 칼럼의 링크를 올렸다 해도, 이는 개인의 정치적 자유에 속하는 문제다. 또한 ‘조직적’ 움직임이라 볼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해당 논란이 한 대표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가 많다. 그러나 한 대표 지지율은 항상 정권 혹은 친윤으로부터 핍박받는다는 인상을 유권자에게 줄 때 올라갔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사태도 한 대표에게 반드시 불리하지만은 않다. 오히려 이번 사태로 한 대표는 친윤들로부터 핍박받는 ‘피해자 이미지’를 가지게 됐다.

어쨌든 국민의힘은 이 문제를 빨리 매듭지어야 한다. 하나의 설에 불과하지만, 대통령실과 일부 여권 인사는 이재명 대표 위증교사 혐의가 유죄로 인정됨은 물론 실형이 선고될 것이라고 어느 정도의 확신을 가졌고, 그래서 이를 계기로 정국 주도권을 확보한다는 계획이 있었다는 얘기가 들린다. 이 ‘주관적인 계획’이 틀어졌다. 상황이 이렇게 됐으면, 여권 전체는 위기감을 갖고 현재의 ‘무익한 여권 내 논쟁’에 종지부를 찍도록 합심해야 한다.

이번 판결이 여권에도 ‘장점’을 선사할 수는 있다. 일반적으로 정치판에서 대선 전략은 상대방을 중심으로 짤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지난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가 바이든에서 해리스로 바뀌었을 때 트럼프가 고전했던 이유도 바이든 대통령을 중심으로 짠 전략이 해리스의 갑작스러운 등장으로 어그러졌기 때문이다. 그나마 수지 와일스 같은 뛰어난 전략가가 있었기에 시급히 유효한 전략을 다시 짤 수 있었지, 그렇지 않았다면 트럼프는 대선에서 패했을 확률이 높다. 미국 사례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정치적 상대방이 누구냐는 정국 주도권 확보 측면이나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매우 중요하다. 만일 이재명 대표의 정치적 미래가 더욱 불투명해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은 대야(對野) 전략 수립에 애를 먹을 수 있다. 그런 차원에서 이재명 대표의 이번 무죄 판결이 국민의힘을 비롯한 여권에 반드시 불리한 요인으로 작용하지만은 않을 것이라 생각해볼 수 있다.

이 대표는 일단 한 고비는 넘겼지만, 앞으로 어떤 상황에 직면할지 모른다. 국민의힘도 당내 상황 수습 여하에 따라 또 다른 심각한 문제에 직면할지 모른다.

이런 상황에서 믿을 수 있는 것은 ‘합리적’인 대처뿐이다. 누가 먼저 그런 모습을 보일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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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87호 (2024.12.04~2024.12.1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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