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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구하기…쉽지 않은 민주당의 전략 [신율의 정치 읽기]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입력 : 
2024-11-22 10:57:23
수정 : 
2024-11-23 01: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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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1월 1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관련 1심 선고 공판을 마친 뒤 법원 청사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1월 1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관련 1심 선고 공판을 마친 뒤 법원 청사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공직선거법 위반 관련 사건 1심 판결이 내려졌다. 재판부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 대표가 유죄라고 생각했던 이들도 벌금형 정도를 예상했다. 단지, 피선거권 박탈형이 내려질 것인가가 관심의 대상이었다.

야당은 무죄를 주장했다. 강성 친명 세력들은 무죄 탄원서도 제출했다. 결과는 무죄도, 벌금형도 아닌, 징역형. 집행유예도 징역형이다. 아마도 현재 민주당은 패닉 상태에 빠져 있을 것 같다. 이재명 대표는 선고 직후, “오늘의 이 장면도 대한민국 현대사의 한 장면이 될 것”이라며 “현실의 법정은 아직 2번 더 남아 있고, 민심과 역사의 법정은 영원하다”고 말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1심 다음 날인 11월 16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 연석회의에서 “법치가 질식하고 사법 정의가 무너진 날”이라며 “재판부가 무도한 검찰 독재 정권의 정적 제거, 정치 탄압에 부역하는 정치 판결을 내린 사법 흑역사가 탄생했다”고 언급하고 “무엇이 진실인지 국민은 모두 알고 있다”며 “민심의 법정, 역사의 법정에서 이재명은 무죄”라고 주장했다.

이재명 대표는 그렇게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제1야당 지도부 주요 인사들이 나서 역사를 들먹이며 무죄라고 주장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민주당 인사들 논리라면, 법치가 상황 논리에 따라 변해야 한다. 2016년 이재명 대표는 ‘법률 해석은 판검사가 하는 것’이라고 했는데, 지금은 정반대 얘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설사 납득하기 어려운 판결이 나왔더라도, 이를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예를 들어 ‘아쉬운 판결’이라든가 아니면 ‘1심에서는 이런 판결이 나왔지만, 2심에서는 결백을 밝히려고 더욱 노력하겠다’라는 정도는 얼마든지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러나 지금처럼 ‘국민’을 들먹이며 정치 탄압, 정치 판결이라는 주장을 거듭하면 이는 사법부를 부정하고 법치를 심각히 훼손하는 일이다.

한 가지 더 지적하고 싶은 것은, 민주당이 이런 식으로 주장하고 행동할수록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 1인 정당임을 스스로 입증한다는 사실이다. 민주당이 공당 평가를 받기 위해서는 지금처럼 하면 안 된다. 이런 측면에서 더욱 걱정되는 것은, 앞으로 민주당이 장외 투쟁에만 집중하면 어쩌나다.

이번 판결과 11월 25일에 있을 위증교사 혐의에 대한 판결은 민주당 안팎 비명계를 동요시킬 수 있다. 물론 현재 민주당은 이재명 당이라고 불릴 수 있을 만큼, 친명계로 채워져 있다. 친명 의원은 강성 친명 의원과 온건 친명 의원으로 구분되는데, 강성 친명 이외 의원들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 즉, 이재명 대표 사법 리스크가 가시화될수록 ‘플랜 B’가 필요하다며 친명 대열에서 이탈할 가능성이 있다.

이런 이유에서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강성 친명들은, 동요를 막기 위해 대여 공세를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 내부 단결을 도모하기 위해 외부 위협을 과장하고 강조하며, 외부에 대한 공세를 강화해 인위적으로 위기를 심화시키는 것은 고전적인 정치 전략이다. 민주당이 현재 선택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전략이다. 그렇기에 당 차원에서 지금까지 삼갔던, 탄핵과 대통령 임기 단축을 더욱 노골적으로 주장하며 장외 집회에 몰두할 수 있다.

민주당이 장외 집회에 몰두하는 이유는 또 있다. 단순히 당내 동요를 막는 차원이 아니라, 진심으로 조기 대선을 실현하고 싶어서다. 그런데 환경이 뒷받침해줄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공직 선거법 위반은 이론적으로는 1심 6개월 이내, 2심 3개월 이내, 3심 3개월 이내에 재판을 끝내야 한다. 그런데 이번 이재명 대표 재판은 2년 2개월이 걸렸다. 물론 여러 사정이 있었겠지만 너무나 오랜 시간이 소요됐다. 이런 상황에서 조희대 대법원장이 앞서 언급한 6·3·3 원칙을 지키라고 했으니, 2심과 3심은 각각 3개월 내에 나올 가능성이 있다. 앞으로 6개월 후 최종 판결이 내려질 수 있다는 얘기다. 아무리 조기에 대선을 치른다 해도, 6개월 내에 치르는 것은 불가능하다.

대통령을 조기에 끌어내리는 방법도 마땅치 않다. 현재 시점으로 보면 탄핵은 가능하지 않다. 물론 구속된 명태균 씨가 또 무엇을 터뜨릴지 모른다는 점이 변수가 될 수 있지만, 최소한 지금까지 밝혀진 것은 탄핵 사유에 해당하지는 않는다. 이준석 의원도 시장과 구청장 공천 과정에 당시 당선인 신분이었던 윤석열 대통령이 개입했다고 주장하지만, 당시에는 윤 대통령이 당선인 신분이고 어느 정도 개입했는지도 불분명하기 때문에 이게 탄핵 사유가 되기는 힘들다.

개헌을 전제로 한 임기 단축 역시 대한민국 헌법 128조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에 따라 실현 불가능할 수 있다. 대한민국 헌법 128조는, ‘대통령의 임기연장 또는 중임변경을 위한 헌법개정은 그 헌법개정 제안 당시의 대통령에 대하여는 효력이 없다’라고 규정한다. 해당 규정을 해석하자면, 개헌을 하면 개헌 당시 대통령은 개정된 헌법에 구속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 조항에 대한 해석이 분분하다. 현재 민주당은 해당 조항에 ‘임기연장, 또는 중임변경’만 명시돼 있을 뿐 ‘임기 단축’은 언급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얼마든지 임기 단축을 전제로 한 개헌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또한, 해당 항목은 장기 집권 방지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조항이기에, 개헌을 통한 임기 단축이 불가능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민주당의 주장에 반하는 입장도 존재한다. 해당 헌법 조항은 대통령 임기를 함부로 바꿔 헌법적 불안정성을 초래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다. 임기 단축 역시 헌법적 불안정성을 초래하기에 임기 단축을 전제로 한 개헌은 불가하다는 학계 의견도 존재한다.

이렇듯 상반된 의견과 해석이 존재하는 상황에서는 임기 단축을 전제로 한 개헌 역시 쉽지 않다. 또한, 개헌을 위해서는 대통령 결단도 필요한데, 윤석열 대통령은 이런 식의 개헌에 동의하지 않을 확률이 높다. 상황이 이러니 민주당 의도대로 조기 대선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단, 조기 대선을 주장할 경우, 당내 친명 세력과 친명 지지층들의 결속력을 높이는 효과는 기대할 수 있다.

민주당은 아마도 명태균 씨와 이준석 의원 ‘입’에서 뭔가가 나와주기를 기대할 테다. 반대로 여당은 11월 25일 이 대표에 대한 재판에서도 징역형이 선고되기만을 기대하고 있을지 모른다. 한마디로 상대방이 안되기를 서로 바라는 형국이다. 여야 모두 이성을 되찾을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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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86호 (2024.11.27~2024.12.0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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