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류의 수명 연장
자크 르네 고어 글로벌 섬유사업부 대표
패스트패션 제한법 나올 만큼
의류 생산부터 유통·폐기까지
막대한 양의 이산화탄소 배출
전세계 탄소배출량 10% 차지
글로벌 소재과학 기업인 고어
환경 영향평가 한발앞서 도입
"제품수명이 개선에 영향"결론
고기능성의 견고한 소재 개발
자크 르네 고어 글로벌 섬유사업부 대표
패스트패션 제한법 나올 만큼
의류 생산부터 유통·폐기까지
막대한 양의 이산화탄소 배출
전세계 탄소배출량 10% 차지
글로벌 소재과학 기업인 고어
환경 영향평가 한발앞서 도입
"제품수명이 개선에 영향"결론
고기능성의 견고한 소재 개발

유행에 따라 값싸고 대량 생산되는 의류는 생산 과정에서 막대한 양의 온실가스를 배출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패스트패션 제품은 수명도 짧아 회전율이 높다. 패스트패션은 전 주기적으로 따졌을 때 탄소발자국을 늘릴 수밖에 없는 산업인 셈이다.
의류산업은 엄청난 양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업종 중 하나다. 유엔은 의류산업 전 과정(생산부터 유통, 폐기까지)에서 나오는 탄소가 전 세계 탄소배출량의 10% 정도를 차지한다고 추정한 바 있다.

이미 유럽에서는 무분별한 의류 생산·유통에 제동을 걸기 시작했다. 지난해 유럽의회 환경위원회는 의류 제품의 전체 생명 주기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새로운 권고사항을 채택했다. 사실상 패스트패션 산업에 제동을 거는 조치로 해석된다.
프랑스 역시 지난 3월 프랑스 하원이 만장일치로 '패스트패션 제한법'을 통과시켰다. 법안에 따르면 패스트패션 회사는 소비자가 제품을 폐기할 때 발생하는 환경영향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판매된 품목당 최대 10유로(약 1만4000원)의 벌금을 내는 식이다. 패스트패션을 제한한 국가는 프랑스가 처음이지만 이 같은 추세는 향후 전 세계 각국으로 퍼져도 이상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소재 과학 기업 고어가 주목하는 것은 의류의 '수명'이다. 의류 제품의 수명을 길게 하는 것이 원료 채취, 생산, 운송·유통, 소비, 폐기 등 제품 전 과정에서 탄소발자국을 줄이고 환경오염도 저감할 수 있다는 게 고어의 결론이다.
고어는 일찍이 1992년부터 환경에 대한 전 과정 영향평가인 LCA(Life Cycle Assessment)를 도입해 제품의 수명이 환경영향을 개선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임을 알아냈다. 고어는 수명이 오래가면서도 고성능 품질까지 갖춘 제품을 만드는 것을 향후 지속가능한 성장의 열쇠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매일경제 MK 비즈니스 스토리는 최근 방한한 자크 르네 고어 글로벌 섬유사업부 대표와 단독 인터뷰를 진행했다. 르네 대표는 "고어는 글로벌 의류산업을 보다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이끌어가길 원한다"며 "고어 섬유사업부 역시 지속가능성을 개선하면서도 소재의 성능을 저하시키지 않는 섬유 혁신을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회사에 대해 소개 부탁한다.
▷고어는 산업의 변화를 주도하고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는 글로벌 소재 과학 기업이다. 1958년에 설립된 고어사(社)는 의류, 섬유, 항공우주, 자동차, 모바일 전자기기, 의료, 생명공학, 소비재, 화학 등 15개 이상 다양한 산업을 펼치고 있다.
-섬유사업부는 어떻게 구성돼 있나.
▷섬유사업부는 3개 부문으로 이뤄졌다. 소비자 섬유 부문은 고어텍스(GORE-TEX) 브랜드 제품군을 다루며 국내외 유수의 브랜드와 협업해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기술전문 부문은 군·소방 분야와 같은 특수 직물 제품군을 주로 취급하며 극한의 상황에서도 안전하고 쾌적한 상품을 생산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버티컬사업 유닛 부문에는 고어웨어(GOREWEAR)와 싯카(SITKA) 브랜드가 있다.
-지속 가능한 패션사업을 위해 고어는 어떤 대응을 하고 있나.
▷고어는 1992년 환경에 대한 전 과정 영향평가인 LCA를 도입했다. 이를 통해 환경영향을 개선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제품의 수명'임을 알아냈다. 제품의 수명이 길수록 원료 채취, 생산, 운송, 유통, 소비, 폐기 등 전 과정에서 탄소배출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후로 줄곧 고어는 제품 수명을 늘리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오며 고성능의 견고한 상품을 개발하는 데 매진해왔다.
-대표 제품은 무엇인가.
▷대부분 사람들은 고어는 몰라도 고어텍스라는 소재는 알 것이다. 고어텍스 소재의 시작은 확장 폴리테트라플루오로에틸렌(ePTFE)의 발견에서 시작된다. 1969년 창립자인 빌 고어의 아들인 밥 고어가 특정 조건에서 PTFE(테플론)를 반복적으로 늘리는 속에 튼튼한 물질인 ePTFE를 발견했다.
-ePTFE는 어떤 특징이 있나.
▷ePTFE는 물방울 입자보다 2만배 작고 수증기 분자에 비해서는 700배 큰 미세한 구멍이 무수하게 많은 분자 구조로 돼 있다. 공기는 통과할 수 있지만 물은 통과할 수 없는 독특한 물질이다. 튼튼하고 미세다공성 물질이면서 물 흡수량이 적어 내후성이 우수하다. 이는 자연스럽게 고어텍스 제품의 방수성·방풍성·투습성 3가지 기능으로 이어졌다.
오늘은 패션, 내일은 쓰레기 평생 입는 옷 만들려 '기후실험실' 만들었다
자크 르네 고어 글로벌 섬유사업부 대표

▷그렇다. 1970년 고어는 해당 기술을 특허 출원했고 이후 의류부터 신발, 장갑 등 ePTFE로 제작된 다양한 제품 기술 특허가 출원됐다. 이것이 방수성·방풍성·투습성을 갖춘 대표적 기능성 소재인 고어텍스의 시작이며 아웃도어 용품부터 우주복, 군복, 의료용 등 다양하게 쓰이고 있다.
―고어가 생산하는 소재가 수명이 길지 아닌지는 어떻게 알 수 있나.
▷견고한 고성능 제품을 만들기 위해 모든 단계에서 엄격한 테스트를 진행한다. 더불어 고어텍스 기술을 자사 제품에 통합하는 파트너 제조업체와 협력해 고품질 표준을 충족하는 원단, 멤브레인, 단열 소재, 안감은 물론 해당 파트너 브랜드에서 생산하는 제품까지 테스트하고 있다.
―테스트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뤄지나.
▷테스트는 세 단계에 걸쳐 실시된다. 첫 번째 단계는 연구실에서다. 고어텍스 내피 방수 시험부터 원자재 시험, 원심 분리, 워킹 시뮬레이터 테스트 등 실제 환경과 같은 구조의 실험 도구로 혹독한 테스트를 한다. 두 번째는 직접 착용 테스트다. 인공 기후 실험실, 레인타워 등 실제와 같은 환경이 구성된 실험실에서 사람이 착용해 시뮬레이션하는 것이다.
―인위적으로 기후 조건을 만들어내 제품 수명을 가늠하는 식인가.
▷그렇다. 인공 기후 실험실은 고어만의 고유한 실험 방식이다. 온도, 상대습도, 풍속 등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자연 태양 복사를 정확하게 시뮬레이션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다양한 자연환경에서 소재, 의류 제품, 사람의 활동 방식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레인타워는 실제 비가 내릴 때 빗방울 분포와 속도를 토대로 다양한 우천 상황을 시뮬레이션한다. 1987년 고어의 품질 인증 절차의 일환으로 처음 시작됐다.

▷필드 테스트다. 실제 환경에서 성능을 체크하기 위해 전문가들이 함께 착용 테스트를 한다. 이렇게 혹독한 테스트를 거친 견고한 제품만이 소비자가 만나볼 수 있다.
―고어텍스도 혁신을 거듭할 것 같은데.
▷그렇다. 2022년 출시된 고어텍스의 혁신적인 '확장형 폴리에틸렌(ePE)' 소재는 탄소 발자국이 감소된 제품이다. 과불화화합물(PFC)도 제거됐다. PFC는 쉽게 분해되지 않고 오랫동안 축적될 수 있는 난분해성 화합물로, 공기와 물을 통해 환경을 오염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내구성을 비롯해 방수, 방풍, 투습성 등까지 갖췄다. 기존 고어텍스 소비자 제품에 적용된 멤브레인 소재에 비해 더욱 견고하면서 매우 얇은 복합재로 재탄생한 셈이다. 해당 소재의 혁신성을 인정받아 미국 과학지 '파퓰러사이언스'의 제35회 베스트 오브 와츠 뉴 어워드에서 '올해의 100대 혁신제품'으로 선정된 바 있다. 아크테릭스, 살로몬, 파타고니아 등 유수의 글로벌 아웃도어 브랜드도 ePE 소재를 적용한 협업 제품을 선보이며 고어가 지향하는 가치에 공감하고 있다. 고어는 ePE 소재를 2026년까지 모든 제품에 적용할 계획이다.
―ePE 소재는 어떤 제품에 직접적으로 적용되나.
▷경량화된 의류 제품을 완성시키는 데 사용된다. 또 방풍 기능이 있는 윈드 브레이커류 제품에도 널리 사용된다. 이 같은 신제품 개발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다. 전문 직종이 착용하는 제품군에선 내화 제품 개발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 화재 또는 감전 사고로부터 착용자를 보호하는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올바른 세탁 방법을 꼽을 수 있다. 고어는 제품의 내구성과 순환성을 위해 세탁 관리 지침을 알려주는 '워시&케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세탁법을 비롯해 방수와 발수의 차이를 잘 모르는 소비자가 많은데, 매장에서 방법을 알려주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
―제품 수명을 늘리는 것 외에 고어는 환경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지속가능한 소재 개발도 꾸준히 하고 있다. 우선 물 사용량을 최소화한 원액 염색 기술을 개발했다. 원액 염색 기술은 실이 압출되기 전 단계에 이미 색을 더해 추가 염색이 필요 없어 물 사용량을 줄일 수 있다. 일반 원단 염색과 비교했을 때 물 사용량을 90% 절약하고 화학물질 사용량을 60% 감소시킬 수 있다.

▷일례로 플릿웨어(편안한 운동복) 제품은 전체 포트폴리오 중 35%가 재활용 원단으로 만들어진다. 재활용 원단 비중을 최대한 높여가는 추세다. 고어는 산업폐기물을 사용해 친환경 의류 소재도 만들고 있다. 해양 플라스틱을 재활용해 원사를 제조하는 코스타리카 소재 기업에 투자하는 등 원단 제조사와도 긴밀히 협업하고 있다.
―재활용 원단을 만드는 데 어려움이 있다면 .
▷재활용 원단을 만들려면 말 그대로 기존에 사용된 원단을 확보해 재활용해야 한다. 다만 그 수량이 많지 않아 어려움이 많다. 소비자가 입지 않는 헌 옷을 반납해 업계에서 재활용할 수 있게끔 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정부 역할이 클 것으로 본다. 기존 의류나 제품이 매립지에 많이 버려질 가능성이 있는 만큼 정부가 과학적 근거에 입각해 의류 폐기물을 관리하는 역할을 해주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고어는 환경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2017년 고어 섬유사업부는 환경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PFC를 제거하겠다는 목표를 수립했다. 이를 위해 2018년에는 고어텍스 소비자 의류용 원단을 대상으로 PFC를 배제한 발수 처리 시스템을 도입했다.
―사업장 내 탄소량 감축에 관해선 어떤 목표를 세우고 있나.
▷작년까지만 해도 고어는 2030년까지 전 세계 각 시설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을 60% 감소시킬 계획이었다. 다만 이미 당초 목표를 조기에 달성해 해당 목표치를 80%로 올려 잡은 상태다. 작년에 이미 16% 감축을 달성했다. 또 2030년까지 고어텍스 제품 관련 탄소 배출량도 35% 감축할 것이다. 이는 2050년까지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기온 상승폭을 2도 미만으로 유지하는 데 필요한 감축 목표와 보조를 맞춘 것이다.
―지속가능성과 연계해 추진하는 신사업은.
▷고어는 리커머스 서비스를 미국에서 시범 운영하고 있다. 고어텍스 제품을 이용한 대여 프로그램이다. 주로 스키를 타는 분에게 제공하고 있다. 주말에 스키를 타러 가는 사람들이 새로운 의류를 구매하지 않고 고어텍스 재킷을 대여하는 식이다. 소비자는 저렴한 가격에 품질이 좋은 스키복을 대여할 수 있고, 전 사회적으로 봤을 때는 전체적 의류 소비량을 감축해 환경 영향을 줄이는 효과를 가져오게 된다. 해당 사업에 신규 투자했으며 한국 등 전 세계에서 서비스를 도입할 계획이다.
―섬유 개발에서 미래 과제는 무엇인가.
▷고어가 설정한 미래 과제는 '투습성'과 '초소형'이다. 현재 가장 개선이 필요한 부분은 투습성이다. 과거와 비교해 상당히 개선되긴 했지만 더욱 보완이 필요하다. 투습성은 편안한 착용감과 직결되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다. 현재 초경량·초소형 패커블 솔루션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시장에서 니즈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어 새로운 소재 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한국에서의 사업 계획은.
▷유수 브랜드들과 협업을 지속할 것이다. 한국은 고기능성 의류 제품 수요가 높은 국가다. 사계절이 뚜렷한 지역으로 우리가 사업을 지속적으로 확장해나가야 하는 곳이라고 보고 있다. 고어와 함께 브랜드 가치를 키울 수 있는 파트너사를 만나길 희망한다.
자크 르네 대표는…
2019년 W L 고어&어소시에이츠 글로벌 섬유사업부 대표로 취임했다. 1996년부터 약 27년 동안 다양한 부문에서 역할을 수행하며 비즈니스 리더로서 리더십을 발휘해왔다. 렌슬리어폴리테크닉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했으며 고어에 합류하기 전에는 모빌 오일에서 공정 및 세일즈 엔지니어링 업무를 담당했다.
[한재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