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바로가기

기사 상세

기업

예방이 핵심…사고 땐 긴 호흡으로 대응을

반진욱 기자
입력 : 
2024-08-30 15:29:42
수정 : 
2024-08-30 17:19:04

글자크기 설정

중소기업인을 위한 ‘중대재해법 세미나’
매경이코노미와 법무법인 율촌이 공동 주최한 ‘중소기업인을 위한 중대재해법 세미나’가 8월 27일 매일경제신문 12층 대강당에서 열렸다. 법무법인 율촌 정대원 변호사, 안범진 변호사와 김종윤 고용노동부 산업안전보건본부장이 참가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윤관식 기자)
매경이코노미와 법무법인 율촌이 공동 주최한 ‘중소기업인을 위한 중대재해법 세미나’가 8월 27일 매일경제신문 12층 대강당에서 열렸다. 법무법인 율촌 정대원 변호사, 안범진 변호사와 김종윤 고용노동부 산업안전보건본부장이 참가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윤관식 기자)

공장 화재로 근로자 23명이 사망한 일차전지 업체 아리셀 박순관 대표가 8월 28일 고용노동부에 구속됐다. 2022년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업체 대표가 구속된 첫 사례다.

남 이야기가 아니다. 2024년 1월 27일부터 중대재해법이 50인 미만 사업장으로 확대 적용됐다. 사소한 실수 하나에 징역을 살 수 있다는 두려움이 ‘사장님’을 엄습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 등 유관 단체가 헌법 소원을 청구하는 등 대책을 강구 중이지만 대세를 거스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가장 큰 문제는 대비조차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법무팀, 안전관리팀을 별도로 운영하는 대기업도 어려움을 겪는 게 중대재해법 대응이다. 중소기업인, 자영업자는 법적 규제를 일일이 확인하기 힘들다. 법을 몰라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위해 매경이코노미와 법무법인 율촌이 8월 27일 ‘중소기업인을 위한 중대재해법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에는 200명이 넘는 인원이 몰렸다. 중대재해법을 향한 세간의 관심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중대재해법의 중점은 ‘예방’

사전·사후 준비 철저히 준비하라

첫 번째 연사로 김종윤 고용노동부 산업안전보건본부장이 나섰다. ‘중대재해법 관련 고용노동부 정책 방향’이라는 주제로 제도 도입 취지와 정착 방안을 설명했다.

우선, 중대재해법이 처벌보다는 예방에 목표를 둔 정책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김 본부장은 “안전 문제는 실무자에게만 맡겨서는 한계가 있다. 산업안전보건법을 통해 아무리 안전을 강조해도, 현장에서는 안전 수칙이 잘 지켜지지 않았다. 최고경영자가 직접 안전 문제를 챙기면 현장 관리자, 근로자 모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구성원이 안전 문제를 민감하게 받아들여 사고를 줄이도록 하는 게 법의 목표”라고 밝혔다.

이어 정부 차원에서 현장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법의 취지를 살리는 방향을 고민 중이라고 덧붙였다.

“위험성 평가를 진행할 때, 제재와 처벌에 중점을 두지 않는다. 안전한 사업장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보완점을 알려주고 개선하는 방향으로 활동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기업인의 각성을 당부했다. 김 본부장은 “안전은 법과 규제만으로는 완벽하게 확보할 수 없다. 당사자 의식이 바뀌지 않으면 해결되기 힘든 문제다. 기업인이 경각심을 갖고 안전한 사업장 구축을 위해 노력해주면 감사하겠다”면서 발표를 마쳤다.

이후 안범진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가 나와 ‘중대재해 수사 및 쟁점’에 대해 발표했다. 안 변호사는 중대재해 수사 단계서 주의해야 할 사항 등을 상세히 소개했다.

중대재해 사건이 발생했을 때 대다수 기업인은 ‘패닉’에 빠진다. 사고 현장 뒷수습도 벅찬데 경찰과 고용노동부 수사관까지 들이닥치는 탓이다.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라 방황하는 이가 다수다. 안 변호사는 “사건 발생 후 정신이 없을 때 초동 수사가 시작된다. 이때 오해를 살 만한 행동은 절대 금물이다. 초동 수사 단계서 뭘 모르고 답한 내용이 치명적인 증거로 채택될 수 있다. 불확실한 증거의 무분별한 제출은 지양하고, 전문가의 법률 조언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장기간 수사에 대비해 관련 부서의 상시 협업 체계를 구축하라고 조언했다. 중대재해법 사건은 노동청·경찰·검찰 조사까지 모두 거쳐야 하는 까닭에 수사 기간이 상당히 길다. 종료까지 1년 이상 기간이 소요된다. 안 변호사는 “안전 담당 부서와 법무팀이 수사 기간 내내 긴밀히 협업해야 한다. 수사 기간이 2년을 넘는 경우가 적잖다. 호흡을 길게 갖고 끊임없이 소통하는 체제를 만들어 사건에 대응해야 한다”고 전했다.

세 번째 발표는 정대원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가 맡았다. 정 변호사는 중대재해법 컴플라이언스 필요성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컴플라이언스(Compliance)란, 법규 준수를 위해 인력과 예산을 들여 만든 체계라는 뜻이다.

정 변호사는 중대재해법 컴플라이언스를 마련하기 위해 취해야 할 3가지 조치를 소개했다. 법률 이행의 기초 확인, 사고 발생 가능성 큰 공정 사전 점검, 안전 담당자·관리 감독자 지정 등이다.

법률 이행의 기초 확인은 중대재해법상 준수해야 할 15가지 의무사항을 알아보는 것이다. 자사 사업장에 적용되는 사안이 무엇인지 미리 확인하고 준비해야 한다. 공정 사전 점검은 사고 발생 확률이 높은 작업을 미리 선별하는 절차다. 안전 담당자·관리 감독자 지정은, 사업장 내 안전 문제를 책임질 인원을 뽑는 조치다. 정 변호사는 “중대재해법이 아직 애매하고 명확하지 않은 부분이 있어, 어렵게 느끼는 경영인이 많다. 현재 사례가 쌓이는 과정에 있다. 수사기관이나 법원의 동향을 잘 살펴서 회사 정책 중 부족한 점과 개선해야 할 사항을 꾸준히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터뷰 | 조상욱 법무법인 율촌 중대재해센터장
50인 미만 사업장, 지금부터 준비해야
조상욱 법무법인 율촌 중대재해센터장
조상욱 법무법인 율촌 중대재해센터장

법무법인 율촌은 중대재해법 ‘강자’로 꼽힌다. 법률 시행 이후 굵직한 사건의 변호를 성공적으로 맡으면서 경쟁력을 입증받았다. 로펌 내 중대재해센터를 통해 활발한 자문·변호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중대재해법 도입 이후의 변화를 현장은 얼마나 체감하고 있는지, 조상욱 율촌 중대재해센터장에게 들어본다.

Q.중대재해법 도입 이후, 과거에 비해 어떤 점이 달라졌나.

A. 법 인식이 제고되고, 안전에 대한 교육, 투자 등이 많아졌다. 단순히 서류 작업만 갖추는 수준이 아니라 안전보건관리체계를 실질화하려는 노력이 많이 보인다. ESG와 연결해 하청의 안전의무 준수까지 포함해 근본적 개선을 꾀하는 기업도 나타나고 있다. 매우 긍정적인 변화다.

Q. 중대재해법을 어려워하는 기업이 많다. 기업이 겪는 어려움은 무엇인가.

A. 절차를 준비하는 것 자체를 어려워한다. 중대재해법에 관한 여러 가지 자료가 나와 있지만, 안전에 있어 ‘완벽’이라는 것은 상정하기 쉽지 않다. 예방 절차 수준은 안전과 효율성 사이에서 결정해야 하는 문제일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법을 충실하게 이행해 처벌되지 않는 수준은 사고 발생 전에 명확히 알기 어렵다. 긴 수사 기간도 애로사항으로 꼽힌다. 중대재해 사건이 발생해 해결될 때까지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다. 수행하는 사건 중에서 2년을 넘어서도 아직 끝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업무가 과중하고 사안별로 특수성이 있는 것은 이해하지만, 수사를 효율적으로 해서 조속히 종결시켜줄 필요가 있다.

Q. 법률 도입 후 긍정적인 변화는 있나.

A. 기업과 그 구성원들 사이에서 재해 방지·안전 환경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크게 제고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인식 제고가 단기적으로 당장 중대재해 감소로 이어지지는 않더라도 장기적으로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믿는다.

Q.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법의 차이를 궁금해하는 이가 많다.

A. 중대재해법은 작업 현장에서 산업안전보건법 등 기존의 안전보건관계법이 잘 준수될 수 있는 컴플라이언스 시스템을 갖추도록 하는 법이다. 중대재해법은 경영책임자를 의무 주체로 삼는다. 경영책임자가 기업의 모든 개별 작업에 대해 안전조치를 관리감독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를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도록 한 것이다.

Q. 50인 미만 사업장으로 적용 대상이 늘어났다. 이들 업체가 갖춰야 할 기본 사항은 무엇이 있을까.

A. 사고 대응을 하다 보면 아예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갖추지 않은 기업이 많다. 때문에 대응 자체가 어려울 때가 상당수다. 가장 기본부터 차근차근 만들어야 한다. 최근 대응에 참고할 수 있는 안내서가 많아졌다. 해당 안내서에 적힌 대로 준비를 하면 상당 부문 법률 위협에 대비가 가능하다.

[반진욱 기자 ban.jinuk@mk.co.kr, 이호준 인턴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75호 (2024.09.03~2024.09.10일자) 기사입니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 좋아요를 눌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