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억원 손실(2022년)에서 122억원 흑자(2023년)전환. 단 1년 만에 일어난 일이다. 미용 의료 플랫폼 강남언니(법인명 힐링페이퍼)가 이룬 실적이다. 지난해 매출액은 417억원 정도니 영업이익률이 20%를 훌쩍 넘는다.
강남언니는 성형, 피부 등 미용 관련 전문 정보 앱이다. 코로나19가 한창일 무렵, 성형 등 미용의료 시장은 침체일로였다. 그러던 것이 엔데믹이 시작되고 국내외 고객 수요가 폭발하면서 관련 앱도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물론 아무리 대외 환경이 유리하게 바뀌었다 해도 1년 만에 대규모 흑자로 돌아선다는 게 쉽지 않다. 관련 업계가 주목하는 이유다.

창업자 누구?
연대 의학전문대 출신 공동창업
창업자는 홍승일 대표.
2012년 연세대 의학전문대학원에 재학 중이던 그는 공동창업자 박기범 부대표와 함께 ‘더 좋은 의료 서비스를 누구나 누릴 수 있게’ 하자는 데 뜻을 모으고 창업의 길을 걷게 됐다. 애초 서비스는 미용의료 정보 제공 서비스가 아니었다. 법인명은 ‘힐링페이퍼’로 같았지만, 만성질환 관리 앱으로 시작했다.
홍 대표는 “약 2년 동안 급여의료 분야에서 사업 모델 찾기에 어려움을 겪었다”며 “이후 힐링페이퍼는 비급여의료에 주목, 비급여의료 중 소비자와 공급자 간 정보 불균형이 가장 심한 미용의료 영역을 택했다”고 소개했다.
당시만 해도 미용의료는 고객 입장에서 불편한 점, 즉 페인 포인트가 많은 시장이었다. ‘무조건 싸게 해주겠다’며 고객을 꼬드겨 공장형 시술을 하는 곳으로 안내해주고는 본인 수수료 수익만 극대화하려는 성형 브로커, 가짜 온라인 후기 등 부실 정보가 넘쳐나며 시장은 매우 혼탁했다.
2015년 1월 미용의료 정보 플랫폼 ‘강남언니’가 세상에 나온 배경이다.
회사 관계자는 “강남언니라는 명칭은 ‘미용의료 정보 전문가’인 ‘언니’가 알려준다는 의미로, 미용의료 서비스가 필요한 순간 바로 떠올릴 수 있도록 직관적으로 지었다”고 소개했다.
힐링페이퍼는 최근 해외로 눈을 돌려 일본 ‘カンナムオンニ(강나무온니)’, 글로벌 범용 외국인 환자 유치 ‘UNNI(언니)’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일본판 강남언니와 ‘UNNI’ 서비스를 통해 외국인 환자 누구나 한국 미용의료 병원 정보를 검색하고 상담 신청할 수 있다. 6월 말 기준 강남언니 가입자 수는 600만명에 달한다.

왜 이익률 높나
일본 기업 M&A 후 비약적 성장
강남언니 사업 모델은 비교적 단순하다. 우선 이용자가 고민 부위에 적합한 병원과 시술을 선택할 수 있게 정보를 제공한다. 이용자는 병원과 시술별 정확한 시술 가격, 다른 이용자 후기를 비교 분석해 병원 상담과 시술 예약을 신청할 수 있다.
그러면 영업이익은 어디서 나올까. 주요 수익 모델은 병원 광고 페이지에 대한 광고비 과금(CPV·Cost Per View)이다. 기업 고객인 병원이 광고를 원하는 미용 시술 관련 광고 페이지를 강남언니에 띄운다. 잠재 환자인 이용자는 이곳저곳을 탐색하다가, 특정 병원 광고 페이지에 일정 시간 머무를 수 있다. 이때 광고비가 차감되는 방식이다. 한국 의료법상 영리를 목적으로 환자를 중개·알선하는 것은 금지되므로 상담 신청, 예약, 결제 기능에서는 별도 수익 창출이 되지 않는다.
어찌 보면 단순할 수 있다. 그럼에도 높은 이익률을 낼 수 있는 것은 가입자의 꾸준한 유입과 이후 이들의 체류 시간이 늘어난 덕분이다.
회사 관계자는 “재방문·체류 시간을 늘리기 위해 꾸준히 고객 경험을 개선했고, 전장을 넓히기 위해 글로벌로 확장했다. 또 비용 효율화를 추진한 결과 높은 영업이익률이 났다”고 소개했다.
고객 경험은 어떻게 개선했을까.
무엇보다 예비 시술자가 최대한 다양하게 병원을 비교할 수 있도록 저변을 넓혔다. 6월 말 기준 한국 2000여곳, 일본 1200여곳 병원이 기업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일(韓日) 양국을 통틀어 가장 많은 병원이 입점해 있는 수준이다. 더불어 가입자 불편과 불만을 최소화했다. 보통은 앱에서 제시된 가격을 보고 병원을 방문하면 이것저것 시술이 더해지면서 최종 결제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경우가 많았다. 강남언니는 추가 결제 강요를 방지하기 위해 앱에서 모바일 시술 결제 기능을 제공함으로써 이 같은 분쟁을 사전에 차단했다.
영업이익 증가에는 해외 진출도 큰 힘이 됐다. 2019년 시작한 일본 사업은 코로나19 때 잠시 접었을 정도로 쉽지 않았다. 그사이 현지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2020년 일본 동종 2위 서비스였던 ‘루쿠모(Lucmo)’를 인수하며 양질의 일본 병원 후기를 축적했다. 이후 상황이 반전됐다. 지난해 일본 매출은 80억원을 기록하며 일거에 효자가 됐다. 전년(약 10억원) 대비 800% 성장세다. 같은 기간 강남언니를 통해 실제 병원을 선택한 이용자 수는 12배나 늘었다. 일본 사업은 한국 병원으로 방문하는 고객(크로스보더)과 일본 내 병원을 선택하는 고객(도메스틱)으로 나뉘어 매출이 발생하는데 최근 그 비율이 ‘5:5’ 정도로 대등해져 안정적인 사업 구조가 만들어졌다. 회사 관계자는 “한국 병원을 찾는 일본 이용자가 많으면 성장이 좀 더 가팔라지는데 2022년 대비 1년 만에 12배 성장하는 등 크로스보더 사업이 빠르게 성장 중인 점도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비용 절감도 이익률을 끌어올리는 데 한몫했다. 지난해에는 마케팅 비용을 전년 대비 30% 감축하고 SaaS(구독형 소프트웨어)를 장기 계약 형태로 변경해 비용을 낮추는 등 연간 지출 비용을 크게 줄였다.

변수는 없나
대한의협 갈등 장기화
다만, 대한의사협회가 지속적으로 사업 모델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고 있다는 점은 변수다. 대한의협은 ‘강남언니’가 의료법을 위반했다고 본다.
이와 관련 회사 측은 “강남언니가 국내에서만 활동한다면 각 병원 입장에서는 플랫폼 종속화를 걱정할 수 있지만 해외 고객을 국내로 유입시키면 국내 병원에도 이익이기 때문에 갈등이 해소될 수 있다고 본다”며 “그래서 해외 사업을 더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강남언니가 2022년 말부터 일본 외 글로벌 환자 유치를 위해 ‘언니’라는 서비스를 내놓은 후 전 세계 어디서나 ‘언니’ 서비스를 통해 한국 미용의료 병원 정보를 검색하고 예약 가능하게 됐다.
홍승일 대표는 “정부는 2027년까지 연 70만명 외국인 환자 유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앞으로도 강남언니는 외국인 환자 유치, 한국 미용의료 기술과 서비스를 전 세계에 알리는 데 더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수호 기자 park.suho@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66호 (2024.07.03~2024.07.09일자)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