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회장 “개인적 일로 심려끼쳐 죄송
SK 명예 위해 진실 바로잡겠다”
참석한 CEO들 “SK 명예훼손”
“노태우때 사업권 따고 반납
내가 직접 경험했던 일” 격앙
![최태원 SK그룹 회장2024.05.28. [사진 = 현장풀 이승환 기자]](https://pimg.mk.co.kr/news/cms/202406/04/news-p.v1.20240528.996ac84cbb094de8a042c118eb47262c_P1.jpg)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최근 이혼소송 항소심 판결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면서 “SK 명예를 위해 반드시 진실을 바로잡겠다”고 밝혔다. SK CEO(최고경영자)들도 명예회복에 힘을 보태기로 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지난달 30일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재산분할로 1조3808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최 회장은 3일 서울 SK서린사옥에서 열린 임시 수펙스추구협의회에서 “개인적인 일로 SK 구성원과 이해관계자 모두에게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SK와 국가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이 없도록 묵묵하게 소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SK 경영진은 항소심 판결이 SK그룹 가치와 역사를 심각히 훼손한 만큼 그룹 차원 입장 정리와 대책 논의 등을 하기 위해 이날 회의를 소집했다. 회의에는 최 회장과 최창원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주요 계열사 CEO 등 20여명이 참석했다.
최 회장은 “이번 판결로 지난 71년간 쌓아온 SK그룹 가치와 그 가치를 만들어 온 구성원 명예에 큰 상처를 입어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수펙스추구협의회 참석 이유를 밝혔다.
그는 “사법부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지만, SK가 성장해온 역사를 부정한 이번 판결에는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며 “SK와 구성원 모두의 명예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진실을 바로잡겠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재산분할과 함께 SK그룹 성장과정에서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의 역할을 인정했다. 노 전 대통령 자금 300억원이 최 회장 부친인 고 최종현 전 회장에게 유입되는 등 노 전 대통령이 최 전 회장 측 경영 활동에 기여를 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최 회장의 재산을 모두 분할 재산 대상으로 판단했다.
최 회장은 “이번 사안에 슬기롭게 대처하는 것 외에 엄혹한 글로벌 환경변화에 대응하며 사업 경쟁력을 제고하는 등 그룹 경영에 한층 매진하고자 한다”며 “그린과 바이오 등은 ‘양적 성장’ 보다 내실 경영에 기반한 ‘질적 성장’을 추구하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이날 회의에서 CEO들은 법원 판결이 SK그룹의 성장 역사를 훼손했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일부 CEO는 SK의 이동통신사업 진출 과정에 과거 정부 특혜가 있었다는 취지의 판결과 관련해 “노태우 정부 당시 압도적인 점수로 제2이동통신 사업권을 따고도 정부의 압력 때문에 일주일만에 사업권을 반납한 것은 역사적 사실이고, 직접 경험한 일이기도 하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CEO들은 “김영삼 정부 출범 이후 어렵게 한국이동통신을 인수해 이동통신사업에 진출했는데 마치 정경유착이나 부정한 자금으로 SK가 성장한 것처럼 곡해한 법원 판단에 참담한 심정”이라는 입장을 밝히며, 앞으로 진실 규명과 명예 회복을 위해 결연히 대처하기로 뜻을 모았다.
SK 경영진들은 또한 판결 이후 구성원과 주주, 투자자, 협력사 등의 반응과 향후 경영에 미칠 파장 등을 점검하고 대응책 등을 논의했다. CEO들은 우선 구성원들이 동요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업무에 전념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또한 외부 이해관계자들이 SK 경영 안정성을 우려하지 않도록 적극 소통하며 한층 돈독한 신뢰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노력하기로 했다.

법원은 최 회장·노 관장 재산을 약 4조원으로 판단하면서,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현금 1조3808억원을 지급해야한다고 판결했다. 이 돈을 마련하기 위해 최 회장이 SK(주)와 SK실트론 주식 일부를 매각할 수도 있다는 추측이 나오면서, 사모펀드 등의 경영권 공격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최 회장 재산 대부분은 주식이다.
최 회장은 그룹 지주사 SK(주) 지분 17.73%를 보유했으며, 특수관계인까지 포함해도 25.44%에 불과하다. SK실트론 지분 29.4%는 총수익스왑(TRS) 형태로 지분을 갖고 있다.
최 회장이 주식 매각을 통해 현금 1조3808억원을 마련하려면 2조원에 가까운 주식을 팔아야 한다. 대주주가 주식을 팔 경우 최대 27.5% 양도소득세가 부과되기 때문이다. 양도세만 6000억원에 달할 수 있다는 얘기다. SK 고위 관계자는 “최 회장이 이번 소송의 여파로 사실상 전 재산을 처분해야 한다는 말까지 나온다”고 말했다.
SK그룹은 항소심 판결 직후 사실상 비상사태 분위기다. 수펙스추구협의회 직원 일부는 야근에 이어 주말까지 출근하며 3일 임시 수펙스추구협의회를 준비했다. 특히 판결문이 유출되며 관련 법정 대응에 나섬과 동시에 어수선한 회사 분위기 수습을 위한 전략 수립에 공을 들이고 있다. 안팎에서 쏟아져나오는 각종 루머나 뜬소문을 바로잡는게 우선이라는 판단에서다.
SK그룹 관계자는 “사업 리밸런싱과 조직 개편만으로도 회사 분위기가 어수선한 상황에서 소송 리스크가 더해지며 상황이 복잡해졌다”며 “그룹사 체질 개선 계획 전체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공공연히 표출될 것”이라고 말했다.
재판부에 대한 격앙된 반응도 나오고 있다. SK 관계자는 “판결문은 최종현 선대 회장께서 이동통신 사업에 뛰어든 것을 지극히 모험적이고 위험한 행위라고 표현했다”며 “이는 기업가 정신을 훼손하고 소속원들의 사기를 떨어트리는 것으로 SK 구성원들은 분노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