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바로가기

기사 상세

기업

'폐분리막서 섬유'… SK 폐기물 제로 속도

정유정 기자
정상봉 기자
입력 : 
2024-03-24 17:09:09
수정 : 
2024-03-24 19:22:15

언어변경

글자크기 설정

SKIET, 라잇루트와 손잡고
폐분리막을 기능성 섬유로
등산복·車시트 소재로 활용
'1m당 30g' 탄소저감 효과도
SK아이이테크놀로지 충북 증평공장에서 직원이 분리막을 살펴보고 있다. SK이노베이션
SK아이이테크놀로지 충북 증평공장에서 직원이 분리막을 살펴보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지난 20일 KTX 천안아산역에서 차로 20여 분을 달려 도착한 야산 옆 작은 공장. 150평 남짓한 공장 안으로 들어가니 비닐봉지처럼 보이는 흰 필름이 롤러 여러 개로 구성된 기계에 연결돼 있다. 롤러를 거치며 주름이 펴진 필름은 다른 섬유와 덧대어져 새로운 섬유로 탄생한다. 섬유의 이름은 '텍스닉'. 고기능성 섬유인 고어텍스처럼 방수 성능이 뛰어나고 내부에서 발생하는 수증기를 외부로 내보내는 '투습도'가 높아 붙여진 이름이다.

현장을 안내하던 신민정 라잇루트 대표는 "텍스닉 재료인 흰 필름은 비닐봉지가 아니라 배터리 제조에 쓰이지 못한 폐분리막"이라며 "양극재와 음극재의 접촉을 막고 전해질은 쉽게 이동시키는 분리막의 미세다공형 구조가 땀 배출과 보온 기능이 뛰어난 고어텍스와 동일한 특성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텍스닉을 만든 벤처기업 '라잇루트'는 2020년 세계 최초로 폐분리막을 재활용해 기능성 원단으로 만드는 기술을 개발했다. 사업에 날개를 단 것은 SK이노베이션의 소셜벤처 발굴·육성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서였다. 2020년 시제품을 개발한 직후 SK이노베이션의 '환경 분야 사회적기업 창업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집중 육성 기업으로 선정됐다.

이 같은 과정을 통해 라잇루트는 SK이노베이션의 친환경 파트너로 성장했다. SK이노베이션의 리튬이온배터리 분리막 소재 사업 자회사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에서 폐분리막을 공급받아 텍스닉 소재를 본격적으로 출시했다. 이는 SK이노베이션에도 의미가 있다. 사업장 폐기물을 최소화하고 재활용을 활성화하기 위해 추진하는 '폐기물 매립 제로(ZWTL)'와도 결을 같이하기 때문이다. 탄소 감축 효과도 크다. 텍스닉 1m당 약 30g의 탄소 배출 저감 효과가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라잇루트는 지난해 텍스닉을 론칭한 후 삼성물산, 제로그램, 무움, 밥캣 등과 사업화 검증(PoC) 계약을 맺었다. 빈폴골프의 가방과 모자 등 상품에는 이미 텍스닉 원단이 쓰이고 있다. 최근에는 해외 명품 브랜드와도 계약을 맺어 내년부터 소재를 공급할 예정이다.

범용 분리막보다 내구성이 높은 세라믹 코팅 기술(CCS) 적용 분리막을 재활용한 원사로 자동차 시트 소재를 만드는 신사업도 추진 중이다. 최근 국내 완성차 기업의 고급 세단 차량 시트를 개발하는 업체로 선정되기도 했다. 라잇루트는 SKIET 증평공장의 CCS 적용 폐분리막을 지원받아 올해 2공장 생산설비 설치를 끝내고 원사 상용화를 위해 준비하고 있다. 텍스닉은 이달 초 SK이노베이션 지원을 받아 환경전과정평가(LCA) 검증과 3자 검증을 모두 통과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2030년 전 세계 폐분리막 발생량은 약 6만4000t에 이르며 이에 따른 탄소배출량은 약 3만3930t으로 추정된다. 1년 동안 매일 플라스틱 컵 2만8000개를 쓰고 버리는 것과 같은 수준이다. 이렇게 버려지는 폐분리막을 재활용해 티셔츠 51억2000만장을 만들 수 있다.

[정유정 기자 / 천안 정상봉 기자]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 좋아요를 눌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