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3공장은 비용 인상으로 신중 검토
밀가루값 인하 따른 라면값 인하는 미온적

신동원 농심 회장은 22일 “글로벌 시장에서 라면 인기가 높아 경기도 평택 포승이나 부산 녹산에 확보된 부지에 수출 전용 라면 공장 신설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신 회장은 이날 서울 신대방동 농심 본사에서 열린 제60기 정기주주총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국 2공장에 라인 1개를 증설 중이고 국내에도 공장 건설을 검토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농심이 국내에 공장을 지은 것은 2007년 부산 녹산공장이 마지막이며, 이번에 신규 공장을 세우게 되면 무려 17년 만이다.
농심은 현재 경기 안양과 안성, 아산, 부산 사상, 구미, 부산 녹산, 평택 포승 등 국내 7곳에 공장을 두고 있으며 평택과 부산 중 한 곳에 공장 신설을 검토 중이다. 다만 미국 제3공장 건립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신 회장은 “현재 미국 내 부지 가격 및 인건비 등 건설 비용이 올라 미국 3공장은 시간을 두고 검토할 계획”이라면서 “현재는 수출이 좋아 유럽 지역에 판매법인을 설립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농심은 현재 미국에 2개의 공장이 있으며 2005년 가동한 제1공장에서는 봉지면 2개, 용기면 4개 라인이, 2022년 가동한 제2공장에서는 봉지면 1개, 용기면 2개 라인이 운영되고 있다. 2공장에 증설 중인 라인은 올해 하반기에 가동될 예정이다.
농심이 17년만에 국내 공장을 짓기로 한 건 대표 제품인 신라면 등 라면 인기가 전 세계에서 갈수록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농심의 해외매출액은 2019년 8억 달러에서 지난해 13억 100만 달러로 62.6%로 증가했다. 작년 해외매출액 중 캐나다를 포함한 미국 법인 매출이 5억3800만 달러로 가장 많았고 유럽지역은 6010만달러로 2019년(2500만달러)보다 배 이상 늘었다. 유럽지역에서는 라면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신라면이 매출의 약 70%를 차지할 만큼 인기이다. 지난해 농심은 매출 3조4106억원, 영업이익 2121억원의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신 회장은 밀가루 가격 하락에 따른 라면 가격 인하 가능성에 대해서는 미온적인 반응을 보였다. 신 회장은 “밀가루 한 품목만 가지고 라면 가격을 조정하기는 쉽지 않다”며 “여러 환경들이 불안한 상황에서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 결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라면 업계는 지난해 정부가 국제 밀 가격 하락 등의 이유를 들어 제품가 인하 협조를 구하자 일부 제품 가격을 소폭 인하했다. 당시 농심은 신라면 가격을 50원, 오뚜기는 진라면을 제외한 15개 제품 가격을 평균 5% 인하했다. 삼양식품은 주력 상품인 불닭볶음면을 제외한 12개 제품 가격을 평균 4.7% 낮췄다.
이날 농심은 올해 경영지침을 ‘전심전력’으로 정하고 3대 중점과제로 글로벌 사업의 시장지배력 강화, 인수합병 등 미래 준비, 수익구조 고도화를 꼽았다. 이날 주총 안건이었던 신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등 모든 안건도 일사천리로 통과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