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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 인력난 해결하려면 외국인 유학생 활용해야”

김동은 기자
입력 : 
2024-03-18 17:03:12
수정 : 
2024-03-18 18:5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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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인터뷰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지난 15일 매일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취임 3개월을 맞은 소회와 앞으로 중기부의 주요 정책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충우 기자>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지난 15일 매일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취임 3개월을 맞은 소회와 앞으로 중기부의 주요 정책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충우 기자>

“중소기업의 인력난 해소를 위해선 한국에서 공부하고 있는 외국인 유학생을 활용해야 합니다.”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취임한지 3개월이 조금 지났다. 외교부에서 차관까지 거치며 수십 년 공직 생활을 했지만 중소·벤처기업 관련 업무는 처음이니 아직 적응이 덜 끝났다고 탓할 일은 아니다. 하지만 지난 15일 인터뷰를 위해 서울 여의도 중기부 서울사무소에서 만난 오 장관은 마치 공직생활 내내 중소·벤처기업 이슈만 다룬 전문가처럼 답변에 막힘이 없다. 취임과 동시에 현장 방문만 40번 넘게 할 정도(3일에 한번 꼴이다)로 업무에 열정을 쏟는 스타일 때문인 듯하다.

지금 중소기업들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인력 문제다. 특히 전문 기술을 지닌 숙련 노동자 부족이 심각하다. 오 장관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두 가지 방안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첫 번째는 국내 인력을 양성하는 방법이다. 오 장관은 “지금도 마이스터 고등학교 등에서 중소기업에서 원하는 기술을 교육시키고 있다”며 “다만 졸업생과 인력이 필요한 기업을 매칭시킬 수 있도록 시스템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두번째 방법은 이미 한국에 와 있는 외국인들을 채용하는 것이다. 오 장관은 “검증되지 않은 외국인 인력을 들여오기 보다 한국에 유학 중인 유학생들이 자연스레 취업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며 “특히 지방에서 공부한 학생들이 산학 연계를 통해 지역에 남아 취업할 수 있다면 효과가 더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를 위해선 이들이 갖고 있는 유학비자를 취업이 가능한 E-7 비자로 쉽게 바꿀 수 있게 제도를 바꿔야 한다”며 “중기부가 이런 부분을 주무 부처에 건의해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학생이 취업비자 받기 쉽게 제도개선
R&D 인력채용시 내국인 비율도 조정

근무 인력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한 또 다른 접근은 중소기업이 일할만한 곳이란 인식을 심어주는 일이다. 이를 위해 중기부는 ‘참 괜찮은 중소기업’이란 프로그램을 통해 내실이 탄탄하고 조직문화가 우수하며 근무 환경도 탄탄한 기업들을 골라 소개하고 있다.

오 장관은 중소기업들도 청년들이 일하고 싶은 직장을 만들기 위해 스스로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장관은 “현장에서 만난 젊은이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는 회사에서 ‘자기계발’ 기회를 주느냐다”라고 말했다. 그는 “얼마전 방문한 부산의 오토닉스는 직원들이 자격증을 따면 학원비 등 모든 비용을 정산해줄뿐 아니라 회사에 사이버연수원도 만들었다”며 “좋은 직원을 뽑으려면 회사도 이런 의지를 보여줘야한다”고 말했다.

물론 중기부 젊은 인재들이 중소기업을 선택할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예정이다. 오 장관은 “중기부는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해 가족과 함께 살 수 있도록 기업 주변환경을 개선하는 일을 한다거나 중소기업 근로자가 내 집 마련을 더 쉽게 할 수 있게 청약 제도 등을 손보는 문제 등을 국토교통부와 논의를 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열린 마음으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스타트업 회사들 가운데는 해외 우수 인재를 채용해 연구개발(R&D)을 맡기고 싶어하는 곳이 많다. 하지만 원칙적으로 외국인 전문인력은 내국인 고용인원의 20%까지만 채용할 수 있어 마음껏 R&D 인력을 채용할 수 없는 문제가 있다. 오 장관은 “현장 애로를 해소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외국인력 통합관리 실무 TF’를 통해 법무부 등 관계부처와 외국인 고용 비율 확대 등의 내용을 협의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이커머스 통한 소상공인 수출 늘려야
해외 스타트업 국내유치도 지원필요
인터뷰 내내 오 장관은 어떤 질문에도 막힘없이 의견을 피력했다. 오 장관을 만나본 중기 관계자들이 입을 모아 “업무를 파악하는 속도가 무척 빠르다”고 평가했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이충우 기자>
인터뷰 내내 오 장관은 어떤 질문에도 막힘없이 의견을 피력했다. 오 장관을 만나본 중기 관계자들이 입을 모아 “업무를 파악하는 속도가 무척 빠르다”고 평가했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이충우 기자>

소비의 중심이 온라인 플랫폼으로 이동하면서 디지털화에서 소외된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은 제품을 판매할 판로가 막힌 상황이다. 이에 대해 오 장관은 “제품을 판매할 수 있는 다양한 플랫폼이 있지만 많은 중기인과 소상공인들이 그 플랫폼을 활용하지 못한다는 점이 문제”라는 입장을 보였다. 그는 “잘 팔릴 제품을 만드는 건 기본이고 이에 더해 제품이 더 매력적으로 보이게 사진을 찍고 온라인에서 찬촉을 하는 등 마케팅 기술이 필요한데 아직 중기·소상공인들은 이 부분이 약하다”며 “중기부 산하 기관들이 각종 교육 프로그램이나 공용 스튜디오 등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기부 데이터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의외로 많은 소상공인들이 해외 상거래 플랫폼을 통해 수출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며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 등을 통한 저가제품 공세가 무서운데 역으로 온라인을 통해 한국 제품 수출을 돕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오 장관은 취임 이후 줄곧 한국 스타트업과 중소기업들의 수출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수시장 규모가 제한적이고 미국과 중국 등 인접 강대국들이 한국 시장에 진입하기 쉽기 때문에 우리 스타트업의 국내 판로 확대는 한계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오 장관의 수출 드라이브 정책에 대한 기업들의 기대감도 크다. 최근 내수 소비 부진 등을 겪고 있는 기업들 역시 글로벌 시장 진출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기부가 구상 중인 중소기업 수출 지원책 중 하나는 수출 지원 허브를 만드는 일이 될 전망이다. 중기부는 최근 각 정부부처,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이 개별적으로 시행하는 수출 지원 정책들을 중소기업이 한 눈에 확인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 구축을 구상 중이다. 이에 더해 외교부와 협조해 해외 공관에 중소기업 수출을 돕는 협의체를 설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 장관은 “해외에 진출한 K-스타트업들을 현지 대사가 관심을 갖고 현지 네트워크와 연결해주는 등 계속 챙겨준다면 효과가 얼마나 크겠나”라며 “외교부에서도 적극적으로 지원해주기로 약속했다”고 말했다.

오 장관은 인터뷰를 통해 ‘해외 스타트업의 국내유치’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 스타트업의 높은 수준에 비해 한국의 창업생태계는 상대적으로 세계화하지 못했다”며 “내국인 위주의 창업 생태계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오 장관은 “해외 스타트업이 많이 들어와 창업생태계가 먼저 글로벌화 되어야 한국 스타트업들이 창업초기부터 글로벌 마인드로 무장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고금리와 고물가로 고통받고 있는 중소기업·소상공인을 위해 중기부는 연초부터 고금리 대출을 저금리 대출로 바꿔주거나 이자로 낸 비용 일부를 금융기관으로부터 돌려받고, 영세 소상공인들의 전기료를 보조해주는 등 다양한 지원책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이런 것보다 중요한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의 체질을 바꿔 외부 충격이 오더라도 견딜 수 있는 체력을 키워주는 일이란 지적이 있다.

이에 대해 오 장관은 “지정학적인 변화와 ESG 강화 등의 움직임도 중기·소상공인들에게 큰 리스크가 될 수 있다”며 “하지만 반대로 체질 변경을 통해 이런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기부 내에 TF를 만들어 그동안 중기부가 펼쳤던 정책이 어떤 효과를 갖고 왔는지 데이터 중심으로 분석했다”며 “데이터 분석을 바탕으로 중기·소상공인이 갖고 있는 잠재력을 키우기 위한 혁신적인 정책들을 곧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처법 유예요구는 ‘공포마케팅’ 아냐
매경 캄보디아 포럼 중기에 도움 됐으면
오 장관은 인터뷰를 통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의 해외 진출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부가 지원할테니 자신감을 갖고 글로벌 시장에 뛰어들라는 주문이다. <이충우 기자>
오 장관은 인터뷰를 통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의 해외 진출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부가 지원할테니 자신감을 갖고 글로벌 시장에 뛰어들라는 주문이다. <이충우 기자>

야당과 일부 시민단체들의 “빵집 사장도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받을 수 있다는 건 정부와 언론의 공포 마케팅”이라는 주장에 대해선 “사실을 알리고 교육·홍보를 하는 것일 뿐 절대 공포 마케팅이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오 장관은 “동네 빵집이나 음식점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할 개연성이 낮은건 사실이지만 분쇄기 끼임 사고 등이 발생할 가능성은 분명히 있다”며 “걱정이 큰 소상공인들을 대상으로 곧 대응 방안을 담은 대책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초 중소기업들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던 R&D 예산 삭감과 관련해선 “예산 나눠먹기 식의 R&D 지원은 앞으로도 지양하겠다”고 못박았다. 그는 “사업구조, 선정방식 등을 개선해 혁신기술 등 R&D 다운 R&D를 하는 기업을 집중 지원할 것”이라며 “아울러 지난 1월 출범한 ‘R&D 미래전략 라운드테이블’을 통해 중소벤처기업 R&D의 미래 방향을 만들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베트남 대사를 역임하기도 했던 오 장관은 매일경제신문이 오는 3월26일과 27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개최하는 ‘매경 캄보디아 포럼’에 대한 기대감도 감추지 않았다. 그는 “캄보디아는 팬데믹 충격에서 가장 빠르게 회복된 국가 중 하나며 잠재력도 크다”며 “매경이 개최하는 포럼을 통해 우리 중소기업들이 캄보디아에서 새로운 판로를 개척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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