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보없는 G2 '치킨게임'
104% 관세폭탄 현실화땐
양국 무역 사실상 올스톱
中, 미국기업 조사 등 엄포
9일 발효 앞두고 협상 분주
美재무 "70개국 문의해와"
EU는 상호 무관세 제안
104% 관세폭탄 현실화땐
양국 무역 사실상 올스톱
中, 미국기업 조사 등 엄포
9일 발효 앞두고 협상 분주
美재무 "70개국 문의해와"
EU는 상호 무관세 제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미국에 대한 중국의 34% 보복관세에 대응해 중국에 50% 추가 관세를 경고하고 나선 것은 사실상 중국을 표적으로 삼아 '본보기'를 보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지난 5일 10%의 기본관세에 이어 9일 상호관세 발효를 앞둔 트럼프 행정부 입장에서는 '반기'를 들고나온 중국을 길들여야 다른 국가들의 '도미노 보복관세'를 막을 수 있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 중국을 본보기로 삼는 대신 다른 국가들에 협상의 여지를 열어 두면서 확전을 막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의 추가적인 보복 관세가 현실화된다면 미국으로 수입되는 중국산 제품의 관세는 총 104%에 달한다. 이는 지난 2월과 3월에 발표된 추가 관세 20%에 상호관세 34%, 그리고 이번에 새로 언급된 50%를 더한 수치다. 이에 대해 중국이 '강대강' 대응 입장을 내놓으면서 '치킨게임'이 격화되는 양상이다. 8일 중국 상무부는 "미국이 고집대로 한다면 중국은 반드시 끝까지 맞설 것"이라면서 맞불을 놨다. 그러면서 "중국은 미국이 즉각 잘못된 방식을 바로잡고, 모든 대중국 일방 관세 조치를 철폐하며, 경제·무역 탄압을 중단하고, 중국과 상호 존중의 기초 위에서 평등한 대화를 통해 이견을 적절히 해결하기를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관영 신화통신이 운영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 '뉴탄친'은 이날 미국산 농산품에 대한 관세 대폭 인상, 축산품 수입 중단, 미국 기업 조사 등 '6대 대응 조치' 리스트를 공개했다.
양국 간 협상 채널이 멈춘 것도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에는 미국 주재 중국대사였던 추이톈카이가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와 연결고리가 있었지만, 2기 행정부에서는 그런 채널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셰펑 주미 중국대사가 중국 내 최대 생산공장을 가진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와 접촉을 시도했으나 성과를 얻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레데리크 노이만 HSBC 아시아 수석 경제학자는 워싱턴포스트(WP)에 "트럼프의 위협과 중국의 대응은 무역전쟁에 매우 위태로운 새로운 장을 열었다"며 "세계 경기 침체 가능성이 약 40%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9일 예고한 상호관세를 일시 유예할 가능성이 있느냐'는 언론의 질문에 "우리는 그것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답변했다. 세계 각국은 트럼프 행정부와 협상을 진행하기 위해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도 폭스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에게 접근해 온 나라가 지금 50~60개국을 넘어 아마도 거의 70개국에 이른다"며 "(각국과 협상하느라) 바쁜 4~5월이 될 것이며, 아마 6월까지도 바쁠 것"이라고 말했다.
CNBC와의 인터뷰에서는 "협상이 시작되면 상대국이 어떤 제안을 내놓을지 지켜볼 것"이라며 "알래스카산 에너지에 대한 대규모 거래가 거론되는데 일본과 아마도 한국, 대만이 많은 물량을 인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유럽연합(EU)은 자동차를 포함한 모든 공산품에 대한 관세 철폐를 미국에 제안한 사실을 공개했다. 이번주 확정할 예정인 철강 관세 보복 계획도 당초보다 축소 시행하기로 하는 등 협상 메시지를 적극적으로 발신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미국과 협상할 준비가 돼 있다"며 상호 무관세를 제안했다고 밝혔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백악관을 찾아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다. 이처럼 세계 각국이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하기 위해 여러 대안을 내놓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충분치 않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날도 EU 제안에 대해 "EU는 미국에 매우 나빴다"며 "미국은 EU를 지키는 데 비용을 냈는데 그들은 무역에서 우리를 우려냈다. 이건 좋은 조합이 아니다"고 말했다.
[워싱턴 최승진 특파원 / 베이징 송광섭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