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멕시코 정상 첫 통화
"부당한 무역조치에 맞서자"
일본 車업계, 미국내 재고확대
EU, 美빅테크에 보복 으름장
中, 자국기업 美신규투자 제한
"부당한 무역조치에 맞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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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2일(현지시간) 발표 즉시 부과를 예고한 상호관세에 대응하기 위해 세계 각국이 앞다퉈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 관세폭탄'의 직접적 당사국인 캐나다와 멕시코 정상은 '연대 의지'를 밝혔고 일본 기업들은 관세 부과에 대응해 수출을 앞당겨 미국 내 재고를 늘리는 작업에 나섰다. 유럽연합(EU)과 중국은 대미 '보복관세'를 시사한 상태다.
캐나다 총리실은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와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이 1일 통화하면서 양국 국민 모두에게 이익이 되도록 양국 간 강력한 무역·투자관계를 발전시키는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날 통화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상호관세 발표를 하루 앞두고 이뤄졌다. 지난달 카니 총리 취임 후 양국 정상이 전화통화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두 정상은 또 다가올 '도전적인 시기'에 대비해 각국의 주권을 존중하면서 북미 경쟁력 보호에 관한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캐나다 총리실이 덧붙였다. 캐나다 총리실은 "카니 총리는 부당한 무역 조치에 맞서 싸우고 캐나다 노동자와 기업을 보호하며 캐나다·멕시코 간 교역 증대를 포함해 캐나다의 경제를 발전시키는 계획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초 지난 2월 4일부터 캐나다·멕시코에 대해 '25% 전면 관세'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가 이를 한 달간 유예했고, 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USMCA) 적용 대상 품목에는 추가로 한 달 더 늦춘 바 있다. 멕시코는 관세를 피하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의 '비위'를 맞추는 행보도 보이고 있다. 셰인바움 대통령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관세 부과 조처와 관련해 미국 정부와 다양한 주제로 협의 중이라며 "우리는 미국 정부의 범죄자 인도 요청에도 협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멕시코가 범죄인 인도를 카드로 사용해 트럼프 행정부와 협상할 여지를 남기려 한다는 해석도 나온다. 일본 기업들은 생산 거점을 옮기거나 미국 내 재고를 늘리는 등 분주한 모습이다. 닛케이는 일본 완성차 업체 혼다가 미국이 관세를 시행하기 전인 지난 2월 멕시코에서 생산한 차를 미국으로 수송하는 작업을 진행했다고 2일 보도했다. 노무라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1~10월 미국에서 판매된 일본 자동차 업체의 미국 내 생산 비율은 혼다가 68%로 다른 기업보다 높은 편이었지만 관세에 선제 대응한 것으로 풀이된다.
차량용 디스플레이와 센서 등에 사용될 커넥터 등을 생산하는 이리소전자공업은 중국에서 만든 미국 수출 제품을 앞으로는 혼슈 북동부 아키타현에서 제조할 방침이다. 미국이 중국에 총 20%포인트의 추가 관세를 부과한 데 따른 조치다.
유럽연합(EU)은 미국의 빅테크 제재 등 강력한 보복 계획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유럽의회 연설에서 "(미국 정부가) 상호관세를 부과하면 미국 빅테크 기업들을 비롯한 서비스 수출을 타격할 준비가 돼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EU는 강한 입장에서 협상할 것"이라며 "유럽은 무역부터 기술, 시장 규모까지 많은 카드를 들고 있다"면서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앞서 EU는 미국의 철강·알루미늄 관세에 대응해 4월 1일과 13일 두 단계에 걸쳐 총 260억유로(약 41조원)에 이르는 미국산 상품에 보복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지만 1단계 조치는 연기한 상태다.
중국은 자국 기업들로 하여금 미국에 대한 신규 투자를 제한하는 조치를 취했다. 2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의 여러 부서는 최근 미국 투자를 추진하는 기업들의 등록 및 승인 절차를 보류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이 같은 지시는 향후 예상되는 미·중 무역 협상에서 더 많은 카드를 확보하기 위한 목적으로 분석된다. 강한 어조로 '단호한 반격'을 언급하기도 했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외교부장 겸임)은 "중국은 그간 강권(强權)과 패권을 용납한 바가 없다"며 "미국이 압력을 가하고 각종 위협을 가한다면 중국은 반드시 단호히 반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미국 관세에 즉각 대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스타머 총리는 이날 "우린 경제합의에 빠르게 진전을 이뤘고 열심히 작업 중이며 아주 빨리 결론 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즉각적인 보복관세를 부과하느냐는 질문에 "가장 타격받는 부문과 협력하고 있는데 그들이 가장 원하는 건 침착하고 차분한 대응"이라고 답했다.
[워싱턴 최승진 특파원 / 서울 최현재 기자 / 신윤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