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임 당시 거친 언행과 논란이 큰 정책 등으로 '필리핀의 트럼프'로 불렸던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필리핀 대통령(79·사진)이 11일(현지시간) 전격 체포됐다. 그가 추진했던 '마약과의 전쟁'에서 무고한 시민들을 살해한 혐의다.

필리핀 대통령실은 이날 홍콩을 방문한 뒤 귀국하던 두테르테 전 대통령을 마닐라 국제공항에서 체포했다고 밝혔다. 국제형사재판소(ICC)는 인터폴을 통해 반인도적 살상범죄 혐의로 두테르테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했고 필리핀 당국이 이를 전달받아 집행했다.

필리핀 대통령실은 성명에서 그가 어디로 수감됐는지 등에 관해 밝히지 않았지만 의사의 검진을 받았고 건강 상태는 양호하다고 덧붙였다.

전날 홍콩에서 두테르테 전 대통령은 ICC가 영장을 발부하면 체포될 준비가 됐다고 말하면서 자신이 주도한 마약과의 전쟁을 옹호했다. 하지만 두테르테 전 대통령의 막내딸 베로니카가 찍어 현지 매체에 전달한 영상에 따르면 그는 이날 공항에서 체포되자 "내가 무슨 범죄를 저질렀다는 말이냐"면서 큰소리로 항의했다. 두테르테 전 대통령의 변호사와 보좌진은 당국이 그를 불법으로 체포했으며 경찰에 구금된 그를 면담하려 했으나 경찰이 허용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향후 ICC에 인계돼 조사받을 것으로 관측된다.

두테르테 전 대통령은 2016년 취임 직후부터 대대적인 마약범죄 소탕작전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마약 복용자나 판매자가 곧바로 투항하지 않으면 경찰이 즉결 처분하도록 허용해 용의자 약 6200명이 사망한 것으로 필리핀 정부는 집계하고 있다.

[신윤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