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 촉구 담은 트럼프 서한에
하메네이 "강대국 겁박" 일축
美, 에너지 수출제재 강화 압박
하메네이 "강대국 겁박" 일축
美, 에너지 수출제재 강화 압박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가 이란의 핵무기 개발 문제를 협상하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제의를 단번에 거절했다. 가자지구와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에 속도를 내면서 외교 성과 지역을 넓히려는 트럼프 대통령과 하메네이 최고지도자 간 충돌이 불가피해진 셈이다.
이란 국영 뉴스통신 IRNA는 하메네이 최고지도자가 8일(현지시간) 테헤란에서 열린 라마단 회의에서 "겁박하는 강대국의 협상 요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진정한 시도가 아니라 자기 요구사항을 관철하려는 시도일 뿐"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트럼프 행정부를 겨냥한 발언이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최고지도자에게 대화를 제안하는 서한을 보냈다고 밝혔다.
이란이 대화를 거부하자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이 이란을 군사적인 방식이나 협상으로 상대할 수 있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브라이언 휴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이날 "우리는 이란 정권이 테러보다 자국의 국민과 최고 이익을 우선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란은 트럼프 대통령과 대화하는 데 회의적인 입장이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전날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린 이슬람협력기구(OIC) 회의에서 AFP통신에 "미국이 '최대 압박' 정책과 위협을 계속하는 한 미국과 직접 협상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때인 2018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 재임 시 이뤄진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가 이란의 위협을 완전히 차단하지 못한 채 경제적 보상만 제공한다며 합의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했다.
미국은 이란산 에너지 수출 제재를 더욱 옥죄겠다는 입장이다. 이날 미 국무부는 이라크가 이란산 에너지를 수입할 수 있도록 허용해왔던 면제 혜택을 갱신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미 국무부는 "이란은 신뢰할 수 없는 에너지 공급자"라며 "이라크 정부가 가능한 한 빨리 이란 에너지원에 대한 의존을 없앨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 핵 협상을 벌이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면서 미·북 협상 재개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집권 1기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을 진행했지만 끝내 최종 합의는 불발됐다. 하지만 이후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덕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