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전역에 조류 인플루엔자(AI)가 확산하면서 달걀 품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일부 가정에선 직접 닭을 기르는가 하면 달걀을 낳는 암탉을 빌려주는 ‘암탉 렌트’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AP 통신에 따르면 미국에서 조류 AI가 확산한 이후로 조류 약 1억5800만 마리가 살처분됐다. 이 중 대다수가 달걀을 낳는 암탉이었기 때문에 달걀 가격이 폭등했다.
올 1월 기준, 미국 내 12개들이 달걀의 평균 소매가격은 4.95달러(약 7150원)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12월보다 15.2%, 1년 전보다 53%가 오른 것이다. 이는 평균가격으로 일부 지역에서는 10달러 이상에 판매되기도 한다.
달걀 품귀 현상이 앞으로 수개월 이상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집에서 직접 닭을 기르는 소비자들도 늘어나고 있다.
미국반려동물제품협회(APPA)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현재 미국에서 닭을 키우는 가구는 약 1,100만 곳으로, 2018년(580만 가구) 대비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개별 가정에 암탉과 관련 장비 등을 대여해주는 업체 또한 성행하고 있다.
USA투데이에 따르면 다수의 미국인이 달걀값 절감과 장기적인 식량 확보를 위해 암탉 대여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013년 설립된 암탉 대여 서비스업체 ‘렌트 더 치킨’ 창립자인 젠 톰킨스는 “회사에 전화가 끊임없이 울리고 있다”며 “온라인 문의도 빠르게 급증했다”고 ABC 뉴스에 전했다.
암탉 대여 서비스는 알을 낳을 수 있는 암탉 2마리와 닭장 등을 5~6개월간 빌려주는 서비스다. 서비스 가격은 약 500달러(약 72만원)로, 임대 비용에는 휴대용 닭장과 사료, 먹이·물 그릇, 전문가 상담 서비스까지 포함된다. 업체에 따르면, 암탉 두 마리를 대여하면 일주일에 평균 12개의 계란을 얻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미국 가정에서 계란 구매에 일주일에 약 20달러를 쓴다는 점을 감안하면 가정 경제에 크게 도움이 되는 서비스는 아니다.
다만 젠 톰킨스는 “일부 고객은 식료품점에 가지 않고도 계란을 얻기 위해 닭을 빌리지만, 많은 고객은 장기적인 식량 안보와 마음의 평화를 위해 선택한다”며 “계란이 품절될 때도 직접 생산할 수 있다는 안도감이 크다”고 설명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닭을 집에서 직접 기르는 경우 조류 독감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기에 병든 닭 또는 폐사한 닭을 만질 때 반드시 장갑을 착용하고 개인 위생을 철저히 할 것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