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부가 지난달 16일(현지시간) 1400여명의 영국 소녀들이 당한 ‘그루밍 갱’ 아동 성학대 실태를 재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올초 일론 머스크가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이 사건 은폐했다고 저격한지 불과 2주만이다.
이 사건은 2000년대와 2010년대 초 영국에서 수천 명의 소녀들을 성 착취한 파키스탄계 갱단이 일으킨 사건이다.

2010년대 영국 언론이 집중 조명하면서 여러 차례 조사가 이뤄졌으며 2022년 7년 동안에 걸친 조사 결과를 종합한 국가권고안이 제시됐다. 하지만 극우 영국개혁당이 조사가 인종문제 등을 배제하는 등 허술했다며 재조사를 요구해왔다.
그러나 키어 스타머 총리 노동당 정부는 재조사에 반대하며 국가권고안 이행을 강조해왔다.
그러자 영국개혁당을 지지하는 머스크가 최근 X에 글을 올렸다. 스타머 총리가 검찰총장 시절 그루밍 갱의 강간을 방조했다고 공격했다.
최근 영국 정부는 이 사건에 대한 조직적 성 착취 실태 조사에 대한 감사를 시작했다. 향후 3개월 동안 진행할 예정인 이 감사에는 가해자들의 인종 데이터가 포함될 예정이다.

특히 2015년 영국 북부 로더럼에서 파키스탄 갱단에 의해 1400여 명의 소녀들이 성학대 또는 인신매매된 사건 등 5개 지역의 그루밍 갱 사건에 대한 조사를 지원할 예정이다.
이번 감사는 머스크의 발언 이후 성난 민심을 거스를 순 없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머스크가 지원하는 강성 우파 정당 영국개혁당이 불과 1% 포인트 차로 집권 노동당을 따라붙었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오기도 했다.
일각에선 영국 정부응 대응이 피해 규모를 키웠다는 비난이 나온다. 수상쩍은 파키스탄계 운전사들이 영국 소녀들을 택시에 태워간다는 의혹이 주민들 사이에서 제기됐지만, 지방정부는 이를 눈감았고 경찰도 이를 무시했다.
머스크가 10년이 넘은 사건을 다시 꺼내들어 정치판과 민심을 흔들자, 영국의 진보 매체들은 불편함을 숨기지 않고 있다.
당시 일부 사건의 기소를 맡은 스타머 총리가 사건을 은폐했다는 머스크의 주장은 근거 없다는 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또 수사 당시엔 보수당 정부가 집권 중이었다는 점도 강조했다.
가디언은 “머스크가 성범죄 사건을 정치화했다”며 “경찰 등 정부가 사건을 은폐했다는 증거는 없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