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바로가기

기사 상세

국제

너도나도 “닮았다”…남미 트럼프 vs 한국 트럼프 비교해보니 [한중일 톺아보기]

신윤재 기자
입력 : 
2024-12-20 16:00:00
수정 : 
2024-12-22 23:59:07

뉴스 요약쏙

AI 요약은 OpenAI의 최신 기술을 활용해 핵심 내용을 빠르고 정확하게 제공합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려면 기사 본문을 함께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의 정치적 영향력이 전 세계적으로 커지고 있으며, 아르헨티나의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은 그를 모델로 삼아 극단적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밀레이 대통령은 취임 1주년을 맞아 정부 지출을 대폭 삭감하고 물가 상승률을 낮추는 등 성과를 내며 '남미의 트럼프'로 알려져 있다.

이와 관련해 한국에서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한국의 트럼프'로 언급되며, 정치적 유사성을 논의하고 있다.

언어변경

글자크기 설정

◆ 트럼프 시대 ◆
[한중일 톺아보기-152]
지난 9일(현지시간) ‘유럽의 트럼프’로 불리는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왼쪽)를 접견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EPA 연합뉴스]
지난 9일(현지시간) ‘유럽의 트럼프’로 불리는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왼쪽)를 접견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EPA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압도적 존재감을 내뿜고 있습니다. 취임을 앞둔 그의 일거수 일투족에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고, 그의 말 한마디에 전세계 정치와 경제가 요동을 칩니다.

이 같은 존재감은 어느샌가 ‘트럼프’를 여느 정치인의 성이라는 고유명사를 넘어, 특정 정치 스타일과 리더십을 상징하는 표현으로 통용되게 했습니다. 직설적이고 과격한 언행, 대중을 휘어잡는 능력, 종교와 같은 팬덤 등 그의 정치적 유산은 미국 국경내 머무르지 않습니다. 세계 곳곳에서 자칭 또는 타칭 ‘○○의 트럼프’ 라는 자들이 꼬리를 물고 나타나고 있죠.

그런데 그 중에서도 가장 “트럼프스럽다” 고 거론되고 있는 대표적 인물을 꼽는다면 역시 최근 취임 1주년을 맞은 아르헨티나의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 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는 선거 유세때부터 정부 지출 삭감 등 과감한 구조 개혁을 주장하며 ‘전기톱 퍼포먼스’ 까지 펼쳐 대중들에 강렬한 인상을 심어줬습니다. 그런 이단아적 특징 때문인지 해외에서는 밀레이 라는 본명보다 ‘남미의 트럼프’라는 대명사로 더 쉽게 회자되고 있습니다.

트럼프가 공인한 ‘MAGA 퍼슨’ ....댄스까지 따라하며 팬심 표출
ㅇㅇ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지난 4일 보수정치행동회의(CPAC)에 참석해 트럼프 댄스를 추고 있다. 바로 오른쪽은 트럼프 당선인의 둘째 며느리 라라 트럼프. [인스타그램 캡처]

밀레이 대통령의 트럼프 당선인에 대한 팬심을 보여주는 일화들은 많습니다.

지난 4일 그는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집회에 참석해 정부 개입 최소화 ‘자유지상주의자’ 로서 평소 자신의 신조를 홍보하면서 트럼프를 언급했습니다. 그리고 이 자리에서 소위 ‘트럼프 댄스’까지 춰가면서 “트럼프의 정책에 공감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미 대선전 공화당 측이 열세라는 평가가 나올때도 일관되게 트럼프 당선인을 공개 지지하면서 그의 재집권에 베팅했습니다.

이에 화답하듯 트럼프 당선인 역시 기회가 있을때마다 밀레이 대통령에 대한 호감을 공개적으로 표현해 왔습니다. 지난해 밀레이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하자 그는 바로 자신의 SNS에 “아르헨티나를 다시 위대하게(Make Argentina Great Again)”라는 문구를 띄우며 축하했습니다.

지난달 15일 트럼프 당선인과 플로리다 마러라고에서 만난 밀레이 대통령. [연합뉴스]
지난달 15일 트럼프 당선인과 플로리다 마러라고에서 만난 밀레이 대통령. [연합뉴스]

무엇보다 밀레이 대통령은 트럼프 당선인의 승리 이후 각국 수뇌부가 ‘줄대기’에 여념이 없는 상황에서 가장 먼저 트럼프 당선인과 만난 외국 정상이 됐습니다.

지난달 15일 트럼프 당선인은 자신의 별장 마러라고에서 열린 행사에서 밀레이 대통령과 만나 “우리는 서로 좋아한다” 며 밀레이 대통령을 “MAGA person”이라고 칭했습니다. 밀레이 대통령이 자신의 정치 구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MAGA)’와 소위 ‘코드’가 맞는 인물 이란걸 강조한 겁니다.

이에 밀레이 대통령도 “(미 대선 승리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정치적 귀환이자 목숨을 건 도전이었다” 는 찬사로 화답했습니다.

취임 1년 “성공적” 평가....‘전기톱 개혁’에 재정 흑자·물가 안정
[매경DB]
[매경DB]

두 인물이 친밀한 건 아무래도 성향이나 국정 운영철학 등에서 닮은 점이 많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1기때보다 더 효율성을 극대화 하고 강도 높은 재정긴축 정책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알려져 있다시피 트럼프 당선인은 이를 주도할 기관으로 ‘정부효율부’(DOGE)를 만들고, 이곳의 수장으로 억만장자 후원자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를 지명한 상태 입니다.

이 같은 정책은 지난 1년간 밀레이 대통령이 추진했던 개혁과도 일맥상통합니다. 그는 취임후 규제 완화, 과감한 정부 지출 삭감 등을 강력하게 추진해왔습니다. 구체적으로 18개의 정부 부처가 8개까지 줄어들었고, 수만명 규모의 공공부문 인력이 감축됐으며, 공공사업 프로젝트는 중단됐습니다.

결과적으로 아르헨티나 정부의 상반기 지출액은 지난해보다 30% 가량 급감했습니다. 1년전 아르헨티나의 물가상승률은 전월 대비 25.5%에 달했으나 올해 10월에는 2.7%까지 낮아졌습니다. 취임 당시 40%대에 달했던 2029년 만기 국채 수익률 15% 정도로 떨어지며 국채 리스크 프리미엄도 크게 축소됐고, 공식 환율과 비공식 환율 간 격차도 줄었습니다.

증시도 호황을 맞았습니다. 아르헨티나 메르발(MERVAL)지수는 1년전 대비 150% 넘게 급등했습니다.

그는 취임전 급진적인 공약들로 국내외에서 ‘극우’ 라는 비판도 받았으나, 적어도 현 시점에 국제사회의 평가는 거의 전부가 호의적 입니다. 방만한 재정, 고물가 등 아르헨티나의 고질적 병폐가 개선된 모습이 수치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즈(FT)는 밀레이 대통령의 지난 1년간 성과와 리더십을 들어 “기적” 이라고 묘사하기도 했습니다.

IMF, OECD 등 유수기관들의 시선도 긍정적입니다. IMF는 올해 아르헨티나가 16년 만에 재정 흑자를 달성할 예정이라며 “기대 이상의 성과”라고 지적했습니다. OECD는 아르헨티나 경제가 올해엔 3.8% 위축되더라도 내년과 내후년 각각 3.6%, 3.8%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포퓰리즘과 만성적 구제금융에 의존해 ‘남미의 병자’로 유명세를 치러온 아르헨티나가 내년부턴 본격 플러스 성장에 들어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겁니다.

급등한 빈곤율 등 부작용도...향후 성공, 국민의 개혁 성과 체감도에 달려
사진설명

물론 지난 1년간 밀레이 대통령이 긍정적 성과만 거둔 것은 아닙니다. 대표적으로 아르헨티나의 빈곤율은 정권 출범 이후 6개월만에 10% 포인트 넘게 급등했습니다.

그럼에도 밀레이 대통령이 급진적 개혁을 계속 추진할 수 있는 건 역시 자국민들로부터 상당한 지지가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달 기준 그의 지지율은 조사 기관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평균 50%를 넘었습니다. 물가 안정 등 가시적 성과로 신뢰를 준 것이 주효했던 것으로 분석 됩니다.

부에노스아이레스대학에 재학중인 한 대학생은 현지언론에 “일하면서 공부중인데 임금이 오르지 않아 교통비도 빠듯하다. 그래도 대통령이 물가안정 등 필요한 일을 하고 있다고 본다”며 지지를 표명했습니다. 밀레이 대통령 스스로도 최근 FT에 “역사상 가장 큰 긴축 프로그램을 시행하고도 50%의 지지율을 유지중이다. 상당한 기적 아닌가”라며 만족감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다만 집권 2년차 이후에도 밀레이 대통령이 계속 지금과 같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 입니다. 개혁 성과를 국민들이 체감하지 못한다면 지지율은 떨어질 것이고 정책도 탄력을 못받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현재 아르헨티나 국민 상당수는 향후 생활수준 개선을 기대하며 빈곤율을 감내하고 있는 중입니다. 하지만 언제까지고 감내하고 있을리는 없습니다. 관건은 결국 밀레이 정부가 재정과 물가의 안정을 투자 활성화로 연결해 경제전체를 견인하는 선순환을 이끌어낼 수 있느냐에 달린 상황입니다.

‘한국의 트럼프’ 이재명 “난 현실주의자”...수년전에는 자칭 “포퓰리스트”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공개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인터뷰 기사 모습. [WSJ 홈페이지 캡처]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공개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인터뷰 기사 모습. [WSJ 홈페이지 캡처]

한편, 계엄사태 이후 시계제로의 정치 혼란에 빠진 한국에서도 자칭 타칭 ‘트럼프’ 꼬리표가 붙은 정치인이 등장했습니다. 현재 가장 유력한 대권 주자로 거론되는 이재명 더불어 민주당 대표 입니다.

그는 지난 10일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WSJ)과 인터뷰에서 “어떤 사람들은 나를 ‘한국의 트럼프’라고 부른다”고 말했습니다.

WSJ에 따르면 그는 경기지사 등 지자체장 시절부터 내세웠던 간판 정책 ‘기본소득’으로 ‘한국의 버니 샌더스’로 불렸습니다. 하지만 최근 언제부턴가 ‘한국의 트럼프’로 회자되기도 하는 모양 입니다.

사실 얼핏 생각해도 공화당 소속에 법인세 삭감, 관세 등 자국 기업 지원과 보호에 열심인 트럼프 당선인과 노랑봉투법, 양곡법 등 반기업·반시장적 입법을 추진하는 이 대표 사이 공통점을 찾기란 쉽지 않습니다. 기껏해야 사법 리스크, 개딸로 대표되는 광적인 팬덤, 적극적인 SNS 활동 정도가 있을 뿐입니다.

이 대표는 WSJ에 “나는 극단적 정파주의자(hyperpartisan)가 아닌 현실주의자(realist)이자 실용주의자(pragmatist)” 라고 강조했습니다. 앞서 지난달 10일 한 간담회에서는 트럼프 당선인에 대해 “현실감각이 극대화된 매우 합리적 현실주의자” 라며 “윤대통령과 케미가 잘 안 맞을 것 같다”고도 말했습니다.

해당 발언들을 종합하면 그는 트럼프 당선인을 현실주의자 및 실용주의자로 인식하고 있고, 자신 역시 그러하기에 서로 캐미가 잘 맞을 것이라고 주장한 셈입니다.

이 대표는 3년전 한 유튜브에 출연해 “포퓰리즘으로 비난받은 정책들을 많이 성공시켜 인정받았다”며 “앞으로도 그냥 포퓰리즘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5년전에는 한 일간지와 인터뷰 하며 “나는 포퓰리스트다. 국민을 대리하는 게 정치고, 이들의 의사를 대변하는 게 포퓰리즘”이라고 말한바 있습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아르헨티나는 20세기 초까지 1인당 GDP가 프랑스, 독일을 앞설만큼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 중 하나였습니다. 하지만 아르헨티나의 포퓰리즘 ‘페론주의’의 상흔은 한때 선진국 이었던 나라를 개도국 수준으로 전락시켰고, 아직까지 그 진통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스스로 ‘포퓰리스트’ 라 칭하던 정치인이 불과 몇년새 어떻게 ‘현실주의적 실용주의자’가 될 수 있는건지 알 길은 없습니다. 이에 대한 판단은 결국 한국 국민 각자에게 맡겨질 것입니다.

하단 기자페이지 ‘+구독’을 누르시면 다음회차 기사를 쉽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매주 연재되는 [한중일 톺아보기]는 한중일을 중심으로 아시아와 관련된 다양한 이슈들을 살펴봅니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 좋아요를 눌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