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출성형기 도입 후 플라스틱 제품 출시
상상력·창의력 강조하며 저연령층 확보
‘테크닉 시리즈’ 등으로 성인도 끌어들여
여성 위한 ‘꽃 시리즈’도 고객층 확대 기여
팬데믹 강타하자 ‘성인 환영’ 캠페인 도입
![레고(LEGO)가 출시한 ‘보태니컬 컬렉션’ [사진 출처 = 레고 홈페이지]](https://pimg.mk.co.kr/news/cms/202412/21/news-p.v1.20241217.42dc2a623ed24d4087a89528ebd06b80_P1.jpg)
한 틱톡커가 풍성한 꽃다발로 꾸며진 자신의 방을 소개하는 영상을 올립니다. 테이블과 책장 등 위에는 빨간색과 하얀색, 초록색 등 형형색색의 꽃다발이 놓여있습니다. 당장이라도 꽃 향기를 맡은 나비와 벌이 모여들 것 같지만 어쩐 일인지 꽃다발 주변은 조용하기만 합니다. 사람들의 눈을 매혹시키는 이 꽃다발은 사실은 생화가 아닌 플라스틱 꽃이었습니다.
올해 2월 약 74만8000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틱톡커 앤드류 매독이 올린 영상에 등장한 꽃다발은 어린이들을 위한 장난감으로 유명한 레고(LEGO)사가 출시한 ‘레고 꽃다발’ 보태니컬 컬렉션입니다. 언뜻 보기에는 진짜 생화처럼 느껴질 만큼 디테일을 갖춘 제품이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실제로 해당 영상에 대한 반응은 상상을 초월했습니다. 이를 본 전 세계 팔로워들은 영상에 270만개 이상의 ‘좋아요’를 보냈습니다. 영상에 달린 댓글 수는 거의 6000개에 달했습니다.
영상 속에서 레고 꽃다발 조립을 마친 매독은 “올 연말 애인과 함께 만들고 싶을 만큼 아름다운 제품”이라는 소감을 남겼습니다.
1930년대 초 설립된 완구 회사 레고는 지금까지 줄곧 어린이들을 위한 장난감이라는 평가를 받아왔습니다. 1932년 덴마크에서 올레 키르크 크리스티안센에 의해 설립된 레고사는 처음에는 목재 장난감을 만들었습니다. 이후 약 2년 뒤인 1934년 회사 이름을 레고로 변경한 뒤 1947년부터 처음으로 플라스틱 사출 성형기를 도입해 지금의 플라스틱 레고를 생산하기 시작했습니다.
레고사가 장난감 소재를 기존 목재에서 플라스틱으로 바꾼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일일이 수작업으로 제작해야 하는 목재와 달리 플라스틱은 사출 성형기를 통해 대량 생산이 가능했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더 큰 이익을 낼 수 있습니다. 또 수작업의 경우 제품마다 디자인이 조금 달라지는 등 똑같은 품질을 유지하기가 힘든 반면 플라스틱은 디자인을 최초에 입력하면 똑같은 제품을 반복적으로 생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내구성에서도 큰 차이가 있습니다. 목재 장난감은 시간이 지나면 쉽게 마모되거나 부서질 위험이 있지만, 훨씬 더 강한 내구력을 지닌 플라스틱은 주요 고객인 아이들이 조립·해체를 반복해도 쉽게 마모되지 않아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다양한 블록으로 구성된 레고는 아이들의 창의력을 길러주는 ‘좋은 장난감’이라는 평가로 출발했습니다. 아이들의 관심사나 상상력에 따라 레고는 해적선부터 성, 소방차, 비행기 등 다양한 형태로 조립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앞서 언급된 틱톡커 매독이 영상 속에서 만든 레고 꽃다발은 그의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제품이 아닙니다. 해당 제품은 레고사가 50~60달러에 판매 중인 여러 꽃 테마의 레고 제품 중 하나로, 꽃에 관심이 많은 성인들을 대상으로 출시됐습니다.
![레고(LEGO)사가 출시한 ‘인듀어런스호’제품 [사진 출처 = 레고 홈페이지]](https://pimg.mk.co.kr/news/cms/202412/21/news-p.v1.20241217.2ccbe068c39a4317b527aee6603f21c1_P1.png)
꽃 시리즈 제품은 ‘어린이들의 전유물’이었던 레고사가 고객층을 성인으로 확대하기 위한 노력 차원에서 출시됐습니다. 레고사가 꽃 관련 제품을 출시하기 시작한 것은 약 3년 전인 2021년부터입니다. 처음에는 분재나무처럼 부품이 많지 않고 설계도가 복잡하지 않은 간단한 제품이 주를 이뤘습니다. 그러나 꽃다발 등 식물 컬렉션은 이제 18개 이상의 제품을 보유한 대형 라인업으로 거듭났고,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제품 중 하나로 떠올랐습니다. 레고가 성인 남성을 넘어 여성 고객들도 사로잡기 시작했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입니다.
실제로 수많은 성인 고객들을 흡수하며 해당 시리즈는 레고사의 매출을 견인하는 효자 상품 중 하나로 거듭났습니다. 레고사는 구체적인 판매량을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한 시장조사업체에 따르면 꽃 시리즈 제품은 올해 상반기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장난감 명단’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레고사가 성인들을 위한 제품을 출시한 것이 꽃 시리즈가 처음은 아닙니다. 레고사는 이에 앞서 자사 제품에 대한 관심을 끌어올리기 위해 성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레고 조립 경연대회를 개최해오는 동시에 제품을 소개하는 유튜브 채널도 운영 중입니다. 좀 더 완성도 높은 제품을 원하는 성인들을 위해 더 많은 부품과 복잡한 설계도로 구성된 ‘레고 테크닉’ 시리즈를 출시하기도 했습니다.
이 같은 노력에 더해 전 세계에 불어닥친 코로나19 대유행(팬데믹)도 성인들의 레고 유입에 큰 역할을 했습니다. 많은 국가들이 고강도 사회적 봉쇄 조치에 돌입하면서 일상을 빼앗긴 성인들은 여가시간을 보낼 수단 중 하나로 레고를 선택하기 시작했습니다. 팬데믹이 본격화하면서 레고 판매가 급증하자 레고사는 2020년 ‘성인 환영(Adult Welcome)’ 캠페인을 도입하고 성인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 만한 레고 제품을 대거 출시했습니다. 영화 타이태닉에 나온 ‘타이태닉호’와 반지의 제왕에 나온 ‘사우론의 탑’ 등이 대표적입니다. 해당 제품들의 권장 사용 연령은 성인용인 ‘18세 이상’으로 정해졌습니다.
레고사에서 성인 고객층을 위한 포트폴리오제 제작 등을 담당하는 제네비브 카파 크루즈 수석 마케팅 디렉터는 “저연령에 집중했던 회사가 중장년 등 성인 고객들의 중요성을 깨닫기 시작했다”며 “경제력을 갖춘 성인 소비자들은 본인들을 위한 레고를 사는 데 그치지 않고 자녀나 조카들에게도 레고를 선물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매출에 큰 도움이 된다”고 블룸버그에 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