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美 국빈 방문
양국 무기 공동생산 추진
필리핀과 남중국해 순찰도
MS, AI 반도체 도입 위해
日에 4조원 역대 최대 투자
양국 무기 공동생산 추진
필리핀과 남중국해 순찰도
MS, AI 반도체 도입 위해
日에 4조원 역대 최대 투자

기시다 총리와 부인인 기시다 유코 여사는 이날 오후 일본 정부 전용기 편으로 워싱턴DC 인근 메릴랜드주의 앤드루스 합동기지에 도착했다. 일본 총리의 국빈 방미는 2015년 아베 신조 당시 총리에 이어 9년 만이다.
오는 14일까지 이어지는 방미 기간에 기시다 총리는 미·일 정상회담과 국빈 만찬, 상·하원 합동 의회 연설, 미·일·필리핀 첫 3국 정상회의, 노스캐롤라이나주 도요타·혼다 사업장 방문 등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며 미·일 동맹을 한 단계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북한·중국·러시아 밀착 등 지정학적 위협에 대응해 안보·첨단 기술 분야에서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양국 정상은 10일 회담 이후 조종사용 연습기와 군사 장비 등 무기 공동 개발·생산 조치를 발표할 계획이다. 또 공중 위협에 대비해 미국·일본·호주 3국의 센서를 연결하는 통합 방공망 운영에 대한 비전을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미·일 정상은 극초음속 활공체(HGV) 탐지 추적을 위한 위성망 구축 의지를 밝힌다. 북·중·러 극초음속 미사일 발사를 탐지하고 요격까지 하는 미사일 방어 능력을 강화하려는 목적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주일 미군과 일본 자위대 간 지휘 통제 연계 강화 방안도 설명한다. 미국은 올해 말 일본의 통합작전사령부 창설과 맞물려 주일 미군 사령관 계급을 중장에서 대장으로 격상시켜 미·일 공동훈련 등의 지휘권 부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번 일정에서 가장 주목되는 것은 11일 열리는 미국·일본·필리핀의 첫 3국 정상회의다. 이 회의에서는 남중국해에서의 3국 해군 공동 순찰을 통해 중국의 강압적 행동에 공동 대응하는 내용이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3국은 인도·태평양의 평화와 번영, 법치주의에 기반한 자유롭고 열린 국제질서를 준수하기로 뜻을 모았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과 필리핀의 영유권 다툼이 있는 남중국해 스프래틀리군도 세컨드토머스암초 인근 충돌 상황에 우려를 표명하고, 중국 해경선의 물대포 공격에 대해 경고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로써 일본은 기존 한·미·일 협력과 쿼드(미국·일본·호주·인도 등 4개국 안보협의체)에 이어 오커스와의 공동 기술 개발, 미·일·필리핀 공조를 바탕으로 미국 주도의 '격자형(lattice-like)' 중국 봉쇄 전략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게 된다.
이러한 일본의 군사적 행보에 대해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일본이 중국·북한의 위협을 빌미로 미국과 안보 공조를 강화하는 가운데 평화헌법의 '전수방위' 체제에서 벗어나 필요한 경우 전쟁에 나서는 '보통국가화' 행보를 가속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기시다 총리의 방미 일정에 맞춰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는 향후 2년간 29억달러(약 4조원)를 들여 일본 내 데이터센터를 확충할 방침을 표명한다. 현재 일본에 있는 2개 거점에 최신 인공지능(AI)용 반도체 등을 도입하는 것이 골자로, MS의 역대 일본 투자액 가운데 최대 규모다.
MS는 연구 부문인 MS·리서치·아시아(MSRA)가 도쿄에 연구거점을 설립하는 것도 발표한다. 또 일본이 강점을 가진 로봇 분야 연구에 AI 활용을 독려하고 도쿄대, 게이오대, 미국 카네기멜런대가 진행 중인 관련 연구에 각각 5년간 15억엔(약 134억원)을 제공할 방침이다. 이 밖에 3년간 300만명을 대상으로 AI 관련 리스킬링(새롭게 기술을 배우는 것)을 지원한다.
[워싱턴 강계만 특파원 / 도쿄 이승훈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