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고점 우려에도 실적발표 기대감 키워
일각 “AI기업 수익성 ‘닷컴급 버블’ 우려”
![지난 7일(현지시간) 뉴욕 증권거래소(NYSE) 거래장에서 한 트레이더가 자신의 책상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 출처=AFP연합뉴스]](https://pimg.mk.co.kr/news/cms/202510/09/rcv.YNA.20251007.PAF20251007227601009_P1.jpg)
올해 4월 이후 미국 증시가 큰 조정 없는 상승을 이어가고 있지만 월가에선 S&P500지수가 더 오를 것이란 의견이 이어지고 있다. 월가의 예상보다 빠르게 증시가 상승하면서 부랴부랴 목표치를 올려잡는 모습까지 연출되고 있다. 인공지능(AI) 관련 투자 확대로 인한 실적 개선이 기대 이상이라 주가가 더 오를 것이란 설명을 내놓고 있지만 AI 거품 논란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등 주가 상승에 대한 불안감 역시 커지는 형국이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S&P500지수는 전날 소폭 하락에도 지난 4월 8일 대비 35% 상승했다. 4월 8일은 미국의 상호관세 협상 1차 마감 시한이었다. 반 년 새 35% 이상 상승했지만 조정을 경고하는 목소리 대신 월가 금융사들은 S&P500지수 연말 전망치를 올려잡고 있다.
최근 한 달 사이만 보더라도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지난달 말 S&P500지수 연말 목표를 6600에서 6800으로 상향했다. 몬트리올은행(BMO)과 야데니리서치도 각각 기존 6700, 6800수준이던 연내 목표치를 모두 7000으로 올려 잡았다. 내년 S&P500지수가 9000을 돌파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에버코어ISI는 ‘기본 시나리오’에서 내년 S&P500지수가 7750까지 오를 것으로 봤지만, 30% 확률의 ‘버블 시나리오’에서는 9000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봤다.
7000 선은 7일(현지시간) 종가 6714.59 대비 4%가량 높아진 수준이다. 연말까지 3개월가량 남은 상황에서 월가에서도 큰 폭의 상승을 전망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상승을 전망하는 쪽에서는 실적과 유동성을 근거로 내세운다.
미국의 정보기술(IT) 섹터는 AI 관련주의 강한 성장세에 힘입어 시장 기대를 웃도는 실적을 발표해왔다. 지난 2분기 S&P500지수 내 정보기술(IT) 기업들의 주당순이익(EPS) 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25%로, 올 7월 초 전망치였던 17.7%를 크게 웃돌았다. 이달 중순부터 올 3분기 실적 시즌이 시작되는 가운데 야데니리서치는 “S&P500 기업들이 또다시 시장 기대를 웃돌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비타 수브라마니안 뱅크오브아메리카 주식전략가는 “과거 평균 회귀를 기대하기보다는 현재의 멀티플(주가배수)을 뉴노멀로 인식해야 한다”고 밝혔다. AI가 이끄는 강세장에서는 미래 수익이 선반영돼 주가수익비율(PER)이 높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올 4분기 미국 증시의 계절적 요인을 주목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비스포크투자그룹에 따르면 S&P가 산출하는 대표지수(S&P90·S&P500)는 1928년 이후 분기 평균 2.1% 상승했는데 4분기에는 2.9% 상승했다. 4분기에 좋은 성과를 내는 미국 증시의 계절성은 회계연도 마감과 ‘산타 랠리’ 등 영향이다. 3분기에 회계연도를 마감하는 미국 기관들은 손익 정산을 위해 9월에 주식을 매도한 뒤 10월에 재매수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연말에는 통상 소비가 늘어나고 이듬해에 대한 기대감도 커져 증시가 강세를 보인다.
S&P500지수는 올 1분기(-4.59%)에 하락했지만, 2분기(10.57%)와 3분기(7.79%)에 강하게 반등했다. 4분기에는 4.66%만 올라도 7000 선을 돌파하게 된다. S&P500지수는 4분기에 들어선 뒤 5거래일 동안 0.39% 상승했다.
다만 최근 들어 AI 수익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것은 불안 요인이다.
지난달 오픈AI와 엔비디아의 최대 1000억달러 협력 발표 때도 양사 간 순환거래가 AI거품을 부추긴다는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전날 오라클의 마진에 대한 우려가 불거진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증시를 주도하고 있는 AI 관련주의 사상 최고치 경신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운용자산이 1810억달러 규모인 사모펀드 토마브라보의 공동창업자인 올랜도 브라보는 AI 관련주의 고평가에 대해서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이날 CNBC에 출현해 “AI 기업 주가는 25년 닷컴버블과 마찬가지의 밸류에이션”이라며 “차이점이 있다면 AI 기업들은 양호한 재무제표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규제가 어디로 튈지 모른다는 점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7일 미국 하원이 반도체 장비에 대해 대중국 수출규제를 촉구하자 TSMC는 2.77%, 램리서치는 4.9% 하락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