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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학생때 운동하다, 수능봐서 서울대, 다시 K리그로…집념의 이 남자

이진한 기자
입력 : 
2025-10-09 06: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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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삼성 블루윙즈의 신예 선수 이흔렬은 제주유나이티드 유스 출신으로 서울대 체육교육과에 입학 후, 프로 경력을 쌓기 위해 팀에 합류했다.

비록 이번 시즌 선발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고 기회를 기다리며 훈련에 매진하고 있다.

이흔렬은 왼쪽 측면 공격수로서 네이마르와 음바페를 롤모델로 삼고 있으며, 자신이 후배들에게 길을 열 수 있는 프로 선수가 되겠다는 다짐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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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삼성 블루윙즈 입단한 서울대생 이흔렬
유스팀 엘리트코스 밟다 서울대 체교과 진학
취미로 참여한 U리그서 프로입단 제의 받아
사진설명

올해 K리그2에서 승격을 목표로 땀흘리고 있는 수원 삼성 블루윙즈에는 남다른 경력의 선수가 있다. 제주유나이티드 유스팀 출신으로 엘리트 선수의 길을 걷다 별안간 서울대에 진학한 이흔렬이다. 2023학년도 대입 전 과목에서 10개만 틀린 그는 특별전형이 아닌 수능 성적만으로 체육교육과에 입학해 지난 1월 구단과 계약하며 프로 경력을 시작했다.

이흔렬은 이번 시즌 데뷔 경기를 갖게 되면 서울대 출신 가운데 다섯 번째로 프로 무대를 밟은 선수가 된다. 지난 2월 개막 이후 아직 선발 명단에 들지 못했지만 그에겐 포기란 없다. 최근 매일경제와 만난 이흔렬은 “선수로서 출전하고 싶은 마음이 너무 크다”며 “다른 선수들의 움직임을 보고 배우며 언젠가 올 기회를 꼭 잡을 것”이라고 의지를 밝혔다.

이흔렬이 속한 수원은 한국 축구사에서 손에 꼽을 만한 명문 구단이다. 2023년 창단 28년 만에 처음으로 강등돼 2년 연속 2부리그에 있지만 K리그 4회 우승과 아마추어 구단까지 함께 경쟁하는 FA컵(코리아컵) 5회 우승의 기록을 갖고 있다. 또 모든 대회에서 들어올린 트로피 수를 기준으로 셀 경우 총 24회 우승으로 국내 축구팀 가운데 가장 많다. 그가 구단으로부터 입단 제의를 받았을때 뒤도 돌아보지 않고 선택한 까닭이다.

이흔렬의 수원 입단은 ‘반전의 연속’이다. 서울 신답초에서 축구 인생을 시작한 그는 영재로서 연령별 대표팀이 모이는 파주 등에서 운동하기도 했다. 경쟁은 치열했다. 장점이었던 속도를 비롯해 기본기에서 다른 선수와 격차가 줄기 시작했다. 급기야 고교 3학년 3월, 그는 스스로 프로팀에 입단하기에는 재능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엘리트 선수로서의 길을 포기했다.

지난 1월  수원삼성 블루윙스에 입단한 이흔렬이 체력 훈련에 참여하고 있다. 그가 이번 시즌 데뷔 경기를 가질 경우 역대 다섯 번째로 프로 무대를 밟은 서울대 출신 선수가 된다.  [이진한 기자]
지난 1월 수원삼성 블루윙스에 입단한 이흔렬이 체력 훈련에 참여하고 있다. 그가 이번 시즌 데뷔 경기를 가질 경우 역대 다섯 번째로 프로 무대를 밟은 서울대 출신 선수가 된다. [이진한 기자]

이흔렬은 “부상을 비롯해 어떤 일로 언제 운동을 그만둘지 모른다는 부모님 말씀을 듣고 중학교 과정까지는 학교 수업에 충실했다”며 “책을 많이 읽어 다독상을 받은 적도 있다”고 돌이켜봤다. 이어 “제주 유스팀에 있을 때는 방송통신고 온라인 수업을 들으며 운동에 전념했다”며 “고3 때 첫 시험을 보니 공백이 느껴졌다. 수학은 한 문제도 풀지 못할 정도였다”고 덧붙였다.

재수는 선택이 아닌 필수였다. 잠 자는 시간만 빼고 공부에 매진했다. 성적은 노력을 배반하지 않았다. 절대평가인 영어를 제외하고 국어, 수학, 탐구 총 4과목에서 10문제만 틀렸다. 서울대 진학은 로스쿨 진학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생각해 내린 결정이었다. 학교에 축구부가 있다는 점은 뜻하지 않은 발견이었다. 전문 운동부는 아니었지만 프로팀 스카우터도 지켜보는 U리그(대학축구리그)에 나가고 있었다.

이흔렬은 “처음에는 취미생활로 즐기려고 입단했는데 U리그를 반복하면서 당시 감독님이 프로 도전을 제안했다”며 “한번 내려놓은 길인 만큼 고민이 됐지만 ‘공부는 나중에 할 수 있어도 프로는 지금 아니면 못 한다’는 말에 결심했다”고 말했다. 이어 “마음을 먹으니 몸을 만드는 것은 악착 같이 하게 됐다. 수업은 오전으로 몰고 따로 헬스장까지 다니며 매일 운동했다”고 덧붙였다.

대학 생활이 헛되지 않았다는 말도 빼먹지 않았다. 입학은 체육교육과였지만 그는 ‘학생설계전공’ 과정을 통해 ‘스포츠경영학’ 과정을 만들어 전문성을 쌓고 있었다. 학생설계전공은 학생이 스스로 교육 과정을 구성하면 학교 승인을 거쳐 이수하는 과정이다. 졸업장에도 학생이 설계한 전공명이 찍힌다. 이흔렬은 “스포츠경영은 변호사 만큼 관심을 가졌던 진로”라며 “지금까지의 경험을 살릴 수 있어 즐겁게 공부했다”고 말했다.

이흔렬의 포지션은 왼쪽 측면 공격수다. 브라질 축구스타 네이마르와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19세의 나이로 프랑스의 우승을 이끈 킬리안 음바페를 롤모델로 삼고 있다. 하지만 그 스스로 롤모델이 돼야 한다는 책임감을 갖고 있다.이흔렬은 “운동선수로서 ‘서울대’ 간판은 달갑지만은 않은 것”이라며 “결국 피치 위에서 실력으로 입증해야 한다. 후배들을 위해서도 프로로서 길을 열 것”이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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