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드슬램' 도전 매킬로이
메이저 중 우승 못한 대회
일주일간 코치와 특별훈련
영화보고 그리셤 소설 읽고
압박감 덜려 새로운 루틴도
메이저 중 우승 못한 대회
일주일간 코치와 특별훈련
영화보고 그리셤 소설 읽고
압박감 덜려 새로운 루틴도

9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GC에 위치한 마스터스 기자회견장에서 로리 매킬로이는 "19세에 처음 마스터스에 출전했을 때 매그놀리아 레인을 운전하며 지나오는 게 행복했다. 평생 잊지 못할 스릴이었고 나와 오거스타 내셔널GC는 너무 잘 맞는 코스라고 생각했다"고 말한 뒤 "이곳은 내가 골프를 사랑하게 된 이유를 되새기게 해준다. 온종일 있어도 시간이 금방 가는 곳"이라며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속마음을 털어놓은 매킬로이. 하지만 그에게 오거스타 내셔널GC는 애증의 존재이자, 너무나 사랑하지만 단 한 번도 정복하지 못한 미지의 땅이다. 그저 짝사랑일 뿐이었다. 15차례나 도전했지만 그린 재킷을 입지 못했다. 게다가 2011년에는 무려 4타 차 선두를 달리다 뼈아픈 역전패를 당했고, 2022년에는 당대 최고인 스코티 셰플러(미국)에게 밀려 준우승에 그쳤다.
US오픈(2011년), PGA 챔피언십(2012·2014년), 디오픈(2014년) 우승 트로피를 차지한 매킬로이에게는 골프 역사상 단 5명만 이룬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위해 그린 재킷이 필요하다. 그런데 손에 잡히지 않았다. 너무나 완벽한 스윙과 장타로 필드에서 야생마처럼 거침없는 공격 골프를 펼치지만, 스스로 무너지는 경우가 빈번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분위기는 다르다. 산전수전 다 겪은 36세 베테랑이자 한 아이의 아버지이고 가장인 그의 생각과 행동, 그리고 필드에서의 모습은 완전히 달라졌다. 지난해 메이저 대회인 US오픈에서 1m도 채 되지 않은 퍼트를 놓치며 브라이슨 디섐보(미국)에게 승리를 헌납했던 그는 좌절을 딛고 다시 일어섰다. 올 시즌 미국프로골프(PGA)투어 AT&T프로암과 '제5 메이저'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2승을 거뒀다. 앞서 출전했던 휴스턴 오픈에서도 좋은 플레이를 펼쳤다. 매킬로이의 골프 인생에서 가장 좋은 출발이다.
매킬로이는 "예전에는 상처받는 것을 피하려고 100% 나 자신을 드러내지 않았다. 사랑에 빠지기 싫어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운을 뗀 뒤 "최근 몇 년간 큰 대회에서 우승 기회를 놓친 뒤, 다음날 깨어나면 삶이 계속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숨기지 않고 내 모든 것을 드러내기로 했다. 약한 모습을 보이는 데 조금 익숙해진 것 같다"고 털어놨다. 이어 "좌절과 실망이 있더라도, 그걸 배우고 앞으로 나아가며 배운 걸 실천에 옮기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많이 보여줬다. 내가 자랑스럽다"고 말하며 웃어 보였다.
어느 때보다 성숙해진 매킬로이. 자신에게 더욱 집중하기 시작했다. 커리어 그랜드슬램에 대한 주변의 관심과 기대는 부담이 될 법도 하지만 매킬로이는 "나를 둘러싼 '소음' 정도로 생각한다. 마스터스가 열릴 때마다 많은 기대와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이해하지만 최대한 마음을 차분하게 하고 내가 해야 할 일에만 집중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해야 할 일은 당연히 좋은 골프다. 매킬로이는 "마스터스를 위해 최대한 칼을 갈았다. 지난주 일주일간 집에 스윙 코치인 마이클 배넌을 초대해 연습하고 라운드도 많이 돌았다"고 설명한 뒤 "이곳에서는 다른 대회에서는 볼 수 없는 샷을 준비하는 게 중요하다"고 힘줘 말했다.
물론 너무 집착하지는 않는다. 압박감을 덜기 위해 새 루틴도 만들었다. 아내인 에리카와 대회 기간에 영화를 보는 것.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기간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를 보며 기분 전환을 했다. 이번주엔 넷플릭스 인기 드라마 '브리저튼'에 푹 빠졌다. 매킬로이는 "처음엔 절대 보지 않으려 했지만 에리카가 설득해서 봤는데 지금 '브리저튼 열풍' 속에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오랜만에 책도 손에 쥐었다. 그는 "존 그리셤의 '더 레코닝'이란 책을 읽고 있는데 시작이 꽤 좋다"는 농담도 잊지 않았다.
[조효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