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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재능, 잠재력 대단” 양민혁 “유소년 수준” 평가 실력으로 바꿔놨다

김원익 기자
입력 : 
2025-03-05 15:5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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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민혁은 위험한 재능이다.“ ”잠재력이 대단하다.“

양민혁(19, 퀸즈파크 레인저스)이 자신을 향한 저평가와 홀대를 실력으로 잠재우고 있다.

대한민국 축구계가 주목하는 ‘신성’ 양민혁의 재능이 영국에서 빛나고 있다. 감독은 물론 현지 매체도 이런 양민혁에게 흠뻑 빠졌다.

사진=QPR
사진=QPR

영국 언론 풋볼 런던은 최근 <‘미친 잠재력’의 양민혁>이라는 제하의 기사를 통해 토트넘의 임대 선수 14명의 활약상을 짚었다. 그중에서 양민혁을 중점적으로 언급한 해당 매체는 양민혁에 대해 ”QPR 소속으로 챔피언십 강호 셰필드 유나이티드를 상대로 66분을 소화했다. 그는 QPR로 이적한 후 6경기 연속 출전했으며 영국 무대에서 적응하는 과정에서 또 하나의 배움을 얻었다“며 ”셰필드의 첫 득점 상황에서 볼을 빼앗기며 실점 빌미를 제공했다. 그러나 공격에서 꾸준한 위협을 가하며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고 평가했다.

양민혁은 지난 셰필드전에서 79%(11/14)의 패스 성공률, 그리고 4번의 슈팅을 기록했다. 양민혁은 비록 이날 선제 실점 빌미를 제공하는 아쉬운 모습도 보였다. 하지만 적극적이고 과감한 움직임을 통해 QPR에서 가장 주목 받는 선수가 됐다.

실제 셰필드전 이후 또 다른 영국 언론 ‘런던 월드’는 무려 평점 8점과 함께 “양민혁의 잠재력은 미쳤다. 셰필드전 첫 실점 상황에서 볼을 빼앗겼으나 그 실점이 오직 그의 실수로 나온 건 아니”라며 “볼을 잡을 때마다 위협적인 모습을 보였고 키어런 모건이 (발견하고) 패스했다면 QPR에서 첫 골을 넣었을 것이다”라고 호평했다.

‘TBR 풋볼’도 양민혁을 높이 평가했다. “토트넘의 유망주 양민혁은 QPR에서 치른 단 6경기만에 팬들의 기대감을 끌어올리고 있다”면서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앞서 지난 1월 합류한 양민혁이 토트넘 1군 스쿼드에서 활약하기엔 준비가 덜 됐다고 판단했다. 유럽 경험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사진=QPR
사진=QPR

양민혁은 지난해 K리그를 뒤흔든 특급 유망주다. 어린 나이에도 준프로 신분으로 강원FC에서 K리그1에 데뷔했고, 정상급 선수로 발돋움했다. 2024시즌 K리그1 38경기에 출전한 그는 12골 6도움을 올리며 강원의 준우승(19승 7무 12패·승점 64점)을 이끌었다.

그리고 7월 양민혁은 토트넘 이적을 확정했다. 그리고 K리그를 떠난 직후 토트넘 유니폼을 입었지만 좀처럼 출전 기회가 돌아오지 않았다. 특히 토트넘이 부상 선수들에 시달리면서 10경기 연속 무승의 깊은 침묵에 빠진 지난 1월에도 양민혁은 벤치에 앉아도 경기에 나서지 못하거나 아예 명단에서 제외되곤 했다.

실제 포스테코글루 토트넘 1월 기자회견 도중 양민혁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혹독할 정도의 냉정한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그는 ”지금은 (양민혁의 출전에 대해) 특별한 계획이 없다. 양민혁은 아직 매우 어리다. 또한 그는 경쟁 수준이 여기서 마주하게 될 수준에 전혀 미치지 못하는 지구 반대편에서 왔다“면서 K리그에서의 양민혁의 경력을 평가절하했다.

그러면서 포스텍 감독은 “그는 장기적으로 성장이 필요한 선수다. 우리는 양민혁이 적응할 시간을 충분히 줘야 한다. 손흥민이 여기에 있어서 도움이 될 것이다. 클럽에 있을 때나 밖에 서나 그를 돕고 있다”면서 “우린 양민혁이 구단에 일찍 자리 잡고 적응할 기회를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요지는 프리미어리그 레벨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아시아 리그에서 온 어린 선수인만큼 아직 1군 레벨에서 뛰는 것은 이르며 성장의 시간을 줘야 한다는 것이 포스텍 감독의 확신이었다.

사진=QPR
사진=QPR

하지만 해당 발언과 달리 포스텍 감독은 마이키 무어를 비롯한 구단 유소년 출신의 선수들도 선발로 적극 기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루카스 베리발이나 아치 그레이 등 올 시즌 이전 팀에 합류시킨 10대 후반, 20대 초반의 선수들 역시 전력으로 적극 활용 중이다. 최근 베리발과 그레이까지 두 선수는 기존 선수들을 제치고 완벽한 주전으로 거듭났을 정도다.

무어-베리발-그레이와 양민혁 간에 차이가 있다면 사실 한 가지 뿐이다. 전자는 잉글랜드와 스웨덴 등의 유럽권에서 성장한 자원이고 양민혁은 K리그에서 각광을 나타낸 자원이란 점이다.

하지만 포스텍 감독은 결국 양민혁을 교체 자원으로도 활용할 계획 없이 벤치에만 앉혀뒀다.

글로벌 스포츠매체인 ‘디 어슬레틱’과 같은 매체들도 “양민혁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면서 영어 레슨을 받는 등 1군 스쿼드에 합류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면서도 “그는 아치 그레이나 루카스 베리발과 같은 토트넘 유소년 선수와 비교했을 땐 여전히 1군보단 아카데미 수준에 가깝다”고 혹평하며 양민혁을 1군 레벨의 선수가 아니라고 봤다.

사실상 양민혁을 프로 레벨이 아닌 유소년 레벨의 선수라고 평가한 셈이다. 하지만 잉글랜드 2부 축구리그 챔피언십의 퀸즈파크레인저스(QPR)의 생각은 달랐다. QPR은 지난 1월 양민혁을 임대 영입하며 큰 기대감을 보였다.

풋볼런던은 “양민혁은 K리그에서 이미 38경기를 뛰었고 12골 6도움이라는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토트넘의 부진한 현상황에서 곧바로 경기에 투입되는 건 어린 선수에겐 큰 부담이었을 것”이라면서 “챔피언십에서 경쟁력을 갖추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양민혁은 매우 잘 적응 하고 있다”고 호평했다.

실제 양민혁은 QPR 이적 이후 마르티 시푸엔테스 감독의 신임하에 6경기에 모두 출전해 1개의 도움을 올렸다. 2경기에 선발 출전했는데 최근에는 점차 출전 시간도 늘려가고 있다. 최근 3경기 연속 QPR 공격진 가운데 가장 높은 평점을 받았다.

QPR의 마르티 시푸엔테스 감독도 양민혁에 대해선 극찬을 아끼지 않고 있다.

시푸엔테스 감독은 “양민혁은 성장하고 있고 잘하고 있다. 특히 홈에서 치른 지난 2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다. 포츠머스전에선 교체 출전임에도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며 “우리 팀의 경기 방식, 속도에 적응하고 있다. 좋은 플레이를 보여주고 있지만 아직 어린 선수이며 배워야 할 부분도 많다”고 전했다.

사진=QPR
사진=QPR

그러면서도 시푸엔테스 감독은 “양민혁의 태도는 최고 수준이다. 그는 위험한 선수이며 스피드가 있고 뒷공간을 침투, 1대1 상황에서도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QPR에서의 활약이 이어지면서 양민혁을 향한 평가도 점차 바뀌고 있다. 적응 시간과 검증이 필요한 유망주라는 평가에서 즉시 전력감이 될 수 있을 것이란 평가가 늘고 있다.

‘TBR 풋볼’은 “올 여름 중요한 건 양민혁이 토트넘에서 계속 성장할 기회가 있느냐다. (티모)베르너가 라이프치히로 복귀, 히샤를리송마저 떠날 가능성이 있으나 모든 공격수가 건강하고 건재할 경우 토트넘은 여전히 많은 공격 옵션을 보유하고 있다”고 바라봤다.

이어 해당 매체는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올 여름 프리시즌에서 양민혁의 기량을 평가할 계획이다. 따라서 QPR에서 보내는 수개월이 양민혁의 미래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며 “토트넘의 또 다른 재능 (마이키)무어와의 경쟁에서도 살아남아야 한다. 무어는 이미 1군 합류를 눈앞에 둔 특급 유망주다. 그럼에도 토트넘과 양민혁의 현재 상황은 모두에게 긍정적이다. 양민혁은 챔피언십에서 적응, 자신의 재능을 증명하고 있는 뛰어난 젊은 선수다. 그 노력은 충분히 인정받아야 한다”고 극찬했다.

2부리그지만 챔피언십은 상당한 수준의 경쟁이 펼쳐지는 프로리그다. 그런만큼 양민혁이 짧은 시간 QPR에서 보여주고 있는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모습, 다재다능한 모습이 영국 언론의 마음을 사로 잡은 모양새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양민혁이 QPR에서 남은 시즌 더 극적인 반전을 보여준다면 다음 시즌 토트넘 1군에서 그의 입지는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김원익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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