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이정후(26)가 음지에서 땀흘리는 후배들을 챙겼다.
지난 2일(이하 한국시간) 이정후의 인스타그램에는 한 장의 사진이 올라왔다. LA다저스의 김혜성(26)을 비롯해 같은 다저스의 마이너리그 투수 장현석(20),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마이너리그 외야수 최병용(22), 캔자스시티 로열즈 마이너리그 포수 엄형찬(20)과 함께 찍은 사진이었다.
메이저리그 구단 소속으로 애리조나에서 시즌 준비중인 한국인 선수들이 한 자리에 모인 것. 이들은 피닉스 근교에 있는 한 한식당에 모여서 소고기를 구웠다.

3일 LA에인절스와 캑터스리그 홈경기를 마친 이정후는 “한국에서 같은 팀에 있던 후배들하고 조금 많이 달랐다. 뭐랄까 당돌하다고 해야할까. 필요한 거 있으면 얘기하라고 했더니 바로 방망이를 달라고 하더라. 시계같이 비싼 것은 힘들고 차라리 청바지같은 것을 사달라고 했다면 얼마든지 사줄 것이다”라며 만난 소감을 전했다.
이른바 ‘MZ세대’ 특유의 당돌함, 혹은 미국 문화에 익숙한 모습일 수도 있다. 그래도 이정후는 이런 모습이 싫지는 않은 모습이었다.
“후배들이 대견스러웠다. 이 친구들을 보면서 ‘나는 이 나이 때 뭐했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선수들은 정말로 자신과의 싸움을 하고 있는 거 아닌가. 20~21살에 혼자 미국에 와서 야구만 하고 있다. 다른 친구들이 한국에서 놀고 싶으면 놀거나 1군 무대에서 뛰는 것도 볼텐데 그런 것에 개의치 않고 꿈을 향해가며 야구하는 모습을 봤다. 자기들이 운동하는 것들을 이야기하다 보니 후배들이지만 너무 멋있었다. 다 잘해서 대표팀에서 같이 뛰자 이런 얘기도 했다.”
이어서 “내가 그 나이였을 때를 생각해보면, 그 친구들이 나보다 더 성숙하고 어른스러운 모습이었다. 나는 어렸을 때 형들의 그늘 밑에서 편하게 야구했던 거 같다. 지금 친구들은 어린 나이에 생존 경쟁을 해야하니까 멘탈도 다른 거 같았다. 그런 모습이 너무 멋있었다”며 후배들에 대한 칭찬을 이었다.

이정후는 이 자리에서 “혜성이가 (일본에) 가기전 볼 수 있으면 다 같이 보고, 혜성이가 간 뒤에도 한 번 더 보자고 했다”며 다음 만남을 기약했다고 전했다.
이제 메이저리그 2년차지만, 이 자리에서는 이정후가 ‘최고참’이었다. 김하성이 탬파베이 레이스와 계약하며 플로리다로 간 결과다.
밥값은 당연히 이정후의 몫이었다. 그는 “꼭 밥값 때문은 아니다. 작년에는 하성이 형이랑 같이 있었는데 없으니까 뭔가 아쉽고 보고 싶었다”며 김하성의 빈자리를 아쉬워했다.
이정후는 하루 뒤 이번 스프링캠프 첫 휴식일을 갖는다. 그는 “조카와 집에서 놀 것”이라며 휴식일 계획을 설명했다.
[스코츠데일(미국)= 김재호 MK스포츠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