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3일부터 위브챔피언십
폭염 버티는 한국잔디 위에
추위 강한 라이그래스 식재
초봄에도 푸른 페어웨이 조성
폭염 버티는 한국잔디 위에
추위 강한 라이그래스 식재
초봄에도 푸른 페어웨이 조성

2025시즌 KLPGA 투어는 오는 3월 13일 태국에서 열리는 블루캐니언 레이디스 챔피언십으로 출발한다. 이어 국내에서 열리는 첫 대회는 4월 3일부터 나흘간 부산 동래베네스트GC(파72)에서 열리는 두산건설 위브챔피언십(총상금 12억원)이다.
부산에서 국내 개막전이 열리는 건 2007년 이후 처음이다. 2008년부터 작년까지는 모두 제주에서 열렸다.
여전히 찬 기운이 남아 있는 4월에는 프로골퍼들이 최고의 경기를 할 수 있는 푸른 잔디를 갖춘 곳이 제주 외에는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골프 팬들도 이런 이유로 개막전을 TV로 봐야 했다. 다행히 올해는 달라졌다. 부산 동래베네스트GC에서 KLPGA 투어 국내 개막전이 치러지기 때문에 첫 대회부터 좋아하는 선수를 응원하러 가기 쉬워졌다.
1971년에 개장한 부산 명문 회원제 골프장인 동래베네스트GC는 '2024 MK 대한민국 골프장 평가'에서 부산·울산·경남 지역 회원제 골프장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인정받는 곳이다. 특히 이곳에서 개막전이 열릴 수 있는 이유는 완벽한 코스 환경 덕분이다.
사계절이 뚜렷한 한국 골프장은 대부분 따뜻한 기온에 적합한 난지형(한국 잔디) 또는 서늘한 기온에서 잘 버티는 한지형(양잔디)을 선택해 코스를 조성한다.
반면 동래베네스트GC는 1년 내내 푸른 페어웨이를 유지하는 '사계절 골프장'이다. 기본 잔디는 '고려지'로 금잔디로도 불리는 한국 잔디다. 당연히 가을부터 잿빛으로 마르기 시작하고 겨울부터 초여름까지는 푸석한 마른 잔디나 맨땅에서 라운드를 해야 했다. 동래베네스트GC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2019년부터 고려지 위에 한지형 잔디인 '라이그래스'를 심는 덧파종(Overseeding) 기법을 테스트했고 4년 만인 2023년 겨울, 파3 4개 홀을 제외한 14개 홀에서 1년 내내 푸른 페어웨이를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
이러한 덧파종 기법은 미국 플로리다주 남부 지역의 명문 골프장에서 주로 사용한다. 마스터스가 열리는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도 봄·여름에는 벤트그래스 코스로 운영하다 가을·겨울에는 추위에 강한 라이그래스 코스로 탈바꿈한다. 임성재는 코로나19로 11월에 대회가 열렸던 2020년 '라이그래스 오거스타 코스'에서 준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기존 잔디 위에 또 다른 잔디 씨앗을 뿌리기만 하면 될 것 같지만 덧파종 기법은 상당한 기술력이 필요하다.
고려지 코스에서 양잔디 코스로 바뀌는 시점은 10월. 일단 9월 말에 기존 잔디를 적정한 길이로 자르고 분석된 평균기온을 고려해 라이그래스 씨앗을 뿌려야 한다. 이후 물을 주는 주기, 물의 양, 비료 종류까지 최적의 조합을 찾는 작업이 바로 기술력이다. 덧파종한 라이그래스가 여름에 원래 코스의 장점을 해치지 않게 생육을 억제하는 것도 중요하다. 자칫 봄에 남아 있는 라이그래스 때문에 기존의 금잔디 생육이 방해받을 수 있어서다. 비용도 만만치 않다. 매년 덧파종을 위해 들어가는 라이그래스 씨앗, 비료, 관리비 등은 수천만 원을 훌쩍 넘는다. 동래베네스트GC는 지난해 오래된 클럽하우스를 새 단장하며 선수와 팬들을 맞이할 준비를 모두 마쳤다.
[조효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