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는 홀컵에 골프공을 넣는 게임이다. 프로선수들은 퍼팅 1타에 따라 억대 상금이 왔다 갔다 하기도 한다. 이렇게 골퍼들의 희로애락을 쥐락펴락하는 골프장의 홀컵에는 몇 가지 흥미로운 비밀과 규칙이 숨어 있다.

골프는 홀컵에 골프공을 넣는 게임이다. 골프공을 집어넣기 위해 손금 모양만큼이나 각기 다양한 자세로 정신을 집중하며, 이때 주변 사람들은 움직이거나 소리를 내지 않을 만큼 집중도를 요구한다. 홀컵에 가까이 붙이면 함성과 박수를 보내고, 퍼팅 하나하나 할 때마다 탄성도 지르고 온갖 욕설이 무의식적으로 튀어나오기도 한다. 억대의 상금이 걸린 프로선수들의 1타차 경쟁은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뛴다.
이처럼 골퍼들의 희로애락을 쥐락펴락하는 골프장의 홀컵에는 몇 가지 흥미로운 비밀과 규칙이 숨어 있다. 골프장의 공인 홀컵의 크기는 미국골프협회(USGA)에서 정한 표준 직경 108mm(4.25인치)이며, 1829년 스코틀랜드 머슬버러 골프클럽에서 처음으로 정해졌다. 당시 쇠 파이프를 잘라 홀을 뚫는 공구의 지름이 공교롭게 108mm였고, 이는 남자 성인 손이 들어가는 최소의 사이즈였다고 한다. 여기서 우리는 익숙한 숫자 ‘108’에 주목해야 한다.
불교에서는 인간이 겪는 고통을 108번뇌라고 하며, 염주 알의 수도 기본 108개로 되어 있다. 야구공의 실밥 수도 108개, 과거 한때 골프공의딤플(공 표면에 파인 홈) 수도 108개였으며, 언젠가 산부인과 의사로부터 출산 가능한 여성의 최소 질 직경이 108mm라는 얘기를 듣기도 했다. 천문학적으로 접근하면 태양과 지구 사이의 거리는 태양 직경의 108배, 지구와 달 사이의 거리는 달 직경의 108배, 그리고 타로에서 108은 전체 우주의 순환과 조화를 상징한다고 하니 홀컵의 직경 108mm는 정말 신비롭기까지 하다.
홀컵의 깊이가 약 4인치인 이유
다음으로 홀컵의 깊이에 대한 이야기이다. 홀컵의 깊이는 약 10.16mm(4인치) 이상이어야 한다. 홀컵 안으로 들어가는 원통의 홀파이어는 홀컵의 내구성을 높여주고 공이 들어갔을 때 소리와 함께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도록 도와주며, 지면으로부터 최소 25mm 아래로 묻혀야 한다.
2019년부터 골프 규칙이 바뀌면서 퍼팅 시 깃대를 홀에 꽂은 상태에서 퍼팅을 할 수 있어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이렇게 규칙이 바뀐 후 대부분의 골퍼가 깃대를 꽂은 상태에서 퍼팅을 해 공이 홀컵에 빨려 들어갈 때 나오는 경쾌한 소리를 들을 수 없는 것이 조금은 아쉬운 점이다.
홀컵 위치는 어떻게 정해지나
다음은 골프장에서 홀컵을 관리하고 세팅하는 비밀을 소개하고자 한다. 홀컵이 있는 그린은 골프 코스 전체 경기 면적 중 2~3%를 차지한다. 하지만 골프 경기에서 한 홀당 평균 퍼팅 수를 2타라고 한다면 총 타수 중 50%를 차지할 정도로 중요한 플레이 장소다. 파4 홀의 퍼팅을 기준으로 하면 3번째 샷이 그린 어프로치인 것을 감안했을 때 75%의 스트로크를 좌우하는 곳이기도 하다.
퍼팅이 중요한 만큼 그린의 홀컵 배치와 설치 위치 역시 중요하다. 정확한 샷을 위해 그린의 홀컵 앞쪽이나 양옆의 그린 면에 충분한 여유가 확보되어야 하고 홀컵 주위 반경 60~90cm는 가능한 같은 구배(바닥의 경사도)로 균일하게 되어 있어야 한다. 특히 급한 경사나 볼을 다루기 어려운 장소에는 컵이 위치해 있으면 안 되고, 홀컵의 위치는 좌우 중앙 및 전후가 코스 전체에 골고루 분포되어야 한다.
코스 세팅 시 난이도는 보통 18홀 중에서 어려운 6개 홀, 중간 수준의 6개 홀, 그리고 비교적 쉬운 6개 홀을 균형 있게 배치해 밸런스가 유지되도록 하고 있다. 또한 그린에 홀컵은 14개 정도 설치한다. 그 이유는 답압(토양이 사람이나 장비에 의해 단단하게 굳어지는 현상)에 의한 잔디 손상을 예방하고, 경기 진행 속도를 조정하거나 난이도를 조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잔디 생육이 활발하거나 내장객이 적을 때는 하루에 한 번, 150명 이상의 내장객 또는 기후변화로 잔디에 스트레스를 많이 주는 날은 2회씩 홀컵 교체를 실시한다.
홀컵의 이동 교체와 함께 해당 홀의 티잉 구역의 티마크도 동시에 이동하고 세팅한다. 기준은 그린의 홀컵 위치에 맞게 앞-중간-뒤로 3등분하고 티마크 위치도 앞-중간-뒤로 3등분해 스코어 카드 전체의 길이를 유지한다.
또한 동절기에는 그린 표면이 동결돼 홀컵 교체 작업이 어려워진다. 그 때문에 그린 표면이 얼기 전 11월 말이나 12월 초에 미리 동절기 예비 홀컵을 준비한 후 2~3개 간격으로 홀당 10개 내외로 설치한다. 홀컵을 관리하는 요원은 업무 특성상 1명이 전담하고 있으며, 정확한 기록과 잔디 생육 상태 등을 파악해야 한다.
이렇게 흥미로운 비밀을 간직한 골프장 홀컵은 오늘도 변함없이 골퍼들을 반기고 있다. 이런 매력이야말로 골퍼들로 하여금 골프를 더욱 사랑하게 만드는 점이 아닐까.
